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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똥을 누는 것과 비슷하다.

찔끔찔끔 나오거나 전혀 나오지 않거나, 

또는 억지로 나오거나, 리듬을 잃으면, 전혀 쾌감이 없다.

 

 

매일 아침 자리에 앉아 글을 쓰는 과정이 한 사람을 작가로 만든다.

이걸 해내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추어로 남는다.

 

 

예술과 글쓰기에 관해 나는 "진짜" 작가를 낙담시키기란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처럼 "그만둘 수 없어서 글을 쓴다."고 말하는 게 작가다.

"진짜" 작가라면 그렇게 생각한다.

부와 명예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게으른 몽상가나 어정뱅이는 작가가 아니다.

진짜 작가라면 누가 억지로 그의 손목을 부러뜨릴 수가 없고, 

그렇더라도 진짜 작가는 코나 발가락으로라도 글을 써댈 것이다.

누가 기를 꺾는다고 해서 정말로 풀이 죽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차라리 뛰어난 발레리나나 훌륭한 조각가, 꼼꼼한 법률가, 내공을 갖춘 역사가, 

상상력이 넘치는 과학자처럼 공익에 일조하는 사람이 되는 편이 훨씬 더 행복하고 쓸모 있는 삶이리라.

 

 

이 책은 글 쓰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다.

만년필로 쓰든, 워드프로세서로 쓰든, 

글쓰기란 결국 방 안에 홀로 앉아 자신으로부터 쥐어짜 내는 것이다.

누구도 이 일을 가르칠 수는 없다. 하지만 배울 수는 있다.

글쓰기는 자발적인 일인 데다 어떤 기술은 "책 한 권"에서 얻을 수도, 

채찍질 같은 구절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 속에서 도무지 글쓰기에 몰두하지 못하다가 불현듯 작가로 거듭나는 법이다.

 

 

나는 늘 지인들을 소설 속에 드러나지 않게 녹여 넣는다.

소시지에서 돼지를 알아볼 수 없는 것처럼.

 

 

서투른 소설가는 인물을 꾸며낸다.

인물에게 방향을 지시하고, 말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진정한 소설가라면 인물이 하는 말을 경청하고, 그의 행동을 주시한다.

인물에 대해 미처 알기도 전에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소설가라면 잠들 때도, 꿈에서 깨어날 때도 인물들과 함께여야 한다.

소설가는 인물들을 증오하는 법, 그리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레프 톨스토이는 인물을 구축하는 법에 관해 다음과 같은 위대한 말을 남겼다.

"부부가 서로 이성적으로 대화할 때 그들의 결혼 생활은 파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스스로 만들어낸 인물의 손아귀 안에 있어야 한다.

반대의 경우라면 문제가 발생한다.

 

 

나는 내가 만든 인물들이 실재하는 사람들처럼 현실적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딱히 구속되지 않는다. 내게는 동반자가 꽤 많다.

 

 

좋은 작가들이라면 사이좋은 유인원들처럼 나란히 앉아 

옥신각신하며 서로의 글에서 떨어져 나온 벼룩을 줍는 법이다.

 

 

나는 찬사와 비난 모두에 대해 극단적으로 무심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찬사는 허영심을 불어넣고 비난은 자기 연민에 빠져들게 한다.

둘 다 작가에게 전혀 좋지 않다.

 

 

영리한 사람으로, 나아가 인류의 공헌자로 기억되고 싶다면 소설을 쓰지 마라.

소설이라는 말 자체를 꺼내지 마라.

대신 복리 이율 계산표를 만들든지, 지난 75년간의 기상 자료를 수집하는 편이 낫다.

보험 통계 양식을 개선해도 좋다.

대개의 사람은 "창작"하는 사람보다 모든 면에서 쓸모 있는 사람으로 비치고, 

작가처럼 무시당하거나 조롱당하거나 비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적게 경험한다.

