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 업계에 "메뚜기"라는 속어가 존재한다.
그것은 약 3~6개월 또는 1년 미만의 시간에 회사를 이직하는 개발자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그렇게 이 회사 저 회사로 뛰어다닌다고 불리는 속칭이다.
어떤 게임회사든지 "메뚜기"라는 속어로 지칭되는 개발자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메뚜기"라는 말속에 현재 게임 개발 문화의 여러 문제점을 읽을 수 있다.
그 유형별로 살펴보면
1. 의도적 메뚜기
제일 심각한 부류의 개발자이다.
대개 능력은 우수한 편이며(이직이 쉬울 만큼) 어떤 회사로 이직하며 얻은
성취를 발판으로 또 다른 성취를 얻기 위해 이직을 진행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게임 개발자는 자신이 만든 게임으로 자신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게임을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류의 의도적 메뚜기들은 게임 개발 회사들의 구인난을 교묘히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에 급급한 저열한 인재 층이다.
이런 경우 아무리 본인이 능력이 출중하다고 하여도 추천을 포기한다.
2. 죄 없는 메뚜기
현재 수천 개의 게임회사가 존재한다. 그리고 막대한 자본들이 게임 분야로 몰리고 있다.
해마다 약 10~15% 성장하는 게임산업을 놓고 볼 때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생성되고 있으니...
큰 회사에서부터 아직 이름도 짓지 못한 회사들이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나 대개 100개의 게임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완성되는 것은 약 30~40% 정도에 불과하며 그 30~40개의 게임을 100이라고 하면
그중 4~5개 게임 정도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고
1~2개의 게임 정도가 이른바 짭짤한 이익을 거두게 된다.
그러한 형편이다 보니 큰 게임사에서도 종종 프로젝트가 접히는 경우를 보게 된다.
물론 자금력과 인력 구성원이 약한 작은 게임사나
지인들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열심히 게임을 만들다가 접히게 되고 또 이직하게 되고
본인은 단지 게임 개발에만 집중하고 싶으나
결과적으로 5~6개월 단위로 이직을 하게 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경우 몸도 마음도 지치게 되고 게임 개발에 대해 회의마저 밀려오게 된다.
이러한 말을 하고 싶다. 그러한 분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아니다. 본인에게도 분명히 잘못이 있다. 그건 잘못된 선택을 하였다는 것이다.
왜 메뚜기 이야기부터 시작하게 되었냐 하면
오늘은 게임 개발자의 이직이 언제가 좋은 것인가? 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게임 분야야말로 IT 산업군 중 가장 이직이 활발한 곳이다.
덕분에 헤드헌터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어쨌든 개발자들에게 따끔한 조언도 할 겸 본 칼럼을 적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개 이직은 최소 1년 반에서 3년 사이에
한 번씩 진행하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누구는 헤드헌터이기에 자신에게 유리한 소리를 한다고 할 테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난 그동안 헤드헌터를 하면서 한 직장에 5~6년 이상씩
심지어 10년 가까이 이직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보았다.
다 그렇겠지는 않겠지만 대개 하나같이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인력시장에서 검증될 수 있는 분명하고 전문적인
"자기 능력"이 다른 이들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직장에 오래 머물수록 개인에게는 유리하고 편한 부분이 많겠지만
개발자에게는 어쩌면 그것은 독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후보자들의 유형을 살펴보면 회사에서 인정받고
대우도 받으면서 다소 안일해지고 전문적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대로 편한 일들을 하면서 신기술이나 새로운 감각 등에 뒤처지게 되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내가 아는 어떤 개발자는 오랫동안 한회사에 다니면서
아직도 영어 원서를 번역하면서 신기술을 습득하고
본인의 비전을 갈고닦는 바람직한 개발자들이 있다.
오랫동안 회사에 다니시려는 분들은 제발 그러한 개발자를 본받으시기 바란다.
현재 편안하고 안락하신가요?
그러면 당신은 그만큼 위험한 상황임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일반적인 분들은 가벼운 캐주얼 게임이면 6개월.
무거운 MMORPG이면 2년에서 3년을 한 회사에서 보낸 이후에 이직한다.
어쨌든 기본적으로 본인이 책임진 프로젝트를 완료한 이후에
이직해야 하며 캐주얼 게임 장르이더라도 적어도
1년 반 정도는 한 회사에서 머물며 2~3개 정도의
캐주얼 게임을 개발하고 이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통 일반적인 회사는 개발자의 이력에서
몇 개월 단위로 이직한 경력이 있다면 신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약 2년을 평균으로 이직하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도 있다.
게임 개발 분야는 사실 매우 좁다.
어떤 후보자라도 아는 사람 붙잡고 2~3단계 건너뛰면
후보자의 능력부터, 성향, 성품 등등의 정보를 얻어 낼 수 있다.
무슨 이야기냐... 게임 개발자들에게 능력만큼이나 매우 중요한 것이 "인맥"이다.
헤드헌팅이나 구인 사이트가 활성화되기 이전에
게임 개발자의 취업은 거의 인맥을 통해 이루어졌었다.
넓고 좋은 인맥을 가지는 것. 그것은 그렇지 못한 것보다 후보자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부분에서 매력적이다.
처음 개발을 한 회사에서 시작해 개발 이사직까지 역임한 한 후보자가 생각이 난다.
그에겐 인맥이라는 게 존재하지 못했다.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 그에겐 정을 채 쌓지 못한 부하 직원 몇만 있었을 뿐이었다.
게임 개발 정보와 시장 동향 등 다양한 측면의 정보를 얻는다는
측면에서도 인맥을 넓히는 것이 개발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도 너무 잦지만 않는다면 정을 쌓을 수 있을 만큼
인맥을 넓히면서 이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어떤 이는 헤드헌터니까 그런 소리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수많은 후보자를 보고 느꼈다. 난 메뚜기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회사에서 썩어가는 된장도 좋아하지 않는다.
한회사에 오래 있더라도 열심히 공부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의 발전을 유지하는 존재는 2년이 될지 3년이 될지.
어쩌면 서로 함께 일할 기회가 아예 없을지 몰라도 그를 존중하고 항상 주시하며 바라본다.
개발자들이여. 썩은 된장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개발자들이여. 자기 이익만을 취하는 메뚜기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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