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프롤로그

 

"기획자들은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할까요?"

 

강의가 끝나고 내 수업을 들었던 어떤 분이 이러한 원론적인 

질문을 던졌을 때 난 간단하게 대답하기 난감했다.

할 이야기는 많았지만 그건 모두 추상적이고 원론적으로 보여서 

식상한 대답을 만들어 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난 기획을 "판단하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기획자의 역량모델을 만든다면 판단력에 대한 역량과 

표현력에 대한 역량으로 크게 분야를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일차적으로는 판단에 대한 능력이 중요하다.

판단은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분석한 다음 "생각을 정리"하여 

내놓는 결과물로써 판단 능력은 생각 정리 능력과 거의 같은 말이다.

 

 

 

나비넥타이 모델

 

 

 

난 많은 사람과 실습과 질의·응답을 통해서, 

또한,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면서 기획자에겐 

세 가지의 생각 정리 역량이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이 역량을 설명하기 위해(향후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세 부분으로 이어지는 기획의 나비넥타이 모델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해야겠다.

 

난 기획의 부산물 중 하나를 보고서로 보고 있다.

이 보고서는 논리 구성-스토리-작성-프레젠테이션의 

4단계 프로세스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며 

이 중 전반부에 해당하는 논리 구성-스토리 두 개를 묶어 "기획"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기획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라면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그려낸다.

 

기획은 이런 느낌이다. 중간에 있는 피라미드 모양의 

구조체 전-후가 각각 논리구성과 스토리텔링이다. 간단히 해설하자면 이렇다.

 

①-②-③의 순서로 기획이 전개되는데 ①은 자료수집과 분석 단계로서 

주제를 주면 사고의 폭을 한껏 넓혀서 조사, 분석한 후 점차 정리 요약해 간다.

②는 논리 구성으로 주제에 대한 자신의 최종적인 판단을 

핵심적으로 정리해 구조체를 만드는 단계다.

③은 정리된 핵심을 다시 스토리로 풀어가는 일인데 

간단한 플롯을 구성하고 거기에 살을 붙여가며 

점차 완전한 내용으로 불려 나간다는 개념이다.

 

이 모델의 핵심은 ②에 있다.

기획자들은 너무 많은 자료에 묻혀 버리는 경우가 잦다.

이 경우엔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그저 수집된 자료만 

나열해 버리고 끝내버리는 것이 최선인 것처럼 보인다.

반드시 중간에 생각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핵심들을 정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표류하게 된다.

 

 

 

첫 번째 역량, 생각의 폭 : 넓은 시야를 갖는 일

 

상사로부터 보고서의 주제가 떨어졌다. 일거리가 주어진 것이다.

기획자의 첫 번째 역량은 기획의 극 초반부인 바로 이 순간 나타난다.

이 주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아마 경험이 많거나 상상력이 풍부한 기획자라면 

주제가 주어진 바로 그 순간 순식간에 주제에 대한 

수많은 접근법이 머리에 한가득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나비넥타이 모델에서 난 주제를 받아 들면 

사고의 폭을 한껏 넓혀서 조사를 시작하라고 했다.

사실상 뒤에 이어질 모든 과정에 대한 사고의 폭이 

결정되는 순간인데 너무 좁으면 편협성을 면치 못하게 된다.

 

이 역량은 경험이 많은 사람, 사고가 자유로운 사람일수록 유리하다.

역량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기획자는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지시를 기다리거나 구글이나 네이버로 달려가 혹시 누군가 대신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이 방법은 시행착오를 겪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전략적으로 자료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표류하면서 되는대로 

자료들을 건져 올린 후 그걸 읽으면서 다음 행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주제를 받아 들고나면 위와 같이 노트에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 

자료수집 분야에 대해서라도 한번 적어보라.

혼자 작업을 하는 경우라면 혼란이 덜할 테지만 

만약 팀으로 작업하는 경우라면 리더가 반드시 갖춰야 할 "리더의 역량"이기도 하다.

혼자 결정하기 어렵다면 모든 팀원을 모아 접근 방법에 대해 브레인스토밍을 거쳐라.

어떤 일이 시작되고 가장 먼저 나와야 할 노트가 있다면 

바로 그 주제에 대한 접근 방법을 명시한 노트가 아닐까 싶다.

 

최초의 접근 방법은 후에 자료가 수집되면서 방향이 서서히 바뀔 수 있다.

이건 당연하다.

 

 

 

두 번째 역량, 생각의 깊이 : 의미 있는 메시지를 찾아내는 일

 

첫 번째 역량은 거의 백지에서 최초의 아이디어를 

꺼내는 단계로 기획자 간의 편차가 크다.

그런데 두 번째 역량인 "생각의 깊이"는 세 가지 역량 중 가장 비슷한 결과들을 보여준다.

10명의 기획자가 아래와 같은 자료를 수집하였다고 가정해보자.

사실 이 자료는 주관적인 의견들을 모두 제거한 사실이다.

 

기획자들은 이 자료를 가지고 저마다 판단을 내리게 되는데 

같은 재료를 가졌음에도 결과는 극심한 편차를 보일 수 있다.

