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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어떤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쓰건, 

시나리오의 완성은 의자에 진득하게 앉아서 글을 썼을 때야 가능한 일이다.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가, 또는 잠을 자다가, 아니면 청소를 하다가 

여러분을 괴롭히는 드라마틱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경우가 가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개는 시나리오를 직접 써야만 문제를 고칠 수 있는 법이다.

작가는 글로써 승부한다.

 

 

 

영화가 빌딩이라면, 시나리오는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따스한 벽난로 앞에 연인과 다정히 앉아 포도주를 음미하면서 

멋있는 청사진을 감상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쇼 비즈니스계 종사자를 제외하면, 햇빛 쏟아지는 바닷가에 가면서 

시나리오를 들고 갈 사람도 세상에 없다.

무슨 말이냐 하면,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시나리오는 존재의 의의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내용이 좋은 시나리오를 써내는 것은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지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며, 이 책에서도 그러한 부분을 다룬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며,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분이 시나리오를 쓴다고 하는 고행의 길로 들어서고자 한다면 

내용이 좋은 시나리오를 써내는 것 외에, 중요한 것이 또 무엇이 있는지를 이해해야만 한다.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는 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어떤 훅을 고안해 냈는데, 

그것과 상당 부분 유사한 훅을 담은 영화가 최근에 만들어졌거나 

또는 할리우드 어딘가에서 기획되고 있다면,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게 상책이다.

한 5년쯤 뒤에도 그 프로젝트가 완성되지 않았고, 

사람들이 그런 프로젝트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을 경우에는 

다시 그 프로젝트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제목은 여러분 시나리오에 담긴 문구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문구이다.

제목이 매력적이면 사람들은 여러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거나 여러분의 시나리오를 읽게 될 것이다.

제목이 재미없거나 혼란스럽거나 건방져 보이면 

사람들은 여러분의 시나리오를 덮어 버릴 것이다.

 

 

 

스토리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팔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시나리오는 영원히 안 팔린다.

 

 

 

영화는 장인(craftsman)의 작업이다.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의 사람이 매달려 작업한다.

그리고 수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여된다.

영화는 오락적이어야 한다. 영화는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영원히 변치 않을 테마와 서브 텍스트를 신선한 방식으로 담아내야만 한다.

한편,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만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면, 

그 영화에는 혼이 담기지 않을 것이고 결국에는 누구도 즐거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 생각은 하지 않고 여러분 혼자만 즐거울 수 있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다면, 그 영화는 만들어질 가능성이 없다.

 

 

 

놀라움이 담겨 있지 않은 이야기는 따분하다.

필연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는 사기 치는 것 같다.

본질적으로, 이야기는 우리가 그걸 경험하고 있을 때는 놀라움의 연속이어야 한다.

하지만 결말부터 거꾸로 돌이켜 봤을 때, 그 모두는 합리적이었다고 이해가 되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경험한 결말이 그 이야기의 진정한 결론이라고 깨닫게 된다.

 

 

 

캐릭터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는 

캐릭터의 성격(포부, 두려움, 결점)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와야 한다.

그런데 캐릭터는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목적하에서만 존재한다.

따라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지 못할 경우, 영화는 캐릭터 때문에 지지부진해진다.

(중략) 캐릭터 자체는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지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데 

아무런 역할도 못하는 캐릭터는 쓸모없는 캐릭터이다.

 

 

 

뻔한 것을 거부하라. 밀려오는 파도를 향해 헤엄쳐라.

뭔가를 생각해 냈다면 다른 영화에서 봤던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라.

다른 영화에서 본 것이라면, 그보다 더 나은 것을 끄집어내려 노력하라.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뭐, 괜찮다. 하지만 그러려고 노력은 해봐야 한다.

 

 

 

가장 뛰어난 시나리오는 투명한 시나리오다.

시나리오를 읽고 있다는 느낌 대신, 영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는 뜻이다.

(중략) 시나리오를 쓸 때 세워야 할 목표는 검토담당자들이 

실제로는 시나리오를 읽고 있으면서도 마치 영화를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끔 하는 교묘한 솜씨를 발휘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글들이 "종이에서 꿈틀거리며 튀어나오는" 경지이다.

시나리오 검토담당자들은 여러분이 행동을 묘사하는 데 사용한 실제 문장은 기억하지 않는다.

검토담당자들은 자신들이 읽은 단어는 까맣게 잊는다.

그들은 캐릭터가 한 말과 시나리오에서 일어난 사건만 기억한다.

 

 

 

장르에는 관객들을 만족하게 하려면 반드시 전달해야만 하는 요소들이 있다.

여러분의 영화가 영화적으로 얼마나 훌륭한가? 여부와 무관하게, 

장르가 전달해야 할 것들을 영화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경우,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혼란스러워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영화는 쪽박을 차게 될 것이다.

 

 

 

"진실을 파악하라."

예술작품이나 연기를 볼 때, 잘못된 것을 먼저 보려 들지 말고 

제대로 된 것을 우선 찾아내라는 뜻이다.

여러분이 비판을 듣는다면, 그 비판이 뭐가 잘못됐는지 찾으려 들지 마라.

