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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를 목표로 하는 사람에게 가장 안 좋은 것은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모른다."라는 사실입니다.

편집자에게 퇴짜 맞기를 수차례, 이런저런 지적을 당한 끝에 

그럼 무엇을 그리면 되느냐고 반문하는 신인 만화가들이 있는데요, 

이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질문입니다.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모른다."라는 것은 암흑 속을 걷거나 아무것도 없는 

맨질맨질한 바닥을 걷는 것과 같아서, 이런 상태에서는 "지도"조차 무용지물이 됩니다.

만화를 그리는 목표가 무엇인지, 그것을 절대로 시야에서 놓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하세요.

 

 

어떻게 하면 팔릴 것인가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히트작을 

연구하는 일이 필수지만, 단순히 흉내만 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잘 팔리는 만화라도 단순히 흉내만 잘 내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은 금물입니다.

어디까지나 그것들을 연구한 상태에서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항상 탐구해야 합니다.

 

 

주인공이 무엇을 하고 싶은 인물인지, 그 행동의 동기를 

분명히 그리지 않으면 캐릭터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사람이 왜 행동하는가?"를 그린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 

이 점이 애매한 경우 독자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못 그려도 잘 팔리는" 만화의 그림은 "잘 그렸는데 안 팔리는" 만화의 그림과 어떤 점이 다를까요?

그 비밀은 작가가 누군지 바로 알아본다.-라는 점에 있습니다.

잘 팔리는 만화는 그림의 분위기 자체가 달라서 

한눈에 누구의 작품을 읽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어떤 만화가의 그림인지 구분이 어려운 만화는 

독자 앙케트 수위에서도 밀리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만화의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한눈에 봐도 

누구 그림인지 알 수 있게 그리는 것이다.-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림도 필적과 마찬가지로, 그리는 사람의 개성이 배어 나오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에 더해 만화의 그림에는 디자인이나 분위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림"이라는 것은 유행은 있어도 "이렇게 그리지 않으면 안 된다."라거나 

"무엇이 기본이고 어떤 그림이 독자에게 어필한다."라는 규칙은 없다고 보입니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요컨대 작가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만화에서는 인물, 혹은 의인화된 동물이나 기계가 

주요한 캐릭터가 되기 때문에 정물화나 인물화의 기본은 마스터해둘 것을 권합니다.

기본을 공부하지 않으면 기술이나 표현력이 발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천재적인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가 어른이 돼서도 멋진 그림을 그리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이미지대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요즘 왠지 안 그려지네."라고 생각되는 시기가 반드시 옵니다.

그렇게 다소 고민이 되더라도 아무튼 계속 그리다 보면 돌파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애당초 그리고 있지 않으면 고민하는 일조차 없습니다.

 

 

흔히 후다닥 그려서 "나 잘 그리지!" 같은 느낌을 주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그림 자체의 수준은 차치하더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데 

그렇지 않은 척하는 그 태도부터 호감이 가지 않으므로 그만두는 편이 좋습니다.

이런 그림은 전혀 잘 그린 그림이 아닙니다.

잘 그린 것처럼 보이는 것은 본인뿐,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애당초 그림을 잡스럽게 그리는 것 자체가 안 되는 일입니다.

마감에 쫓기고 있다 해도, 가능한 정성 들여 그리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프로인 이상 최선을 다하지 않은 그림을 그리면 안 되며, 그런 행위를 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테마"란 이른바 작가의 생각이며,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작품의 근본에 두고 흔들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자신의 테마를 얼마나 강하게 믿고 있는지에 

달려 있으며, 아직 인생 경험이 적은 사람에게는 힘든 일일지도 모릅니다.

"테마"가 흔들린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알 수 없게 되는 것과 같으므로 

그것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면 "테마"를 관철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테마"는 어디까지나 자기 인생과 관련이 있어야 합니다. 그 점이 중요합니다.

"테마"를 정하고자 할 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스스로는 별다른 관심도 없으면서 

유행이나 시류 등에 편승해 "테마"를 정하는 일입니다.

잘 팔리는 만화의 "테마"를 자기 "테마"로 가져다 쓰면 유행이 지났을 때 

원래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왜 이것을 그리는 걸까?"라는 벽에 부딪히고 맙니다.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왜 그리는지?"라는 것은 만화가에게는 근본적인,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신이 관심이 있고, 마음 깊은 곳이나 인생과 관련된 것이 

어두운 테마라서 안 되겠다 싶어도, 저는 그것을 그리기로 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히트할지 말지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반드시 잘 팔릴 것 같은 "테마"가 아닙니다.

스스로 "이거다!" 싶은 테마라면 어떠한 것이든 작가의 마음을 울리는 "캐릭터"나 "스토리"를 통해 

얼마든지 재미있는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독자도 그 마음을 받아줄 것입니다.

"만화가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믿고, 

만화의 왕도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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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그린 일본 만화가 

아라키 히로히코가 쓴 만화 작법에 관련된 책이다.

 

작가가 30년이 넘게 만화가로 활동하면서 쌓아온 

만화 작법에 대한 경험과 지식 등을 이야기하는 책으로서 

만화 도입부 그리는 법, 좋은 만화 기본 4대 구조, 

캐릭터 만들기, 스토리, 그림, 세계관 만들기 등등 

좋은 만화를 그리는 데 필요한 여러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고 

그래서 작가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하나도 없었던지라 별다른 편견(?) 없이 접하여 읽을 수 있었는데.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라는 제목의 만화가 있다는 사실은 어렸을 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주변에 이 만화를 읽었다는 사람이 없었을뿐더러 국내에 발행된 단행본도 본 적이 없다 보니 

만화가 나온 지 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읽어보질 못했다. 게다가 희한하게도 관심마저 안 생겼다는.;;;)

작가 본인이 그린 만화를 통해 작법을 설명하는 부분이 

여럿 있어서 무난하게 읽는데 약간 애로 사항이 생기기도 했다.

작가가 그린 만화들을 미리 읽어보지 않더라도 이 책을 읽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지만 

여유가 된다면 작가가 그린 만화들을 읽어본 후에 

이 책을 읽어본다면 조금 더 유익하게 내용이 읽힐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처음 책을 봤을 때는 책 제목과 표지가 범상치 않게 느껴졌었다.

"만화술"이라는 생소한 단어와(마시는 "술" 얘기가 들어간 건가?- 하고 처음에는 오해를.;;;) 

남자 캐릭터 두 명이 서로 포옹하는 표지를 보고 이게 뭔가? 싶어서 읽게 된 책이다.

(정보를 찾아보니 표지 왼쪽의 남성은 작가 본인(?)이며, 

오른쪽은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 등장했던 "키시베 로한"이라는 캐릭터라고.)

 

아무튼, 만화 그리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관련한 유익한 내용이 많으니 한번 읽어보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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