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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 약 6년간 한국에서 디자인을 한 사람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디자이너" 도 있겠고, "꼰대" 도 있겠고, 

"예비 꼰대" 도 있겠고, 예비 "디자이너"도 있겠고, 그 외의 사람들도 있겠다만.

다른 파트의 종사자들(ex 프로그래머, 기획자 등등)에겐 모르겠으나 

최소한 "디자이너"에게 무시당하지 않는 법, "디자이너"와 일하면서 최고의 퀄리티를 

얻어내는 법 등에 대해서 조언하고자 쓰는 글이며, 

초보 디자이너, 혹은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디자이너란 무엇인가?"와 

"한국의 꼰대들 밑에서 디자인하는 법"에 대한 조언 또한 포함되어 있다.

 

이 글은 필자의 영역인 그래픽 디자인 부분을 바탕으로 하여 쓴 글이며, 

다른 디자인 영역도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하나 꼭 그렇지는 않으니 

디자인 전반에 대한 일반화는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디자인]

 

디자인의 뜻부터 보자.

디자인은 외래어이니 완벽한 동의어의 한글 표현은 없는 거 같고, 

사전상의 의미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으니 

굳이 비슷한 말을 찾는다면 "꾸민다." 정도일까?

디자인이라는 말에 들어갈 수 있는 표현을 더 찾는다면, 

정렬, 배치, 계획, 설계 등이 있을 수 있겠다.

 

 

 

[디자이너]

 

그럼 디자이너란 무엇인가?

바로 저런 작업들을 해주는 사람들을 칭한다.

꾸미는 작업이라고 편하게 일반화시켜보자.

저 꾸미는 작업 속에 정렬하고, 배치하며, 계획하고, 설계하는 작업이 들어가는데, 

우리가 저런 비슷한 작업을 하는 공사장의 작업자나 목수라던가 하는 

사람들을 디자이너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창조"의 영역의 차이 때문이다.

그렇다. 디자이너는 창조의 능력을 겸비한 사람들이다.

 

 

 

[디자인 vs 예술]

 

디자인은 예술인가 아닌가.

우리는 창조의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예술가"라고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

내 생각을 묻는다면, 디자인은 예술의 범주에 들지만, 디자이너는 대부분 예술가가 아니다.

디자인과 예술을 구분하는 여러 방법이 있겠으나 

필자는 "표현하는 것이 목적인가?", "목적을 위하여 표현하는가?"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디자이너]

 

한국의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양성되고 길러지는가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정파와 사파가 있다고 보면 되겠다.

정파는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디자이너로 들어서는 경우가 있고, 

사파는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으나 학원 및 기타의 경로로 디자이너가 되는 경우가 있겠다.

 

나는 학교도 학원도 제대로 다니지 않은 "독학파" 이기에 

양쪽 사정을 아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IMF → 거품 IT → 학원 디자이너 양성 시스템으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디자인 판은 현재 디플레이션 형상을 보인다. 디자이너가 수요보다 너무 많다.

 

그러니 디자이너들의 퀄리티는 평균 하락하게 마련이다.

학원 출신 사파 디자이너들만이 문제란 말은 아니다.

정파 디자이너 중 다수도 디자이너의 소양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다만 입시라는 것을 통과하여 "디자인과"라는 곳에 

들어간 사람들이 학원 출신보다 평균 비교 우위에 있다고 보는데, 

미대 입시라는 것이 패턴이 뻔하여, 창조의 재능과 눈보다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미술, 디자인의 기본적인 소양만큼은 배우기 때문이다.

뭐 결국 이럴 때는 정파든 사파든 "사람 나름이다."라는 말이 정답이겠지만.

 

 

 

[한국의 꼰대]

 

이 글에서 칭하는 꼰대에 대해서 정의하자면, 결정권자의 위치에 서 있으나, 

디자인 및 디자이너에 대해 무지하여, 결과적으로 프로젝트의 

디자인 퀄리티를 하락시키는 사람들을 칭한다.

 

 

 

[디자이너 vs 꼰대]

 

디자인은 상업성을 바탕으로 하기에 "디자인산업"이라던가 "상업예술"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디자인 자체의 표현보단 마케팅적인 요소, 기획적 요소 등을 고려해야 한다.

업무의 구조상 이러한 요소들이 잘 표현되었는가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최종으로 책임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의 다수가 "꼰대"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나는 평균이다. 나는 보편적이다."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이너와 일하는 법]

 

일단 나의 대략적인 디자인 업무 프로세스이다.

 

 

1. "커뮤니케이션 및 디자인 콘셉트 설정"

일단 의견을 듣는 것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이 단계에서 목적을 파악하고, 디자인의 방향과 콘셉트를 설정한다.

