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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타트업은 하나의 회사가 아니다

 

보편적으로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전달하는 이미지가 있다.

미디어에서 비추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이미지 덕분인지 모르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근무환경", 

"최첨단을 갱신하는 진보적인 혁신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이직을 고민 중이거나 사회에 나오기 전의 

디자이너들이 위와 같은 선입견을 전제로 질문을 시작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절반의 긍정"과 "절반의 부정"이란 답을 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IT 기술을 활용한 신생 회사들을 통틀어 

스타트업이라 묶어 부르곤 하지만 결국 다양한 배경의 창업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운영하는 각각의 회사일 뿐이다.

비교적 젊은 구성원들의 비중이 높고, 

아직 근무환경이라는 것이 형성되기 이전 기업들이 많으므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유지하는 곳들도 상당수 존재하지만 

수천, 수만 개의 기업의 업무환경을 일반화하여 생각했다가는 후회하기에 십상이다.

 

더군다나 생존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환경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 빡빡한 일정과 과중한 업무가 일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언젠가 최고의 복지라며 각종 언론 인터뷰를 뿌려대던 

중소 규모 스타트업의 실상을 알게 되어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러니 이직을 고민 중인 디자이너라면 각각의 회사에 대하여 

사전에 꼼꼼히 체크하고 해당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 및 

문화가 자신의 기대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을 권한다.

 

 

 

2. "일에서 행복을 얻는다."는 말에 공감하는가?

 

정신론으로 무장한 기업가가 직원을 세뇌하기 위해 

뱉는 말 같지만 스타트업의 생존 경쟁은 녹록지 않다.

당장 1년 뒤에 회사가 유지되고 있을지조차 막연한 조직에 몸담기로 했다면, 

적어도 그 순간의 경험이 다른 무엇보다 즐거워야만 할 것이다.

최악에는 그 즐거움이 당분간 내가 누릴 유일한 복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 사회 1면에서 노동착취라고 비난받을법한 

근무 시간과 강도가 괴로움으로 여겨질지 

즐거움으로 여겨질지는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

기존 조직의 비효율에 지쳤거나, 일보다 정치가 일과를 지배하는 환경에 질렸다면, 

덕분에 일다운 일을 하지 못해 정체성에 

혼란을 맞이하고 있다면 스타트업이 대안이 될지 모른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어떤 팀과 일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지만)

 

스타트업의 구성원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나를 움직이는 것은 "내가 움직인 만큼 회사가 성장한다."라는 것이다.

이것이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스타트업은 매우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3. 스타트업에서는 의도된 못생김이 필요할 때도 있다

 

주로 미대(시각디자인) 출신의 디자이너들은 어쩔 수 없이 

심미적 완성도나 트렌디한 스타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 교육받아 왔고 디테일에 집착하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의도적으로 

시각적 완성도가 떨어지게 하여야 할 경우가 많고

(높은 퀄리티의 아웃풋은 사용자에게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부족한 부분을 발견했을 때의 실망감까지 덩달아 키울 수 있다.) 

완성되지 않은 기능의 제품이라도 고객 앞에 내놓아야 할 경우가 있다.

잘 알려진 스타트업 베이스캠프의 창업자 제이슨 프라이드가 

이에 대한 생각을 공유한 글이 있으니 관심 있다면 읽어보자.

(Drudge Report의 웹디자인이 최고인 이유)

 

지금 바로 Reddit과 Craigslist를 살펴보자.

투박하고 세련미가 다소 떨어지는 이 두 웹사이트가 

미국 웹사이트의 트래픽 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디자이너 커뮤니티인 드리블에서 인기 순위를 다투고 있는 

섬네일에 담긴 핫하고 슬릭한 그 제품을 사용해본 적이 있는가?

 

 

 

4.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에 합류하기로 했다.

실리콘밸리 드림을 꿈꾸며 이 기회에 나도 대박 한 번 

내봐야겠다고 생각한다면 결정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아래 영상의 36분 지점부터 살펴보자.

 

(한글 자막을 함께 보시려면: startuplab.co.kr/lessons/1/lectures/1)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이며 협업 도구 Asana의 대표인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기대 가치 100억인 스타트업에 

10번째 멤버로 합류하는 것보다 기대 가치 1조인 스타트업에 

100번째 멤버로 합류할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이 크다는 것을 표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직설적으로 말한다면 당신이 얼마만큼의 리스크를 감수할지 

결심하기 전에 리턴의 크기 역시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에서 성공 사례로 다뤄지는 그나마 많지도 않은 

국내 스타트업의 엑시트 규모가 대다수 10–100억 단위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향후 당신이 얻게 될지도 모르는 리워드의 규모가 

지금 다니고 있는 대기업 연봉과 보너스 몇 년 치를 

합친 정도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의 팀이 Next 쿠팡이나 카카오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뛰어들어도 좋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경제적 혜택을 뛰어넘는 미션을 찾고 있기를 바란다.

그게 아니라면 버티기 힘든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5. 내가 주인인 기업?

