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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사이트를 보면 면접관 관점에서 나쁜 면접자들을 열거하며 

이렇게 하지 말라는 식의 글은 널렸지만, 면접자 관점에서 나쁜 면접을 겪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아마 없을 것이라 본다.

 

"시간 약속을 잘 지켜라."

 

"허둥대지 말고 침착히 예의 바르게 대답하라."

 

이런 기본적인 자세는 누구나 알고 있고 

이러한 자세를 지키지 못하는 구직자는 구직자의 기본이 안 된 

사람으로 취급하여 불합격을 시켜야 한다고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구직자에게 요구하는 만큼 회사가 구인의 기본을 지키고 있느냐 묻는다면 

떳떳하지 못할 회사가 게임업계에는 적지가 않다.

 

이번 이야기는 게임업계에서 내가 직접 겪어본 "나쁜 면접 사례"에 관한 거다.

 

 

 

1. 시간 약속은 어겨도 된다?

 

누구나 가장 기본으로 꼽는 것을 마지않는 시간 약속을 예로 들어보자.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여러 회사에서 수많은 면접에 면접관으로, 

면접자로 참석해보았지만 실제로 내가 겪어본 시간 약속을 어기는 면접자는 

잘해봐야 열 명 중의 한 명이 있을까 말까 한 희박한 수준이었던데 반해 

면접관들이 면접 시작 시각을 어기고 면접자를 기다리게 하는 경우는 

열 번 중 서너 번이었을 정도로 꽤 많은 빈도였다.

 

누구나 그렇겠느냐마는 나는 보통 삼십 분 이전에 

회사 근처에 도착하고 십오 분 전에 면접실에 들어가 기다린다.

그런데 적지 않은 회사들이 십분 내외에서 삼십 분 

최악의 경우는 한 시간 이상까지 시간을 어기는 걸 겪어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면접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면접관이 자리를 

뜨는 경우도 지각과 함께 꽤 빈번하게 겪어본 일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면접관들의 지각에 대해 정당한 이유와 

면접자에게 사과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면접관은 시간 약속을 어겨도 되나?

 

물론, 많은 경우는 피치 못할 사정-면접관이 다른 업무로 바쁜 경우가 겹쳐 

생겨나는 일이겠지만 곰곰이 따져보자면 면접관이 면접 자리를 비우거나 해야 할 정도라면 

내부 회의나 외부 미팅의 스케줄 관리가 처참한 회사란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고 해도 면접 자리를 쉽게 여기는 자체부터가 변명이 필요 없이 

그냥 구인의 기본이 안 된 회사로 판단할 여지가 충분하다.

 

 

 

2. 이력서는 읽어보지도 않았다

 

구직자의 가장 중요한 미덕인즉 이력서 자기소개서, 

나 같은 아티스트의 경우 포트폴리오도 물론 중요하다.

예를 들면 각 경력의 기간 및 사명과 프로젝트명을 명기하고 

그리고 업무 내용과 퇴사 사유를 객관적으로 쓴 이력서라거나 

어디에서 태어나 어떻게 어린 시절 학창 시절을 보냈고 판에 박힌 문구를 벗어나면서도 

자신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자기소개서라거나 그런데 이렇게 아무리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잘 써 봤자 단 한 줄조차 읽지도 않은 채 

면접에 참석하는 면접관이 적지 않게 있었다.

 

회사나 프로젝트 그리고 책임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우 지원자의 서류심사 과정을 꽤 치밀하게 진행했었다.

이를테면 메신저 인맥을 통해 레퍼런스 체크를 한다거나 

경력 중의 재직 기간이 어느 정도냐를 따진다거나 등은 흔히 진행되는 심사인데 

거기에 여러 경력 사이의 공백기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이것이 이직(널뛰기)인지 퇴사 후 입사인지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고 

퇴사-입사 시기의 회사 프로젝트 분위기가 어땠는지와 조합하면 

구직자의 직업적 가치관을 단편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전 심사에서 충분히 알아봐야 할 부분들을 

면접 자리에서 구구절절 설명해줘야 하는 면접관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만 

이력서와 자소서에 충분히 명기하고 서술한 사항들을(설명을 요구하는 게 아닌) 

