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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해 질 녘, 대학입시를 치른 고3 학생이 나를 찾아왔다.

그 녀석은 들어오면서부터 한숨이었다.

 

시험 잘 보았느냐고 의례적으로 물었더니 그저 보는 체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자기는 애초 대학에 진학할 마음이 없는데, 부모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험을 치렀다고 한다.

그리고 더욱 괴로운 것은 자기 아들은 틀림없이 합격할 것이라고 믿고 있을 부모님의 처지라고 했다.

왜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려 하냐고 물었더니, 비정한 경쟁에다 이기주의자만 양산하는 

오늘날의 대학교육에 회의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직 세상의 탁류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어린 뜻이 

가상하게 여겨지면서도 나는 선뜻 동의할 수만은 없었다.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이 세상은 순수한 뜻만으로는 헤쳐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입시에 낙방당한 부모들에게 무책임한 소리 같지만, 말을 좀 해야겠다.

사람에겐 저마다 자기 몫의 그릇이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그 그릇을 채우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그릇이 차면 넘칠 것이다.

이런 도리를 안다면 눈앞의 합격과 불합격에 지나치게 좋아할 필요도, 너무 슬퍼할 필요도 없다.

전 인생의 과정을 두고 볼 때, 오늘의 합격이 행복을 보장한다고는 볼 수 없고, 

이번의 낙방이 불행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전문지식에 흥미를 느끼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할 사람들은 

대학에 진학하여 학문을 습득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비정한 경쟁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오늘날의 대학에 진학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지 나 자신도 의문을 가질 때가 더러 있다.

 

오늘날의 대학교육은 "사람"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저 학벌을 운운하면서 서로 경쟁심을 조장하고, 직장을 얻고 

결혼 상대를 고르는 데 유리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교육이 참으로 해야 할 일은 그럴듯한 직업을 얻도록 

준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 과정을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무엇이 진리이고 무엇이 삶의 진실인지 스스로 찾아내도록 거드는 일이 교육인 것이다.

우리가 비록 명문 대학에 들어가 고등교육을 받더라도 인간다운 인간이 되지 못한다면, 

자기 생각과 감정에 대한 깊은 내적 통찰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인간의 밝은 심성에서 우러나는 지혜는 밖에서 얻어듣는 지식과 비교될 수 없다.

지혜는, 메마른 이론으로 입씨름하는 대학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교육받은 사람보다 훨씬 더 지혜로울 수 있다.

오늘날의 대학은 학위를 결혼과 출세의 수단으로 삼으면서 

삶의 진실을 등진 채 겉치레로 일관해 온 황량한 곳이다.

이런 장소와 대열에 끼지 못했다고 너무 상심하지 마라.

오히려 이런 기회에 우리는 참으로 전 존재를 기울여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한다.

어린 영혼을 대학이라는 틀에 가두는 것만이 인생 전부는 아니므로, 

부모들은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좋아서 하도록 마음 써 주기를 부탁한다.

 

 

[출처]

법정스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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