 

스타트업에 합류하며 내가 주인인 회사를 꿈꿨다면 그 꿈에서 빨리 깨어나기를 바란다.

스타트업의 주인은 주주이다.

그리고 창업자가 최대 주주인 경우가 많으니 엄밀히 말해서 창업자(대표이사)가 주인이다.

많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동안 종종 그의 판단이 내 생각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기존의 회사에선 목소리도 낼 수 없었지만 몇 안 되는 인원의 회사인 만큼 

의사 결정을 좌우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대표와 싸워 이기려 한다면 

당신은 팀의 트러블 메이커가 되기에 십상이다.

 

물론 당신이 공동창업자나 대표에 버금가는 주주라고 한다면 

조금 다른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역시 스타트업의 의사 결정은 대표가 내린다.

이것은 "각하께 충성을!" 류의 전제군주정 

기업문화가 바람직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것에는 대전제가 깔렸다.

"창업자의 비전을 나침반 삼아 나아가는 배에 선원으로 올라타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희박한 성공 가능성을 그나마 높이려면 

모든 선원이 하나의 비전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도착지가 황금성 일지 해골섬 일지는 결국 끝까지 가봐야 

판명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 맘대로 키를 잡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장인 창업자가 나아가는 길이 진심으로 잘못됐다 믿는다면?

과거 몇 번의 실수를 통해 배운 것이지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절을 때려 부수면 안 된다.

당신이 믿는 성공을 향한 방향이 그의 것과 다르다면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남거나 혹은 

떠나서 새로운 배를 만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6. 스타트업은 "하나" 이기도 하다

 

앞서 스타트업은 하나의 회사가 아니라는 말을 했지만, 어찌 보면 하나 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이직을 고민하는 디자이너들이 

가장 많이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고용 불안정성"이다.

사실 최근 돌아가는 현실을 보면 더는 안정적인 직장이란 게 있기는 한가 싶지만 

일단 스타트업에 합류한다고 해서 당신의 고용 안정도가 

현저히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물론 가장 좋은 옵션은 합류한 회사가 성공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당신의 고민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합류한 회사가 망한다면?

 

벌써 직장을 잃고 백수생활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당신과 같은 이유로 스타트업 업계로 

넘어오지 못하는 디자이너가 훨씬 많은 탓에, 

유망한 스타트업들에게 당신처럼 좋은 디자이너를 

만나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그저 제품을 통해 당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것뿐이다.

어쩌면 어떤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심하는 것은, 

당신의 경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더 많은 회사를 만나게 되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추가 사항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해주신 의견을 반영한 추가 내용입니다.

가능한 지속 업데이트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More and More가 필요한 시점

- 2016년 8월 9일 추가 -

 

앞서 내용 대다수는 아직 20–30명 내외의 구성원으로 운영되는 

얼리-미드 스테이지의 스타트업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부족한 자원의 기업들이 우선순위를 결정하면서 도움이 되기를 바라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선 성장 단계에 다다르면 사업의 여러 부문이 경쟁에 노출되고 

대중을 향해 매스마케팅 등을 진행해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

 

이때부터는 제품의 모든 방면에서 질적 향상이 중요해진다.

특히 기업의 인상을 결정짓는 브랜드 영역의 경우 기술, 

가격만으로는 변별하기 어려운 지점에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팬덤으로 

이어지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할 수 있다.

 

흔히 "디자인 = 애플"로 통일되는 맥락에서 장인정신이 강조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제품을 사용하는 전체 과정 안에서(ex. 포장을 뜯는 순간부터 사용하는 내내) 

감각적으로 풍요로운 만족을 얻는 것은 단순히 한두 개의 기능적 우위가 

가져다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큰 가치를 창출한다.

 

물론 이 시점에 다다른 스타트업(엄밀히 말해 Uber, Airbnb, 

라인 등의 기업도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으니만큼)이라면 

자체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을 테지만 

만약 구직하는 디자이너 관점에서 더 높은 경지의 

장인 정신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다면 

초기 스타트업보다는 이미 어느 정도 성장을 이뤄낸 기업이

(적어도 시리즈 C-D 라운드 이상이며 디자인 R&D에 지속해서 투자할 수 있는 규모)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 데 적합한 형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적다 보니 곳곳에 부정적으로 비치는 내용이 곳곳에 눈에 띄긴 하지만 

결론은 누가 봐도 좋은 선택처럼 여겨지는 게 나에겐 최악의 선택일 수 있고 

누가 봐도 험난한 여정이 내게는 즐거운 여정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미디어에서 지나치게 포장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겁을 주는 등 

현실과 다소 거리감 있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노출하지만 

결국, 선택은 당신의 몫이고 그 결과가 복권처럼 대박 아니면 꽝일 리는 없다.

어차피 100세 시대라는데 물려받은 땅이라도 있는 게 아니라면 

싫어도 어쩔 도리 없이 일해야 할 세월이 구만리다.

그러니 기왕이면 자신이 즐기는 길을 찾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출처]

webuildprodu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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