굳이 되물어보는 면접관은 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

특히나 이력서와 자소서보다 더욱 중요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고 

미리 판단을 해두어야 하는 부분-이 사람의 결과물과 방식이 자신들의 프로젝트와 

어울리는가 같은 문제를 면접 자리까지 끌고 오는 경우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물론 평소의 업무가 워낙 바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들 이것은 지원자에 대한 사전심사 자체가 미비한 것만은 확실하고 

엄격한 사전심사를 통해서 면접자를 추려내었다기보다는 

일단 보고 판단하자 식으로 허술하게 채용을 진행하는 회사라 볼 여지가 충분하며 

더군다나 이는 우린 지원자에게 관심이 없으니 알아서 어필해봐라 식의 

안하무인격인 자세로 면접을 행하는 경우와 종종 겹치기도 한다.

 

 

 

3. 나는 잘났고 당신은 못났으니 굽신대라

 

구직자의 중요한 미덕은 면접 자리에서의 예의 바른 태도이다.

그러나 무례한 면접관은 과연 용인되어도 좋은가.

실제로 난 무례한 면접자보다 무례한 면접관을 더 많이 보았다.

근본적으로 이건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사람과 일단은 위아래 상하관계를 확실히 해야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믿는 사고방식에 기초하여 면접이라는 과정에 대해 

회사를 갑의 역할로 지원자를 을의 역할로 놓고서야 

심사로서의 목적에 충실할 수 있다는 한 방식이겠으나 

선을 긋고 상하를 강조하다 못해 굽신거릴 것을 

강요하는 지경까지 가버리는 면접관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매우 흔한 방식은 바로 이것이다.

끊임없이 나와 상대를 비교하고, 우위를 강조해 나를 높이고 상대를 낮춘다.

면접이 시작되고 인사하자마자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스스로 격을 높이려는 면접관은 귀여운 수준.

나이와 경력,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며 경험을 쌓았습니까? 라는 

면접의 흔한 질문에 대해 대답했더니만 나는 당신보다 나이도 많고 

경력도 많고 당신보다 경험도 이래저래서 많습니다.-라는 

이야기로 일일이 응수하는 경우는 웃기는 수준이다.

가장 악질적인 경우는, 면접자의 사소한 약점과 흠집을 일일이 들춰내 

인신공격에 가까운 언사로 일단 무릎을 꿇리려는 방식의 면접이다.

 

내 경우는 당신은 그림을 너무 못 그린다.

그림 수준이 낮다. 80년대 공장 만화가 스타일이다.

당신 경력의 이러저러한 부분들을 인정 않는다, 

당신의 생각은 무조건 틀렸다, 하여간 당신은 불성실하다 등등.

엄정한 심사라 생각기에는 의도의 순수성이 의심되는 수준의, 

전문 직업인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폭언을 면접에서 들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아니 글쎄 그렇게 못난 사람이라면 대체 뭐하러 불러다 앉혀놓고 

면접을 보는지 도무지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고, 

나이나 경력 차이도 얼마 안 나는 젊은 사람들끼리 왜 그렇게 상하관계를 내세워 

존경과 굴복을 강요해야 하는 건지 한심한 일인 게 사실이고 

더군다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인생 부정 수준의 인격적 모욕을 가하는 것이 

아무리 면접이라고 해도 정당한 일이지는 못한 건 분명하다.

 

 

 

4. 당신은 못난 사람이니 싸게 받아라

 

앞서 의도의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실제로 많은 경우 격하의 결론은 이것이었다.

 

"당신은 못난 사람이니 싸게 받아라."

 

실제로 많은 게임회사의 경영진, 관리자가 연봉협상에서 

연봉을 낮춰야 하는 근거를 이런 흠집에서 찾는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수립되는 업무관리 시스템 따위 갖추지도 못했으면서 

하여간 네가 일을 한 게 없다는 이유로 연봉을 못 올려 준다거나 

직원에게는 공개되지도 않는 연봉 테이블에 따라서 

하여간 넌 지위도 높고 능력도 많은데 경력이 짧으니 규정상 연봉을 못 올려 준다거나, 

회사의 사정-자금 사정, 투자비용, 비용 절감 등-을 얄팍하게 

직원 개개인의 문제로 돌려버리는 편리한 경영방식의 연장선에 이런 면접이 있다.