게다가 사실 소설을 쓰고 있다며 주목과 관심을 끌고자 하는 사람들은 

보통 이야기를 펼치는 재능이라고는 손톱만큼도 갖지 못해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단 30초도 남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

더러운 농담을 하더라도 그렇다.

 

 

작가의 삶은 인정받거나 퇴짜 맞거나, 화려하거나 초라하거나, 극단만 있을 뿐 중간이 없다.

작가의 삶이란 감정적으로 소모가 심하다.

따라서 구태여 젊은 작가들의 용기를 꺾을 필요가 없다.

살면서 그럴 일이 많을 테니까.

서른 살 이하의 작가는 많지만, 상당수가 중도 이탈한다.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어도 집중력을 유지하고, 

스스로 규칙을 지키고,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거절을 당해도 오뚝이처럼 일어선다면 다른 이들을 넘어설 수 있다.

 

 

역량을 발휘해 글을 쓰려면 종합적인 어휘력과 전체 구조를 보는 예리한 감각, 

그리고 내면의 울림과 흐름이 살아 있어야 한다.

또한, 감각을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한데 자제력을 발휘하더라도 술을 마시면 이런 감각들이 무뎌진다.

술을 한두 잔 들이켜야 진짜 이야기에 도달했다는 기분을 느끼는 작가는 많지만, 

술로 인해 진짜 이야기를 하는 능력이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작가는 많지 않다.

 

 

작가라고 유별나게 굴 필요는 없지만, 유별나게 굴어서 나쁠 것도 없다.

작가는 영원한 아웃사이더이며, 항상 글감의 이면을 보려 들기 마련이다.

원한은 작가의 눈을 예리하게 만든다. 적개심은 작가의 킬러 본능을 날카롭게 한다.

 

 

좋은 스타일이란 기본적으로 가식을 떨지 않을 때 나타난다.

가식적인 글은 해마다 날마다 순간마다 바뀐다. 우리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

죽음이 가까울 때 늙은 것이 아니라 좋은 것에서 나쁜 것을 찾아낼 수 없을 때 늙은 것이다.

 

 

작가의 스타일은 무엇보다도 그의 정신을 충실히 대변한다.

그러므로 확고한 스타일로 글을 쓰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고상한 스타일로 글을 쓰고 싶다면 먼저 고상한 영혼의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

 

 

"자기 안에 좋은 이야기가 없는 데도 좋은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기법은 없어도 됩니다. 할 말이 없는데 기법만 뛰어난 사람보다 할 말이 있는 쪽이 백배 낫습니다."

 

 

당신에게 조언을 해주고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아무도 없다.

방법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라.

자신을 글쓰기로 이끄는 동기를 찾아내라.

그 동기의 뿌리가 자신의 마음속 가장 깊숙한 곳까지 뻗어 있는지 살펴보라.

글쓰기가 자신을 거부하면 죽음이라도 불사할 것인지 생각하라.

이 모든 과정 전에, 조용한 밤 혼자 자문하라.

나는 반드시 글을 쓸 것인가?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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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직 또는 과거에 활동했던 여러 소설가, 시인, 시나리오 작가, 칼럼니스트 등 

"글쓰기"에 관련한 그들 나름의 조언들과 의견들이 담겨있는 책으로서 

"글쓰기"에 대한 조언집 또는 명언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원제는 Advice to Writers로 해외 서적을 번역한 책이다.)

 

비평, 좌절, 술, 용기, 장르, 돈, 표절, 자질, 원칙, 스타일, 요령, 습관 등등 

글쓰기에 관련된 총 34가지의 주제들을 담고 있으며 

책에 실린 분들은 모두 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 내용 대부분이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어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들은 

부담 없이 무난하게 읽을 수 있다.-라는 장점이 있지만 

모두 외국 작가인 데다가 서양 문화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관련된 상식들이 부족하다면 읽는 데 다소 불편할 수 있다.

또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 있는데 

그러면 취사선택하듯이 마음에 드는 조언을 선택하면 된다.

 

위와 같이 장, 단점이 있는 책이지만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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