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젊은 친구들에게 

"프로가 될 거면 일찌감치 자기를 프로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고 말하는데요.

그렇게 하면 상대와 돈 문제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기가 수월해지고 

수준이 받쳐주면 상대도 프로로서 정당하게 대접해주게 돼요.

"그림은 확실하게 그리겠습니다."하고 자기 작업물에 대한 

책임도 생겨나고 여러 가지가 분명해질 거예요.

 

 

 

재능이 있는 사람은 주위에서 내버려두질 않아요.

(중략)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모두가 엄청난 재능을 가진 건 아니고 가졌다고 해도 

그걸 멋지게 꽃피울 수 없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자신이 지금 업계 속에서 

어느 정도인지를 고민하지 않고선 묻혀버리고 말죠.

잔혹한 것 같지만 당연한 이야기라 처음부터 자각이 없으면 더더욱 스타트가 늦어져요.

 

 

 

일러스트라는 건 상대가 바라는 것을 헤아려 형태로 만들어내는 능력이지, 

자기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 아니거든요.

그걸 이해한 상태에서 그림 일을 했을 때 어떻게 표현하면 

이룰 수 있느냐 하는 건 상당히 깊이 파고들어 생각해봐야 하는 건데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좋아하는 그림을 만연히 그리는 상태라면 

그런 사람은 대부분 사라져버리고 만다는 이야기예요.

 

 

 

본인도 수긍하지 못하면서 생각 없이 칠해봤자 상대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어요.

여긴 노란색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내면으로 파고들어서 찾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자각 없이 그냥~ 저냥~ 색을 칠하면, 예를 들어 하늘이니까 파랗게 바다니까 청록색으로 한다든가, 

그렇게 관념적으로 매사를 접하다 보면 깊이 파고드는 질문을 받았을 때 갈팡질팡해요.

하지만 자각하고 있으면 설령 그때는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더라도 

자기 안에서는 앞뒤가 맞기 때문에 설명할 수가 있어요.

 

 

 

평소 자기 생각이나 취미에 자각이 있으면 기세를 타고 질러버려도 

내면에서는 정답을 선택한 경우가 많지요.

정답이란 건 가장 잘 맞는 것을 고르는 거라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고를 때 난 왜 이쪽을 골랐는지를 평소에도 생각해두면 훈련이 되죠.

평소 자신의 행동원리가 어디서 오는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단정 짓기 전에, 

그 감각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하는 게 큰 이익이 되는구나 하는 이야기예요.

긴급 상황에서 무언가를 선택할 때 오류가 줄어들죠.

좀 거창하게 말하면 채색도 마찬가지예요. 그리려 했던 모티프에 대해 오류가 없는 색을 칠한다는 거.

그게 "소위 일반적인 관점"에서 벗어났어도 상관없어요.

취향이 아니라 그림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걸 건져내는 힘이 중요하죠.

이 그림이 바라는 색은 뭘까 생각하는 거예요.

자각하면서 매사를 대한다는 건 인생 전반에서 매우 중요하고, 

그림을 그릴 때도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다, 뭐 그런 거죠.

 

 

 

무턱대고 그저 선을 긋는다고 그림이 좋아지는 게 아니니까,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이해하고 있어야만 하죠.

데생을 딸 거라면 "위치 정보를 얻기 위해"하는 식으로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해요.

뭘 가지고 선을 그을지를 아는 게 바로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죠.

"그냥 잔뜩 그었습니다!"하는 식으로 목적 없는 선은 거의 도움이 안 돼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전 단계로 지금 말한 것 같은 이론을 알아놓고 

시작하면 쓸데없는 시간을 잡아먹지 않아도 되겠지요?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는 건 이론을 모른다는 이야기니까.

그림을 그리는 이론을 제대로 배워놓지 않으면 그리지도 못한 채 쓸데없는 시간을 허비하게 되죠.

 

 

 

항상 다양한 사물을 잘 봐둘 것.

아버지의 얼굴을 빤히 볼 기회는 별로 없겠지만, 

자세히 보면 자신이 가진 이미지가 점점 구체적으로 변할 거예요.

머릿속의 이미지가 그림으로 나오는 거니까 다양한 정보를 가진다는 건 중요하죠.

한마디로 그린다는 것은 아는 것이고 아는 것은 그리는 거예요.

 

 

 

남의 그림을 보러 간다는 건 그 사람의 자세를 보러 간다는 뜻이기도 해요.

