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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6학년 3반 어린이들의 졸업과 중학교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한때는 지겹게만 생각되었을지도 모르는 시간이 

이제는 아쉬움으로 남는 것을 보니 함께 했던 

지난 시간이 벌써 과거의 한 장으로 접어 두어야 할 때가 온 모양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헤어짐을 생각하며 만남을 시작하라."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이렇게 헤어지는 시간이 빨리 올 줄 알았다면 

"좀 더 잘해줄 수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과 후회가 앞섭니다.

 

이제 여러분이 여러분 인생의 한 획을 긋고 

새 출발을 해야 하는 대단히 중요한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여러분의 새 출발에 박수를 보내야겠지만, 

한편 떠나보내는 선생님의 마음 한편에는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 걱정스러움에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몇 가지 여러분께 당부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듣는 잔소리라 생각하고 이 글을 읽기 바랍니다.

 

 

 

첫째, 계획성 있는 삶을 살기 바랍니다.

 

한 번쯤은 여러분들도 플라스틱 장난감을 조립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것이 생각보단 쉽지 않아 조립도를 보면서도 

잘 조립이 안 돼 애를 먹었던 경험도 있을 겁니다.

더구나 조립도가 없으면 제대로 만든다는 것은 더욱 어렵겠지요.

간단한 장난감을 조립하는 데도 조립도가 있어야 하고, 

순서와 방법을 깊이 생각하고 궁리해야 합니다.

간단한 장난감을 만드는데도 이러한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이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는 많은 생각과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가끔 여러분의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장래 희망이 그때그때 바뀐다거나, 

특별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거나, 설사 분명한 목표를 갖고는 있지만 

그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어린이가 운동선수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는데 

정작 그 어린이는 체육 시간에 혼자 우두커니 서 있거나 

다른 어린이에 비해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만약 그와 똑같은 꿈을 가진 어린이가 아침부터 열심히 운동하고 그에 대해 많은 관심과 

흥미를 갖고 있다면 앞의 어린이보다는 훨씬 그 꿈을 이룰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가끔 상상하듯 하루아침에 무엇이 바뀐다거나 혹은 이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모든 일이 계획과 꾸준한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계획이 없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씨를 뿌리지 않고 

거두기를 바라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모든 일을 미리 생각하고 계획하는 삶을 살기 바랍니다.

 

 

 

둘째, 자신만의 생각을 하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한다고 고집을 부린다거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라는 말로 오해하지는 말기 바랍니다.

시내에 돌아다니다 보면 요즘 여자들의 모습이 닮은꼴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가령 TV에서 연예인이 어떤 옷을 입고 나왔다 하면, 

금방 그 옷, 그 머리 스타일을 흉내 낸 차림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이 사람이 저 사람 같고, 저 사람이 이 사람 같아 도무지 구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행을 따라간다는 것이 상당히 앞서간다고 생각을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을 고리타분한 사람이라 여겨 

"넌 요즘 유행도 모르니?, 촌스럽게."라고 한마디 하기도 합니다.

똑같은 옷, 똑같은 생김새, 이러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 

다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대로 똑같이 흉내를 내고 살아간다면 그때는 자신의 인생이 아닐 겁니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무엇을 입고 다니고 행동을 하든 

자신이 생각하여 옳다고 생각되면 자기 뜻대로 행동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고, 많은 생각을 거친 결론이어야 합니다.

단지 다른 사람과 달라지려고 남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소 팔러 가는데 개 따라간다."는 속담처럼 아무 의미 없이 

다른 사람의 흉내만 낸다면 그것은 원숭이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인기 스타나, 친구 등 그 누구도 대신 살아 줄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론 아직은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계셔서 도와주시겠지만 

앞으로는 점점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시험지는 틀린 답을 다시 고쳐 쓸 수 있지만, 여러분이 살아야 할 인생의 결정은 고칠 수가 없으며 

대신 그 책임을 지어 줄 수도 없으니 자기 생각을 갖고 또한 신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셋째, 되도록 멀리 봅시다.(멀리 생각합시다.)

 

길을 갈 때 땅 밑만을 쳐다보고 가다 보면 어디에 부딪히거나 넘어지게 됩니다.

이처럼 지금 당장만을 생각하다 보면 나중에 후회하거나 혹은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어떤 일을 결정하기 전에 이 일이 언제를 위해 좋은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오늘보다는 내일, 올해보다는 내년을 위해 좋은 일을 하다 보면 지금 당장은 힘들고 

괴롭겠지만 아마 여러분의 장래에는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옛말에 "선생님은 바담 풍(風) 하면서 제자들에게는 바람 풍(風) 하라고 한다."는 말이 있듯이 

선생님 또한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면서 여러분에게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風─風─: 옛날 한 서당에서 훈장이 "바람 풍(風)"자를 가르치려 하나, 

혀가 짧아 "바담 풍(風)"이라 발음하여 제자들도 

"바담 풍(風)"으로 배웠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다.

자신은 잘못된 언행을 하면서 상대에게는 올바르게 행동하라고 한다는 것으로, 

처음부터 가르침이 잘못되면 올바른 교정이 불가능함을 나타낸다.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여러분들의 새 출발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마지막으로 어느 분의 글을 인용하며 마칩니다.

이 글처럼 항상 첫 마음을 갖고 살아가기 바랍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되도록 오래가도록 노력하기 바랍니다.

 

 

 

첫 마음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한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 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는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 1996년 2월 9일 늦은 밤 6학년 3반 담임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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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국민학교 졸업(마지막 "국민학교" 세대였다.)을 기념하기 위해, 

졸업 전에 같은 반 학생 전체가 참여하여 만들었던, 

"학급 문고(졸업 문고)"라는 책에 수록된 당시 담임 선생님께서 졸업생들을 위해 쓰셨던 글이었다.

살아오면서 만났었던 수많은 선생님 중에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가장 존경하는 분이다.

 

학교 졸업 당시에는 선생님께서 쓰셨던 글들이 

이해도 잘 안 되고 해서 마음속에 크게 와 닿지 않았었다.

그래서 졸업 후에는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20년 만에 학급문고를 발견하여 선생님이 쓰신 글을 

다시 읽어 보니까 놀라움과 동시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당시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들을 더 일찍 이해해서 

실천으로 옮겼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도 하게 되었다.

또 당시 나의 낮은 이해 수준과 미성숙함에 씁쓸한 기분까지.

 

지금이라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깊이 새기고 실천하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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