 

지원자의 이력서에 대부분은 반드시 명기하게 되어있는 희망연봉이 

서류심사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쓰이는 경우는 

일반적이라 실무자들의 판단으로는 연봉이 적절했기 때문에 

면접까지 통과한 후 대면한 경영자로부터 싸게 받으라는 소리를 듣는 건 그나마 낫다.

최악에는 경영자도 아닌 실무자나 중간관리자급이 

직접 지원자의 연봉을 굳이 면접 자리까지 끌고 와 협상이 아닌 강요를 하는 경우다.

 

이것의 문제는 첫 번째로 실무자나 중간관리자가 인사-경영에 대해 

결정 권한이 실제론 없는 데다 무책임하다는 점에서 매우 저질이다.

 

두 번째로 이런 사람이 심사를 빙자한 협상을 하므로 

결국, 당신은 못났으니 싸게 해라 밖에 내세울 게 없다.

 

세 번째로 사전심사를 건너뛰고 대면에 연봉 문제를 끌고 오는 자체가 

애초에 지원자의 가치를 깎아내릴 목적을 띄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사경영에 대한 허술한 구조와 체계와 절차의 문제는 

많은 영세한 게임회사가 과거부터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그러나 자처하고라도 회사 대부분이 내부 사정을 알 리 없는 지원자에게 

무책임하게 강요하는 행태는 확실히 부당하고 지원자의 격하를 위하여 

우월적 지위를 동원한 갑질을 마다치 않는 자세란 면접관으로서도 

그야말로 밑바닥 시궁창 레벨인 건 분명하다.

난 연봉에 대해서 회사의 사정이 이러하니 얼마 주겠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경우를 그 수많은 면접 중 한두 번밖에 겪어보지 못했다.

그나마 그것은 직원이 아닌 회사의 경영진이 직접 면접관으로 참석하여 

상호 간의 예의와 책임을 중시한 자세로 면접을 진행한 경우였다.

 

 

 

5. 이 바닥이 원래 그렇다. 다른 사람도 똑같다

 

게임업계가 대기업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영세한 회사에는 

앞서 언급한 것 같은 부조리한 체계가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당장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동법 따윈 무시하고 연봉과 직급 직책에 대한 

규정을 허술하게 처리하는 회사가 적지 않았다.

그런 회사를 직접 만들어낸 사장이나, 또는 그런 회사에 오래 다니는 직원에게야 

그러한 문제들이 와 닿지 않을 수 있을 테지만, 

회사를 면접 자리에서 처음 접하게 되는 지원자에겐 

그런 회사의 독자적인 내규란 게 많은 경우 비상식으로 와 닿을 수밖에 없다.

 

내가 실제로 겪은 일들을 열거해보자.

이를테면,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없음, 

수당과 연동되는 연월차 규정, 13분의 1 퇴직금 같은 것이 

당연하다고 우기는 경우는 차라리 낫다.

서류심사이건 면접심사이건 불합격 통보를 어떤 경우건 유무선을 막론하고 

절대로 하지 않는 게 우리 회사의 방침이라고 우기는 경우라거나, 

입사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외주 계약서 쓰고 업무를 진행하면서 

오만 갑질을 동원해 실상 무급으로 시키기도 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회사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고, 

설령 비상식적이라고 해도 이러한 체계에 동의하는 사람들에 의해 일은 진행된다.

그러나 이런 비상식적인 처우나 대우와 노동환경을 직업적 기회를 놓고 

반강제적으로 강요하는 경우는 분명히 문제의 초점이 다르다.

이런 것은 분명히 회사의 구조와 체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경영자가 솔직하게 인정하고 고치려는 경우는 드물다.

하여 아무리 비상식적인 체계나 구조라 해도 우리의 회사에 채용되기 위해서는 

따라야 한다고 지원자에게 쉽게도 강요될 수 있고 

이러한 부당성에 대해서 설령 의문을 표시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많은 경우 "관행"을 근거로 정당성을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 바닥이 원래 그렇다. 다른 사람도 똑같다.

설령 불법이더라도, 상식에 어긋나더라도, 

도의를 벗어나더라도 상관없이 그리고 설령 그렇지 않은 

제대로 된 회사가 있고 따르지 않는 사람이 있더라도 상관없이 

관행이란 부당에 쓰이는 가장 편리한 마법의 말이다.

