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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1세대로서 초창기 한국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기 시작한 1955년 당시에는 전문 어린이 잡지가 흔치 않을 때였다.

성인 잡지들이 많았는데 교양지나 종합잡지보다는 소설이나 

대중잡지에 지금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삽화라는 이름으로 사용되었다.

 

사진이 신뢰도가 높다는 이유로 많이 이용되었고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보충하는 수단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이 사용되었다.

처음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한 것은 <희망>이라는 잡지였다.

우여곡절 끝에 하게 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화료가 싸서 생활도 어려웠고 고생도 많이 했다.

일러스트레이션을 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대부분의 잡지사도 열악했다.

빨리 만들어 팔아서 회수된 자금으로 다음 호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글이나 그림값이 아주 박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일거리가 생겼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점이 있다면?

그리고 바라는 점은?

 

현대물이든 역사물이든 자료가 있어야 하므로 

자료를 조사하고 집필할 수 있는 기간이 충분해야 좋은 글과 그림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군소 출판사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런 입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책 한 권당 보통 13, 15장 정도 작업해야 하는데 그 시간 안에 끝마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 달 동안 작업만 해도 힘든데 보름 만에 끝내 달라고 하면 정말 답답하다.

이 경우 일을 맡지 말아야 하는데 그동안 친분이나 

그쪽 처지를 생각해 주다 보면 도저히 거절할 수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단지 거절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일을 맡게 되면 

결국, 졸속으로 작업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출판사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 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요즘은 작업하기 전에 초안을 먼저 만들어서 이견 조율한다.

준비된 초안으로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초안을 토대로 사전에 합의점을 찾는다면 

일러스트레이터도 맘 놓고 작업할 수 있고 마찰도 훨씬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서로 자존심만 세우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처음 잡지를 시작할 때는 글에 대한 설명의 기능만이 일러스트레이션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설명만 하다 보면 좋은 그림이 될 수 없으므로 

요즘은 글의 내용을 살리면서 내 의견도 가미하고 있다.

글과 그림의 개연성을 고려하여 그런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업하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한다.

주로 역사물을 다루다 보니까 철저한 고증 아래 작업하기 위해서 자료조사도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 사람들의 인식과 전문서적들이 많이 부족하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아주 잘하고 있다.

또 일러스트레이션을 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남자와 여자의 성비를 보면 남자보다 여자들이 훨씬 많다.

그런데 나중에 끝까지 버티는 중견 작가들을 보면 여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다.

결혼하고 아기도 낳고 살림도 해야 하므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참 안타깝다.

누구나 개인적인 사정이 있겠지만,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돈을 한순간에 포기한다는 것은 정말 아까운 일이다.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모두 성실하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작업했으면 좋겠다.

 

책이 나온 다음에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뒷마무리를 잘해서 후회 없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젊은 사람들, 일러스트레이션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또 자기 생각만을 강하게 표출하는 것보다는 기본을 지켜서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좀 그려줬으면 한다.

물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도 있을 것이고 또 그것이 개성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너무 많이 표출하다 보면 독자와 소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어린 독자나 어머니나 아버지가 봤을 때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작업을 해야 독자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책임감을 느끼고 충실하게 작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홍성찬 ●

 

1955년 월간 잡지 <희망> 등에 일러스트레이션 기고.

"무지개 일러스트회 회원전", "국제 그림동화 원화전" 출품.

<단군신화>, <집짓기>, <땅속나라 도둑괴물> 등 출간. 현재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출처]

born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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