비판의 옳은 점을 찾아내라. 진실을 파악하라는 말은 아무리 멍청한 피드백이라도 

어느 정도 진실하고 유용하다는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는 말이다.

 

 

 

시나리오를 사망으로 몰고 가는 가장 주된 원인은 

시나리오 작가가 고쳐 쓰고, 재작업하고, 다시 생각하고, 

가다듬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분의 작품을 소중한 작품으로 만들어라.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시각이 생길 것이다.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는 

써놓은 시나리오로부터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기가 어려운 법이다.

가끔씩 쓰던 시나리오를 내려놓고 거리를 둘 필요도 있다.

 

 

 

완벽한 초고를 써내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장면 하나하나를 다시 검토하면서 가능한 모든 것을 제대로 반영해냈는지 확인해야 한다.

페이스와 이야기의 논리, 캐릭터를 재검토하라.

제작자 입장에 서 있다고 가정하고는 시나리오를 읽어 보라.

에이전트 입장에서 시나리오를 읽어 보라. 스타 입장에서 시나리오를 읽어 보라.

 

 

 

시나리오를 쓸 때 들였던 시간만큼을 고쳐 쓰기에 투입하라.

아니,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라. 시나리오의 모든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또 던져라.

이건 지독할 정도로 힘든 일이다. 마음에 드는 뭔가를 얻었을 때, 

그걸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에 노출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여러분이 어떤 협상을 벌이건, 불리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가슴에 사무칠 정도로 후회하거나 하는 일은 결코, 절대 하지 마라.

그런다고 밝은 미래가 열리지는 않는 법이다.

여러분이 너무 적은 액수를 불렀는데 덜컥 계약이 체결됐다고 하자.

그렇더라도 후회하지 말고 그냥 최선을 다해라.

이 프로젝트를 협상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지급한 수업료라고 생각하라.

그리고는 다음번에는 더 유리한 계약을 성사시키겠다고 결심하라.

 

 

 

여러분이 사랑하는 것을 써라. 여러분이 보고 싶은 영화를 써라.

아니면 극장에 가서 보고 싶지 않은 영화일지라도, 

여러분이 즐겁게 글을 쓸 수 있는 영화를 써라.

 

 

 

절대로 배고프기 때문에 글을 쓰지는 마라.

배고프기 때문에 글을 쓴다는 건 순전히 돈을 위해서 글을 쓴다는 뜻이다.

상업적 시나리오를 써서 떼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모습에 속지 마라.

그들은 순전히 돈 때문에 글을 쓴 것이 아니다.

글을 쓰는 걸 좋아했고, 글쓰기에 재능이 있던 그들은 자신들의 솜씨를 몇 년 동안 

갈고닦은 덕에 정상에 오른 필력으로 글을 쓴 것이다.

그들은 결코 지조를 버리지 않은 사람들이다.

배고프기 때문에 글을 쓴다면, 여러분이 별 애정이 없다는 걸 알아차릴 것이고, 

그 결과 그들도 애정을 갖지 않을 것이다.

우리, 현실을 직시하자. 시나리오를 팔아 치울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이것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여러분이 글쓰기에 대한 애정을 품고 

집필한 글이 팔리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여러분이 품었던 그 애정만큼은 아직 여러분 몫으로 남아있다.

여러분이 배고프기 때문에 글을 쓰면, 여러분에게 남는 것은 배고픔뿐이다.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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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에서 영화와 TV 시리즈의 시나리오작가로 활동한 

알렉스 엡스타인라는 분이 쓴 책으로서 좋은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노하우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스토리텔링 공부를 위해 구매했던 책인데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2006년~2007년쯤에 구매한 책이다.;;;

구매 당시에는 내용이 별로 재미가 없어서 초반 부분만 조금 읽고 

10년이 넘도록 집에 내버려뒀웠는데 2020년 10월이 돼서야 처음으로 완독했다.;;

 

책은 2005년 7월에 국내에서 발간되었는데 책이 인기가 없었던 모양인지 

2020년 10월 현재는 재판도 한번 없이 완전히 절판된 상태로 책을 읽으려면 중고로 구매하거나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어야 하는데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검색해 본 결과 

서울시에 있는 시립도서관에서는 책을 찾을 수 없었고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으려면 국립중앙도서관을 방문해야 한다.;;;

 

책 내용 대부분이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훅(HOOK)과 플롯(PLOT), 

캐릭터(CHARACTERS) 관련 내용이 가장 재미있었다.

구매 당시에는 왜 그렇게 재미가 없게 느껴졌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다.;;;

 

책은 영화 시나리오 작성법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지만, 

스토리텔링 관련 유익한 내용이 많기에 장르 불문하고 "스토리텔링"을 

공부하고 싶은 지망생분들에게는 꼭 읽어보길 권장하고 싶었다.

그러나 권장할 수 없는 이유가 두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미국 영화계를 바탕으로 쓴 책이라 국내 현실과는 다를 수 있고 

두 번째는 책이 나온 지 워낙 오래되었고 절판도 된 상태라 책을 접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다른 시나리오 작법서를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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