 

이 말이 참으로 저질인 이유는, 결국 이 회사 만의 자체적인 사정에 불과한 일을 

다 똑같다는 식의 관행을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관행이라고 주장한다면 명백히 착취로 결론 내려진 P사의 

시간당 344원도 관행이고 학생의 연장근무에 무급노동도 다들 한다는 그 관행이다.

참으로 분노를 금치 못할 사실은, 이런 관행이란 무책임은 

결국, 기업의 가장 중대한 책임을 진 경영자에 의해 주장되곤 한다는 사실이다.

앞서 이야기에서, 경영진이 직접 자리에 참석해 회사의 경영방침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응하는 면접을 진행한 경우를 언급해 보았지만, 

반면 내가 회사의 경영방침의 정당성에 관해 물었을 때 경영자로부터 직접, 

다 똑같다는 식의 대답을 들어본 면접이 한두 번이 아니다.

 

 

 

6. 면접이란 일방적인 평가가 아니다

 

참으로 개탄스러움을 금치 못함은 이러한 우리의 경험들 전부가 

문화예술을 창조한다고 내세우는 한국의 게임 기업에 속한 자유와 평등을 

그리고 진보를 중시한다고 주장하는 젊은 사람들의 사회에서 벌어졌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전근대적인 행태란 사실이다.

 

물론 으레 그렇듯이 이런 문제들은 그냥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거나 

또는 당신 혼자만의 문제였다고 쉽게도 말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물론 리버테리안에 가까운 성향이 있는 내 경우 한국 사회 특유의 

갑을 문화에 느낀 사소한 감정적 문제에 불과할 수도 있겠으나 

당장 나뿐만 아니라 내 주위의 동료들에게도 이러한 나쁜 면접을 겪어본 경험은 

아마 이 업계의 누구에게나 담대함은 분명한 일일 테고 

이제 그림 그린 지 이십 년째에 가까울 동안 게임 경력을 쌓고 내일모레면 마흔인 내가 

바로 엊그저께까지도 이런 면접을 겪는 자체가 이 바닥이 다 똑같다는 식으로 말하자면 

도저히 이 바닥은 어딜 가나 전부 시궁창이라고 밖에 말할 수 있는 표현을 달리 찾지 못한다.

 

직업적 기회를 놓고 부당한 갑을관계를 불합리하게 

강요하는 행태가 왜 이 게임업계에는 언제나 빈번할까.

물론 나는 이 이유를 현대 한국 사회의 상하 계급 제도로 변질한 유교문화로부터, 

갑이 을에게 복종해야 하는 한국 기업의 조직문화로부터, 

전문 직업인 사회의 폐쇄적인 특성으로부터, 

영세한 중소기업 특유의 허술한 경영 체계와 인사체계의 문제로부터 

찾아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으레 한국의 젊은이들이 느끼듯, 

결국, 얄팍한 기득권을 통해 약자에게 부리는 횡포에 대한 분노만큼은 금하기 어렵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무리 대단한 회사와 

멋진 프로젝트라 해도 면접이 이런 수준이면 가지 말라는 거다.

실제로 내가 겪어본 이 나쁜 면접 사례 중 몇몇은 

대기업의 차세대 프로젝트와 일류 아티스트가 면접관으로 참석한 때도 있었지만 

나는 분명 이딴 식으로 사람을 대하는 작자들 밑에 들어가 봐야 

회사에서 제대로 된 대우와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고, 

더욱이나 그런 식으로 몇 년을 뼈 빠지게 노력해도 

내 경력에 대해 딱히 큰 가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조차 전혀 들지 않았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쁜 면접이 이루어지는 원인은 결국 회사, 

프로젝트, 팀의 경영/인사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이고 

지원자로선 이러한 조직의 문제점을 미리 "평가"해 

이 회사에 들어가지 않을 근거로 삼아 판단할 권리가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나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사람과 같이 일한다.

전문 직업인에게는 돈보다 더 중요한 원칙이라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업계의 생리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날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나쁜 과정들이 결국 직업사회, 노동자 사회로써 풍토를 

악화시킨다는 사실에 충분히 공감하는 사람도 많을 거로 생각한다.

물론 경력이 충분한 이는 이런 나쁜 일들을 피하는 방식도, 

나아가 갑의 역할에 서서 나쁜 일을 당하지 않는 방법도 익혔겠지만 

이제 갓 들어온 후배들은 이러한 횡포가 강요되는 환경이란 

결국, 착취로 언제든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자.