 

 

2. "요청사항의 빠짐없는 표현"

표현하기 위한 텍스트 및 이미지 그리고 기타 정리된 요청사항을 

"미"적인 측면을 떠나 빠짐없이 화면에 표현하며, 적절한 배치를 찾는다.

 

 

3. "장식(decoration)"

구체적으로 언급이 있다면 그것을 먼저 사용하게 된다.

색이나 느낌 등.. 그러나 언급이 없다면 디자이너의 개인 판단으로 이런 것을 정하게 되는데, 

프로젝트의 목적을 고려하여 디자인하게 된다.

 

 

4. "컨펌(Confirm)"

이것은 디자인의 종료를 의미하기도 하나, 혹은 커뮤니케이션에서 

의사 전달이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이견 조율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프로토타입으로 작업하여 중간 컨펌을 받기도 하며, 

다양한 시안을 작업하여 하나를 고르도록 하기도 한다.

 

 

5. "수정 및 완성"

컨펌이 되지 않은 경우, 혹은 중간 과정의 컨펌인 경우는 

수정사항을 체크하고, 반영하여, 완성한다.

 

 

그럼 디자이너와 가장 편하게 일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디자인은 "목적을 위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목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첫째. 목적을 명확하게 전달하라

 

그것에 자신의 욕심이 포함되길 바란다면 욕심을 전달하라

 

색(color)으로 예를 들어보자. 써주었으면 하는 색이 있으면 말하라!!

이것을 회의에서 말한다면, 디자이너는 개인의 의견을 말할 것인데, 이것은 회의에서만 그렇다.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 아니라 요청사항이라면 

디자이너와 합의를 할 필요 없이 요청사항에 한 줄 포함하면 된다.

(ex) 블루톤을 기본 바탕으로 해주세요.)

이것이 요청사항에 포함되는 순간 디자이너는 합의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다.

 

블루톤이 당신의 독단이라면, 블루톤으로 인한 책임은 당신이 져야 한다.

그러나 디자이너는 블루톤에서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퀄리티를 내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블루를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디자이너와 싸우거나 설득하지 마라.

당신은 블루톤의 명도와 채도의 무한한 variation에 대해서 알지 못하며, 

심지어 초등학교 이후로 물감을 만져보지 않은 사람 일 수도 있다.

 

당신이 디자이너가 아니고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이상 

일반적으로 당신은 색이 주는 심리적 효과 및 

마케팅적 효과에 대해서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당신은 블루톤은 신뢰감을 주며, 빨강은 불안함을 동반한다는 것을 

혹시 알지라도 고려하지 않는 사람일 수 있다.

당신은 그것이 고객(customer)에게 어떤 효과를 주며,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별로 없을 수도 있고, 

거기에 관한 책도 한 권 안 읽어 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단지 당신 마음에 들고 예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설득하지 말고 그냥 요청하라.

디자이너를 설득하려 하면 당신은 들어본 적 없는 

Color design 논리에 부딪히고, 당신은 짜증이 날 수도 있다.

게다가 당신의 욕심이 반영되지 않은 상반된 색감의 디자인을 보고 

디자이너에게 짜증을 내거나 수정을 요청하거나

(결국, 마음에 안 드는 건 색인데 다른 걸 트집 잡는 당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두고두고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다.

 

내가 그럴 수도 있다고 한 것에 대부분 해당한다면, 디자이너를 설득하지 말고 요청해라.

색이 아닌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혹시 요청하였는데도 고집을 부리거나 당신을 설득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그는 그 프로젝트를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디자이너의 경험이나 역량이 모자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당신이 디자이너라면, 요청사항을 지키는 것이 디자이너의 기본이란 것을 명심하자.

"문의"가 아닌 "요청"이라면, 당신의 의견을 필요한 만큼 말하고, 

상대를 설득하지 못했다면, 지키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디자인 요청 문서에 한 줄 포함된 것이라면, 지켜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요청사항이 된 순간 그것이 디자인하는 목적에 포함되는 것이다.

 

 

둘째. "컨펌(Confirm)"은 또 다른 의견 전달이다

 

당신이 디자이너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싶다면, 

디자인 시안 단계에서 최대한 의견을 말해야 한다.

 

일단 클라이언트의 의사결정이 끝난 디자인은 (크게) 수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디자이너 스스로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컨펌이 일단 나버리면 그것은 클라이언트가 만족했다는 

의사 표현으로 받아들이기에 수정하지 않는다.

(디자이너 마음대로 수정하였다가 컨펌할 때와 디자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재작업"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누가 떠안으려 하겠는가.)

 

그렇기에 컨펌은 중간 체크의 성격을 지니기도 하지만, 

이것이 "완성품"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당신의 의견을 최대한 말해야 한다.

일단 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컨펌해서는 안 된다.