실제로 난 이 자료를 나누어 주고 수업에 참가한 수강생들에게 

이 자료에서 뽑아낼 수 있는 메시지는 모두 뽑아내 보라고 주문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한 번 해보길 권한다.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에서 발췌

 

 

 

난 그 결과물들을 보면서 기획자들 간의 생각의 깊이의 차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두 번째 능력이다.

자료를 해석하고 거기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기획자들은 일단 많이 뽑아낸다.

그리고 그를 통해 새로울 가능성에 대해 의심(추론)한다.

게다가 주어진 자료로 새로운 숫자를 창조해 낸다.

그리고 그것을 임팩트 있는 메시지로 바꾸어 놓는다.

애초에 주어진 재료는 같은데 나중에 나오는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위의 자료들도 단편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사실은 아래와 같다.

 

주요 선진국 중 꼴찌.

 

꼴찌에서 2등인 독일의 60% 수준.

 

일본의 절반, 미국의 1/4.

 

나는 세 가지 정도의 메시지만 뽑아내었지만 

어떤 기획자들은 열 가지 이상을 뽑아내기도 했다.

저 단편적인 사실을 통해 우리는 여러 가지 느낌을 받게 되고 

새로운 추론을 끌어낼 수 있다.

 

우리나라 가정이 생각보다 정말 덜 쓰는구나.

 

각 가정은 엄청나게 절약 중이다.

 

가정이 더는 전기를 아끼는 것은 무리다.

 

기획자의 두 번째 역량에 관해 위 사례로 느낌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역량 있는 기획자는 같은 자료에서 남다른 메시지를 끌어낸다.

반면 능력이 떨어지는 기획자는 1차원적인 단순 해설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실제 강의에서 난 한 장이 아니라 17개의 자료를 줘서 

하나하나 메시지를 뽑아내어 그들을 조합하도록 하는 정리 노트를 만들도록 주문했다.

그걸 형상화하면 아마 아래의 그림과 같을 것이다.

최초 사고의 폭을 넓혀서 생각한 다음. 각각의 자료를 정리해 내가면 

그림과 같이 핵심이 점차 압축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세 번째 역량, 생각의 함축 : 핵심을 단순하게 구성하는 일

 

기획자들이 필연적으로 빠지게 되는 함정은 너무 많은 정보에 묻혀 

핵심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정보를 그대로 나열해 버리고 끝내는 것이다.

기획자의 마지막 생각 정리 역량은 전체를 꿰뚫는 핵심을 뽑아내는 일이다.

텍스트로 한다면 단 몇 줄, 거기에서 한 단계 더 전개한다 해도 한 장 정도로 끝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이렇게 정리가 되고 나면 자신의 주장을 1분 이내에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난 지금까지 핵심을 단순하게 구성하는 일에 대해 주로 강의를 해왔다.

아마 이 자리에서 그 모든 방법과 과정을 얘기할 수는 없을 듯하다.

최근까지 내가 생각하는 단순한 정리법은 아래와 같이 

논리 전개 전반에 대한 한 장의 다이어그램을 그려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 능력을 기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프레젠테이션, 

문서들을 읽으며 내용을 요약정리하는 연습을 해보길 권한다.

세 번째 능력은 사실 내가 남들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하기 위한 능력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는 남의 발표와 문서들을 접하면서 

그들의 핵심을 빠르게 간파하고 그에 대처하기 위해 더 요긴하게 쓰인다.

 

물론 남의 발표는 해석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은 논리 전개가 유려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황당하게 전개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기획자는 그 상황에서도 그들이 진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빠르게 간파하여 곧바로 대처해야 한다.

어쩌면 발표하는 그 사람도 몰랐던 것을 받아들이는 내가 더 잘 정리할 수도 있다.

 

 

 

 

 

에필로그

 

지금까지 기획자의 세 가지 생각 정리 역량에 관해 얘기했다.

이 세 가지 역량은 사실 기획자의 기본 자질과도 같은 것이다.

첫 번째 역량인 생각의 폭이 문제라면 계속 협소한 생각 안에 갇혀있어야 한다.

그리고 협업체를 이끌고 갈 수도 없다.

어떤 현상을 다각도에서 접근하지 못한다는 것은 기획자에 있어 치명적이다.

 

두 번째 역량인 생각의 깊이에 대한 문제는 오늘날 생각하기 싫어하거나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기획자들 전반에 대한 것이다.

그들은 이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생각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두 번째 역량개발이 더딜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역량은 응용범위가 매우 넓다.

회의 때 남의 의견을 듣고 정리하는 것. 미팅에서 1:1로 논의하는 것.

나의 의견을 펼치는 것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능력이다.

이 세 가지는 유사한 것 같으면서도 매우 다른 접근법과 응용범위를 가진다.

 

이 생각 정리 역량을 지나고 나면 표현력이라는 새로운 역량 체계와 마주치게 되는데 

이는 이건 나 자신도 좀 더 정리가 필요한 부분같이 느껴진다.

아마 이 역시도 오늘과 같이 정리를 시도할 때가 올 것 같다.

 

 

 

[출처]

ppss.kr/archives/24567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