갑에 선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모두 어제 겪었던 일들이 내일 되풀이되지 않는다면 

업계의 환경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임

 

"어제까지 겪고 있었다."라고 언급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바로 작년 재작년까지도 면접에서 겪은 거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근래 한동안 당장 소속사의 여러 동료들(경영진을 포함하여)을 통해 

틈틈이 나쁜 면접 사례를 수집해보았는데, 

동료들이 과거부터(길게 보면 십수 년 전부터) 경험하였던 부당 강요가 

지금까지도 여러 곳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확신했음은 물론이다.

 

다행스럽게도 작년의 내 소속사는(영세한 규모와 별개로) 

인사경영 부분에 대한 체계와 절차부터 확고히 해두는 회사이기도 하고

(예를 들자면, 인사담당 및 법무 담당을 따로 두거나, 

실무자에게 인사경영 권한을 맡기지 않는다거나 등의 사소하지만, 상식적인 원칙들이다.) 

이런 환경이 바탕이기에 그 이후의 면접부터는 지원자에 대해 

공정한 채용 과정을 수행하려는 노력을 부족하나마 기울일 수 있기도 하다.

 

본문에서 언급한 사례는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말처럼, 

게임회사의 직군 분류에 따라서 그 경우가 매우 다를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 내가 오랜 경력 동안 직접 경험해왔던 일은 

물론 다들 알고 있다시피 주로 아티스트 직군의 면접 사례에 한정될 수 있는 이야기인데, 

한국 게임업계의 아티스트 사회 문화 자체부터가 전근대적인 계급주의와 

시대착오적 도제 문화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라도, 

다른 직군에 비해서 면접 과정 자체를 기본적으로 선후배 복종 관계를 전제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더욱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분명하고 

때문에, 면접관이 면접자에게 인격적인 모욕을 곁들여 

부당한 처우를 바로 앞에서 강요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곤 한다.

 

내가 과거 직접 겪어본 나쁜 면접 사례 중에서 가장 쩔어주는 경험은 

게임업계의 일류 유명 아티스트가 면접관으로 참여한 면접이었고 

사석에서 들었다면 당장 멱살을 붙잡고 주먹을 날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폭언에 대해 

(당시 내 입장에선) 되갚지 못한 게 한이 되었는데, 

시간이 흐른 후 나 역시 지위가 올라가고 나서 당시의 일을 돌이켜보면

(물론 당사자는 이런 일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며 책임회피를 하겠지만) 

아무리 그가 딴 거 다 필요 없고 그림만 잘 그리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사람과 관계를 맺고 같이 협업을 진행할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야 

면접에서 흔히 지원자의 인성을 평가한다고 하지만, 역으로 이 사람이 면접관, 관리자, 

리더로서 과연 적합한 인성을 보유하고 있느냐에 대하여 

그 사람이 가진 업계에서의 위상이나 회사에서의 지위와 역할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근본적으로 인간이 글렀다고밖에 평가가 내려지지 못한다.

 

뛰어난 프로젝트에 경력이 추가되고, 

우수한 아티스트로부터 배워 실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얘기하지만 

사람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사회에서 일한다는 건 

(금전적 대우와는 관계없이) 착취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난 이십 대에 충분히 경험하였고 차라리 돈을 잃는다면 나은, 

아티스트로서의 바이오그래피 중 십 년 이상을 내다 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주장할 수 있다.

 

한때 P사가 자행한 착취의 문제로 게임아트 판이 들끓었지만, 

그러나 확실히 짚을게 그들은 회사의 경영자 이전에 선배 아티스트들이었고 

그들이 착취를 목적하여 강요했던 방식은 업계의 선배 아티스트라는 작자들이 

후배들에게 강요하는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이다.

단지 대가를 적법하게 주느냐로 착취인지 결정할 수 있는가.

이 업계의 선배 아티스트 중 자기 돈으로 부하 월급 주는 사람 별로 없다.

확실하게 말하건대, 당신은 못났으니 싸게 받아라 등의 헛소리들을 

나는 대부분은 선배라 자처하는 아티스트들로부터 직접 들어보았다.

 

 

 

[출처]

www.facebook.com/Radiation.Studios/posts/36014470419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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