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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1년 6개월 정도를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 생활하면서 

생각했던 스타트업에서의 디자이너는 어떤 능력이 필요하고, 

어떤 생각으로 일해야 하는지, 그리고 나는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에 대해서 짧게나마 글로 남겨 놓고자 합니다.

 

 

 

1. 스타트업의 환경

 

먼저 스타트업을 만들거나, 스타트업에서 일하고자 하는 디자이너를 위해서 

간단하게 스타트업의 환경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시작해서 성장해나가는 회사를 말합니다.

자금 사정이 좋아서 돈을 많이 가지고 시작하는 곳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적은 자본으로 멤버 누군가의 오피스텔이나, 학교의 연구실, 

운이 좋다면 작은 사무실을 빌려서 시작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주말과 밤낮없이 항상 메일, 메신저, 페이스북으로 멤버들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고, 

짧은 일정 안에 초인적인 능력으로 많은 것들을 해내야 할 상황도 생길 겁니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경험하기론 스타트업에서의 1년은 보통 

인하우스 디자인실에서의 3~5년 정도의 일을 압축해서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디자이너라고 컴퓨터 앞에 않아서 포토샵만 하는 게 아니고, 

블로그나 카페에 홍보글도 올려야 하고, 사용자들 찾아가서 피드백도 직접 듣고, 

사무실 냉장고 청소도 해야 하고, 기획 회의에도 참석하고, 

개발 회의에도 참석해서 알아듣지 못하는 외계어(개발언어?)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디자이너만 이런 열악하고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게 아니고, 

모든 스타트업을 하는 멤버들은 다 이런 환경속에서 일을 하게 될 겁니다.

 

 

 

2. 환경적인 요인에 따른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능력

 

디자인 에이전시, 인하우스 디자인팀에서 일해온 디자이너나 

학교를 막 졸업한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기획, 개발과 격리되거나, 

접해있지만 깊게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않을 겁니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회사의 효율적인 측면을 내세워서 

개발과 디자인 조직이 분리된 곳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학생 때는 물론 개발과 기획에 관련된 커리큘럼 자체가 없습니다.)

 

그런데 초기 스타트업은 대부분 10명 이하의 조직이기 때문에 

기획, 개발 회의에서도 기획과 개발의 언어를 이해하고 

서비스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디자인은 단순히 그림을 말하는 것이 아니기에 큰 시각을 가지고, 

서비스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말은 쉽게 썼지만, 서비스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우고, 

기획자, 개발자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저도 물론 이런 것들에서 답답함을 느꼈고,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경험해보기

 

앱으로 서비스를 구현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을 모두 써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써보지 않고는 눈으로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각 플랫폼과 디바이스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자동차를 타지 않는 사람이라면 

제대로 된 자동차를 디자인할 수 있을까요?

만들어내는 서비스가 구현되는 디바이스는 어떻게든 구해서

(안드로이드는 가장 많이 쓰는 기기를 구매하는 게 좋습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앱들을 다운로드 받아서 써보고

(앱스토어는 목요일에 피처드앱이 업데이트됩니다.) 

만약에 만들고 있는 서비스가 앱 안에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라면 

비슷한 앱들을 찾아서 사용해보면서 내가 구매를 하게 되는 과정들을 기록해보고, 

실제 구매도 해보면서 사용자들이 경험하게 되는 부분들을 

스스로가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한 달에 유료 앱과 앱 내부 결재로 50~100불가량을 쓰고 있습니다.

물론 이 정도로 쓰는 것이 필수는 아니지만, 앱 디자인과 서비스를 

배우는 학원비라고 생각하면 괜찮은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 이해하기 & 배우기

 

대부분의 IT 스타트업들은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일 겁니다.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스타트업이라 할지라도 

기술적인 성장 없이 서비스를 유지해나가는 곳은 없을 것입니다.

앞에서 잠깐 이야기했듯이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는 개발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개발에 대한 지식을 가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디자이너가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좋겠지만 그건 어느 정도의 한계를 가질 가능성이 크므로 

디자인에 도움이 될 정도의 개발에 대한 지식과 같이 일하는 개발자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앱을 디자인하다 보면 웹과는 다르게 개발자와 이야기를 하면서 

조율해나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개발을 이해함으로써 

구현과 성능에 문제가 되는 디자인을 피해서 좀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성능을 내는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이미지 소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서 앱의 용량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스타일 가이드를 디자이너끼리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들이 개발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듦으로써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개발을 무조건 외계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쉬운 웹 개발부터라도 

책을 한 권 사서 차근차근 배워 두면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저는 주말을 이용해서 직업학교를 등록해서 짧게나마 

HTML, CSS 과정을 이수하고 많은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숫자와 친해지기

 

대한민국 디자이너는 예체능으로 분류되어 고등학교 교육부터 수학, 

숫자를 멀리하도록 자연스럽게 교과과정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웹과 앱을 디자인하면서 디자이너는 해상도에 따른 

수많은 숫자와 수식들을 접하게 되고, 앱에 연결된 수많은 통계수치를 통해서 숫자들을 접하게 됩니다.

저도 숫자에 대한 공포가 있을 정도로 두려움이 있는 편입니다.

