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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는 대놓고 돈 이야기하는 것을 경박하게 여기는 

정서가 없지 않지만 내가 돈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간단하다.

프로페셔널의 세계는 철저하게 돈과 실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학생일 때는 실수도 할 수 있고 방황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다.

회사는 무능한 직원에게 절대 공짜 월급을 주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는 능력이 곧 몸값이다.

 

 

대기업의 디자이너는 자신의 역량을 발취하는 데 있어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회사가 크면 클수록 디자이너 개개인의 역할은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큰 울타리에 속해있다는 생각 때문에 디자이너 스스로 안정만을 추구하게 된다.

(중략)

대기업에서만 일하다 보면 자기가 맡은 임무와 역할 말고는 제대로 알 수가 없으므로 

큰 그림을 그리거나 전체 과정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10년쯤 지나면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 창업에 도전하겠다는 

첫 포부와 달리, 디자이너로서 홀로서기는 점점 멀어지고 어중간한 관리자로 전락하게 된다.

 

 

흔히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피할 수 없으면 치열하게 견디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즐거움도 치열함 앞에 올 수 없다.

치열함 없이 즐기는 것만으로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피할 수도 즐길 수도 없는 시간 그래서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도망가고 싶은 순간들.

그 시간 속에서 나 자신과 싸울 때 비로소 꿈은 현실이 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만이 진정으로 즐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고불변의 진리,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걸작은 시대를 초월한다."

비싸면서도 흔해 빠져서 돈만 있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유명 브랜드 제품은 명품이 아니다.

평생을 사용해도 부족함이 없는 물건, 내 자식, 손자 손녀에게 물려줘도 빛바래지 않는 가치를 지닌 제품.

이것이 진정한 명품이다.

 

 

흔히 디자이너는 타고난 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조차 노력이고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나는 감각 또한 개발하고 학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재능이 없다는 타인의 냉혹한 평가, 자기 스스로 느끼는 불안과 불신에도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

또한, 언제까지일지 알 수 없는 무명 생활도 견뎌야 한다.

혜성처럼 나타나는 감 뛰어난 동료들에게 위축되지 말아야 하며 

일희일비하지 않는 꾸준함으로 묵묵히 노력해야 한다.

이 모든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감 떨어지는 그(혹은 그녀)는 분명 일취월장한다.

내가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나 역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고민해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회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때로는 우연을 가장하여 시작된 인연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기도 한다.

불시에 찾아온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거머쥐느냐, 

놓쳐버리느냐의 차이는 평소의 마음가짐과 습관에 달려있다는 것을.

 

 

디자인의 개념은 단순히 외관을 멋지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 제품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파악하고 창의적인 관점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의 속성을 이해하는 클라이언트들은 "멋지게 만들어주세요."라고 주문하기보다, 

"우리 회사가 이러이러한 상황인데 뭐가 문제입니까?"라고 질문한다.

마치 병원에서 자신의 증세를 이야기하고 의사에게 진단과 처방을 받듯이 말이다.

 

 

처음부터 올바른 길을 찾아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면 좋으련만, 인생엔 지도도 내비게이션도 없다.

그러니 유일한 방법은 연습하고 훈련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듭하는 수밖에.

온몸으로 깨지고 부서지며 더듬더듬 걸어가는 길에서, 

우리는 모방도 하고 실수도 하고 때로는 자존감이 바닥을 칠만한 악평도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와 연습을 멈추지 않는 것은 창의적인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의 의무다.

 

 

한국 사회는 다른 사람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경쟁력.

남의 눈에 그럴싸해 보이는 스펙을 강요한다.

적성엔 맞지 않지만, 성적과 시류에 따라 선택한 학과,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따놓으면 유리할 것 같은 학위와 자격증들.

그런 것을 가져야 치열한 경쟁에서 버틸 수 있다고 인간 구실을 하며 살 수 있다고.

사회 전체가 젊은이들을 세뇌하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의도된 경쟁력이나 스펙이 얼마나 갈까 나는 의문스럽다.

내면의 요구보다 타인의 요구를 만족하고자 만들어진 

그것들은 언젠가 한계나 회의에 부딪힐 것이다.

나는 한 사람의 경쟁력이 그렇게 얻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한 경쟁력,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할 스펙은 자기 자신을 알고 

사랑하고 이유 있는 열정을 불태울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제아무리 훌륭한 디자이너라도 100% 자기 능력만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디자이너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자연을 베끼고 흉내 내는 데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은 늘 새롭고 신선하다. 그 속에서 영감을 발견하는 것은 창작자들의 몫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보든 습관처럼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이 훈련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보자.

관찰하고 생각하고 질문하면서 자신만의 창조적인 관점을 

찾는 훈련은 창조적 직관력을 키우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지만, 

"더 좋은 디자인"은 단순한 해결사의 역할을 넘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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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눔 디자이너(?)이자 카이스트 산업 디자인 학과 교수인 

배상민이라는 디자이너분이 쓰신 에세이(?) 느낌이 나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을 통해 이 분을 난생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산업디자인이나 제품 디자인 분야는 잘 모르다 보니.;;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훑어보던 중에 

일본인스러운(?) 외모에 똘끼 충만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저자의 사진을 보고 

"이 사람 보통은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읽게 된 것이었다.-_-;;;

검색을 통해서 후덜덜한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제목에 "3D"라고 돼 있어서 디자인 업계에 대해 흔히 생각하는(?) 

3D(Difficult(어려운), Dirty(더러운), Dangerous(위험한)로 이야기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DREAM 나다움을 발견하고

 

DESIGN 문제를 찾아 창의적으로 해결하며

 

DONATE 세상과 함께 나눠라!

 

를 나타내는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다른 무엇보다도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대체 지금 뭐 하는 놈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고 할까.;;

성공한 디자이너가 말하는 이야기들을 읽어보니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감명을 많이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나눔"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들은 아주 감명 깊었다.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나눔"디자인 철학은 

분야에 상관없이 디자이너라면 꼭 본받아야 할 자세가 아닌가 싶다.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신 디자이너분들은 한 번이라도 읽어보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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