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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선으로 변한 MRI 장비

 

제너럴 일렉트릭(GE)에서 24년간 일해온 고참 개발자 더그 디츠(Doug Dietz)는 

자기가 2년간 공들여 개발한 MRI 스캐너가 설치된 병원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들어오던 소녀가 무서워 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그날 처음으로 80%의 아이들이 MRI 검사를 받기 위해 

진정제를 투약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들이 기계에 겁을 먹기 때문에 가만히 누워 있지 못했던 것이다.

자기에게는 더없이 훌륭해 보이는 기계가, 어린아이에게는 단지 무서운 괴물 같은 

존재라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낀 그는 어린 환자들도 겁내지 않을 MRI를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친구와 동료들에게 자문하던 중 P&G에 근무했던 상사가 

스탠퍼드 D 스쿨의 임원 연수 프로그램을 추천했고, 더그 디츠는 일주일간의 교육에 참가했다.

스탠퍼드의 워크숍은 인간 중심적 접근법으로 소비자의 요구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신제품과 서비스를 구상하는 방법에 관한 교육이었다.

그는 교육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고, 

특별한 재원 없이도 사용자의 경험을 변화시킬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하게 되었다.

교육을 마치고 돌아온 더그 디츠는 일일 보육 센터에서 

아이들을 관찰하는 등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자원봉사자, 지역 어린이 박물관의 전문가, 다른 병원의 의료진 등의 도움을 받은 끝에 

첫 번째 시제품을 만들어냈고, 이것은 나중에 "모험 시리즈"로 발전하게 되었다.

 

 

 

▲ 더그 디츠(Doug Dietz)

 

 

 

그의 디자인은 MRI 검사실을 어린이를 위한 모험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피츠버그대학 메디컬센터 소아병원에 시범적으로 설치했는데, 

우선 MRI 촬영기사들을 아동 전문가와 디즈니랜드의 

캐스터들에게 교육받도록 조치하여 아동을 위한 박물관이나 테마파크 직원들처럼 만들었다.

기술적 부분에는 전혀 변형을 주지 않고도 환경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MRI 촬영 기사용 시나리오를 만들어 그들이 어린 환자들을 모험의 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은 MRI 검사실에 들어오면서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촬영기사는 아이들에게 해적선 내부로 모험을 떠날 거라고 말해주고 

배에 타 있는 동안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행동을 변화시키는 디자인

 

더그 디츠의 사례는 몇 가지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남긴다.

첫째, 사용자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그 디츠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 GE에서 오랜 경험(24년)을 가진 

전문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경험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현장에서 어린이 고객이 제품과 만나는 장면을 목격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자기가 만드는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제공자는 사용자를 모른다고 가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적인 사용자"의 "구체적인 경험"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적인 사용자"라는 것은 막연한 사용자가 아니라 

"이제 막 여덟 살이 된 홍길동"과 같이 구체적인 누군가를 상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콕 짚어 "누군가"의 욕구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구체적인 경험"이라는 것은 그 사용자의 경험(느낌, 감정, 위화감, 불편함 등)을 

세부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조사와 실제 고객에 대한 애정, 관심, 배려, 공감력이 필수적이다.

 

 

둘째, 사용자에게 적합한 디자인이 "굿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GE의 MRI 장비는 좋은 디자인으로 평가받아 많은 디자인 대회에서 "굿 디자인" 상을 받은 제품이다.

하지만 어린이 사용자들에게 권위 있는 디자인상은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는 제품디자인이 사용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믿음을 줄 수 있으면 좋은 것이다.

하지만 아동이 이용하는 MRI 장비라면 매끈하고 신뢰감을 주는 제품디자인이 부적합할 수도 있다.

목적에 부합하는 적절한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일 것이다.

 

 

셋째, 좋은 제품이 아니라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더그 디츠가 병원에서 고객을 만나기 전까지 그의 목표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어린이 고객을 만난 후 무섭지 않은 검진 경험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사진으로만 보자면 단지 환경디자인이 개선된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실은 새로운 서비스 경험을 디자인한 것이다.

 

디자인이 추구하는 혁신은 기술 중심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에 둔다는 점이며 

공급자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의 관점을 갖는다는 것이 일관된 특징임을 알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성, 효율성보다는 인간의 감성적, 심리적 행동의 변화를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지엽적 문제 해결이 아닌 통합적 문제 해결을 추구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거대한 변화 대신, 사소한 변화라도 즉시 시작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좋은 디자이너는 민감성과 공감력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관점으로 경험의 세계를 다시 살필 수 있다는 점, 

상상력과 창조력, 시각화 능력으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역량이 있다.

앞으로 디자이너에게는 새로운 우리의 미래를 구상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더 주어지게 될 것이다.

그 정점에 새로운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역할이 있다.

 

 

 

[출처]

 

책 "디자인 트렌드 2018"에서 발췌

 

artistyang83.tistory.com/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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