당신의 찌푸린 미간까지 살피는 디자이너는 없다.

당신이 일단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명확히 말한다면, 

차후 수정안에서 디자이너는 그 부분을 최대한 반영한 디자인을 당신에게 보여 줄 것이다.

 

당신이 예비 혹은 초보 디자이너라면 역시 이 부분을 기억해야 한다.

시안을 가지고 그것이 통과되도록 설득하는 것은 당신의 자유이나 시안이 컨펌되지 않고 

추가로 요청한 부분을 기록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몇 번이고 그 디자인을 손봐야 할 것이다.

 

 

셋째. 디자이너의 의견에 귀 기울여 보라

 

지금까지는 디자이너를 당신의 수족처럼 다루는 법에 대해서 조언했다면, 

이것은 디자이너를 당신의 조언자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시간"을 충분히 배려해 준 뒤, 당신이 원하는 분위기 스타일, 

그리고 경쟁사의 디자인에 대한 분석 및 비교 등을 디자이너에게 요구해 보라.

그것은 디자이너에게 생각할 시간을 더 주며, 결과적으로 참고했던 디자인에 

최소한 상응하는 디자인 작업물을 얻게 될 것이다.

다른 디자인을 많이 참고하는 디자이너는 훌륭한 디자이너이다.

이것을 부지런히 하는 디자이너는 많지 않다.

당신이 그 시간을 배려해준다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디자인 퀄리티는 올라갈 것이다.

디자이너에게 더 생각할 시간을 주며, 더 많은 정보를 주어야 한다.

그것이 모두 디자이너의 역량만큼 디자인 결과물에 반영된다.

그다음 그 정보에 대한 의견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한 

표현방식 콘셉트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라.

 

당신이 막연히 생각한 "어느 제품의 디자인 같은 것"보다 훨씬 훌륭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그 의견에 동의해서 임의의 콘셉트를 정했다면, 당신은 디자이너가 

화려하게 떠벌린 그 의견들이 디자인으로 잘 표현되고 있는가만 감시하면 된다.

 

위에 말한 모든 것들이 디자이너의 목적을 디자이너 내부에서 명확하게 만들어주며, 

그것이 결국 당신이 원하는 최대한의 퀄리티를 끌어낸다고 생각한다.

(절대적인 퀄리티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다시 한 번 기억하시라.

"목적을 위하여 표현하는 것"이 디자인이며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란 걸.

 

기본적으로 이 정도만 상기한다면, 

당신은 어떤 디자이너 앞에서도 꼰대가 아니게 될 수 있으며, 

당신이 사회경험이 적거나 없는, 초보 디자이너라면, 

노련한 디자이너가 되기에 좋은 참고가 되리라 생각한다.

 

 

 

[정리]

 

내가 디자이너로서 일하면서 답답함을 느낄 때는 디자이너로서 

"목적을" 충분히 생각하고 고려해서 했던 디자인이, 

단지 "꼰대"들의 "근거를 알 수 없는 직관력"에 의하여 무시되는 순간이다.

그림 그리는 사람=디자이너=일러스트=도터(dotter)=3D 그래픽=노동자 등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꼰대든 일반인이든 비슷하다.

 

그러나 "디자이너"라는 명칭을 정당히 붙일 수 있는 사람은 "목적을 위한 표현"에 충실한 사람이다.

자신의 "경험"과 "판단", 그리고 "정보"를 바탕으로, 

"목적"을 많이 고려하는 디자이너일수록 훌륭하며, 

부족한 디자이너일수록 "언급한 목적"에만 충실하다.

 

언급한 목적에만 충실하든, 언급하지 않았으나, 

거시적인 관점으로 프로젝트의 목적에 부합하는 디자인을 통찰력 있게 하든, 

목적에 부합한 결과물을 잘 표현하면서, 자신의 창의력 등을 

적절하게 수렴한다면 그 사람을 바로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것이다.

정파든 사파든 일단 "디자이너"의 딱지를 붙이고, 경력이든 경험이든 쌓았다면,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저러한 소양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무상에선 저런 능력을 사용할 기회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생겨서, 

프로젝트의 문제를 유발하여, 디자이너에게 뒤로 무시를 당하기도 하며, 

디자이너 역시 "실력이 없다."라고 매도당하는 경우가 있으니..

 

디자이너들은 "우리는 예술가와 구분되는 존재", 

"목적을 표현하기 위한 존재"임을 상기하여야 할 것이고, 

디자이너 외의 사람들은, 디자이너의 역할과 업무 프로세스를 잘 파악하여 

대한민국에 멋진 디자인이 넘쳐나기를 바라는 바이다.

업무 과정에서 서로 스트레스 좀 덜 받고 말이다.

 

 

 

[출처]

rute.tistory.com/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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