(3명이 점심을 먹으면 얼마를 내야 할지조차도 계산을 잘하지 못하죠.;;;)

 

하지만 개발을 이해하는 디자인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성능을 내는 앱을 만들어 내듯이, 

숫자를 이해하고 공부하면 모바일에서 중요한 사이즈에 대한 이해를 빨리할 수 있고, 

통계수치로 얻어지는 사용자의 움직임들을 알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사용성의 개선을 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됩니다.

숫자 속에서 사용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공부를 하면, 

어떤 숫자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숫자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영어를 무서워하지 않기

 

저는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에 토익을 몇 달 공부한 것이 

전부일 정도로 영어와는 담을 쌓고 살았습니다.

실제로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할 때도 그닥 영어로 말을 하거나, 

영어로 된 문서를 읽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하고, 모바일을 디자인하면서 접하게 되는 문서나 

신문기사들은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는 것들입니다.

물론 한국에도 훌륭한 스타트업 매체들(venturesquare, besuccess)이 있지만 

대부분이 외국 매체의 번역이거나 스타트업 소식 정도가 대부분입니다.

한글로 된 앱 디자인의 기술적인 부분이나, 

모바일 사용성에 대한 관련 자료들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언어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순식간에 능력이 향상되지는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무서워하지 않고 덤벼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일정량의 스타트업 기사들을 정해서 꾸준히 단어를 찾아가면서 읽었습니다.

techcrunch나 mashable 두 가지 매체만 챙겨서 꼬박꼬박 보아도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새로운 회사들이 생겨나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모바일 사용성이나 디자인 관련 자료들은 꾸준히 자료가 있는 

사이트들(dribbble, behance)을 찾아서 스크랩하고,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냥 이미지를 저장하다가 최근에는 핀터레스트로 카테고리를 나누어서 

정리하는 중인데 나중에 필요한 부분들을 찾아보기도 편하고, 업데이트도 쉬워서 좋은 것 같습니다.

사용성에 대한 자료들은 영문으로 된 OS 가이드 문서를 읽는 것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같은 경우는 한글로 번역된 것을 보아도 괜찮습니다.

야콥 넬슨의 글을 시간 날 때마다 챙겨보는 것도 

사용성에 관한 공부를 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3. 생존

 

 

자신을 컨트롤하기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를 했지만 스타트업을 하게 되면 

일과 개인 시간이 분리되는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주 중에는 새벽까지 일하는 때도 잦고, 주말에도 출근하며, 

눈을 뜨자마자 동료가 보낸 메일에 답장하거나, 

데이트하다가도 카톡으로 진행 상황을 공유 받고 의견을 나눌 때도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일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경지인 "일아일체"가 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 급한 마음에 너무 일에 매달리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몸이 매우 아프기도 했습니다.

 

1년 정도 지나면서 과부하가 걸려서 지친 몸과 마음을 

컨트롤하는 방법들을 조금씩 배우고, 적응하면서 밸런스를 되찾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전 직장(계열사 디자인실) 또는 학교와는 다르게 누군가 챙겨주거나 

정해진 휴가일에 쉴 수 있는 여건이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니 

"주말에는 꼭 쉰다." "오늘 새벽까지 일했으니 다음 날은 점심때 출근한다."

"여름, 겨울 휴가는 꼭 가서 리프레시를 한다."처럼 계획을 세우고 

자기 자신에게 휴식이라는 선물을 주고, 중간중간 스스로가 지쳐서 

쓰러지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살기 위해 진화하기

 

사용자가 서비스를 처음 접하는 아이콘이나, 스플래시 화면부터 유연한 가입 프로세스,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길을 잃지 않게 하는 일관성을 갖춘 내비게이션 구조.

 

학생에서 바로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되면 제일 큰 문제는 실무를 가르쳐주지 않는 

커리큘럼이 대부분인 한국의 디자인 대학교에서 알몸으로 실무 전선에 뛰어들어 

사수(선임 디자이너)도 없이 일해야 한다는 막연함일 것입니다.

사수가 있고 없고에 대해서는 장, 단이 있겠지만 

둘 다를 겪어본 바로는 사수는 성장하는 디자이너에게는 

보약과 같이 중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수가 있어서 디자인을 어깨너머로라도 배우고, 

같이 일을 하는 것은 나보다 인생을 몇십 년은 더 살고,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의 책을 읽는 것처럼 빠르게 

지식과 경험을 습득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대로 된 사수일 때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사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일단 내가 디자인해야 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도 많고, 

누가 편하게 입에 떠먹여 주는 일이 없으므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공부하고 

찾아다니며 배우는 기회를 찾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합니다.

 

저는 처음에 SNS를 쓰는 사용자에서 SNS를 만드는 처지로 바뀌면서 

너무 막연해서 관련 세미나를 찾아서 듣고, 디자이너들 모임도 나가고, 

온라인으로 활동하면서 사람들도 만나고, 공부도 찾아서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무엇이든 스스로 찾아서 하는 습관이 생겼고, 

디자이너로서 스스로가 어떻게 진화해 나가야겠다는 방향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디자이너로 일하려면 치열한 상황에서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며, 

단순하게 "성장이 아닌 진화" 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당장은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인생을, 일을,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을 느끼게 될 겁니다.

 

 

 

[출처]

medium.com/@romantic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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