 

 

 

(중략) 그림도 또한 바뀌어가고요. 그림 스타일의 유행은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니니까.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구별이 되지 않을 그림을 그리다가 

사람들이 거기에 싫증을 냈을 때 어디로 옮겨가는가 하는 이야기죠.

누군가가 이미 그린 것 같은 그림만 그리다가 모두 거기에 싫증을 냈을 때 

"좋아하니까 계속 그릴래요!"라고 할 수 있느냐, 

혹은 그림 일이 없어져서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느냐 하는.

역시 일로 그림을 그리는 이상은 지속하는 게 중요하니까 사람들이 싫증을 냈을 때 

어떻게 다른 일로 전환할 수 있느냐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숨겨놓은 카드가 많아야 한달까. 보통 일러스트레이터는 여러 가지 터치를 가지고 있고 

그 중 어느 하나가 영업이 잘 돼서 그걸로 계속하는 경우가 많죠.

다양한 포맷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그거예요.

그래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면 제가 "어쩌다 보니 그림을 그려 먹고살 수 있게 됐다."는 건 

엄청나게 그림을 잘 그린다거나 기술이 뛰어나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어쩌다가" 남들과 다른 부분에서 상상력을 잘 굴릴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어린이는 어차피 어른이 되니까 어른용 사고방식이나 

발상법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도 해요.

"어린이다움"이니 "자유로운 발상"같은 걸 의심하는 듯한 

발상의 방법을 가르쳐주는 편이 자유로워질 수 있고 커서도 응용이 풍부해질 것 같아요.

(중략) "자유롭게 그리세요." 같은 말은 정말 필요가 없어요.

자유롭게 그리기 위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쳤으면 좋겠네요.

 

 

 

"자유롭게 그리세요."라느니, 구조도 물감 쓰는 법도 모르는데 느닷없이 

"다 같이 ㅇㅇ를 그려봐요."라는 소릴 듣고 그림을 그릴 수 없었던 아이들이 

미술 시간에 얼마나 위축되었을지를 생각해보면 정말 안타까워요.

그게 결국 어른이 되면 "난 그림을 못 그려요!" 하고 

이해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듯이 어필을 하잖아요.

그림을 못 그린다고 어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사실은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사람이란 없어요.

 

 

 

미술 교과서를 펼쳐보면 누군가가 고른 명화 같은 게 실려있고 

선생님에 따라서는 가격까지 말해주잖아요. "이건 비싼 거야!"하고.

선생님 본인은 별 생각 없이 하는 말이지만 좋은 그림은 비싸다는 투의 

발상과 여기에 실리지 않은 싸구려 그림은 안 좋은 그림일까-하는 

구별이 아이들 마음속에 생겨버리는 거예요.

그게 아니고 그림은 원래 모두 똑같은 가치가 있다는 걸 처음에 가르치느냐 

마느냐에 따라 그 후의 그림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산 그림의 값이 올라갔으면 좋겠다느니, 다들 악의 없이 말하잖아요.

이 화가가 죽으면 비싸질 것 같다느니, 그림=돈으로 보이는 거예요.

물론 경제환경에서는 그렇게 되기도 하지만 그림이란 그런 데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죠.

그리고 싶은 게 있고, 그걸 종이에 옮기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는 충동에서 오는 거예요.

 

 

 

 

"자신 속의 올바름"을 가지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왜냐하면, 스스로 생각하고 도달한 "올바름" 아니면 남을 설득시킬 수 없으니까요.

(중략) 질문을 받으면 자신의 말로 대답할 수 있는, 그게 바로 "자신 속의 올바름"이에요.

설명 뜬금없는 것을 그리더라도 그건 그림에 수긍할 만한 힘을 주는 데다 아주 중요하죠.

 

 

 

캐릭터가 없는 그림은 하나의 그림으로서 경제적으로 존재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거죠.

그러니까 캐릭터가 아닌 것의 일러스트만 하고 있으면 그동안 그린 작품이 

마지막에는 자신을 도와주는 데까지는 가질 않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최전선으로 활약하던 인기 일러스트레이터가 나이가 들면 일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그렇다면 그림만 가지고 성립되는 걸 얼마나 만들 수 있느냐고 하면 별로 없는 것 같거든요.

 

 

 

자기가 가진 개성을 꺼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제 경우에는 많이 그리는 것 말고는 꺼낼 수가 없었다고밖에는 말할 도리가 없네요.

잔뜩 그려서 제 그림으로 만들어나가는 작업을 할 수밖에 없어서 

그건 엄청나게 우직한 행동이었지만 공을 던지지 않는 투수는 없는 것처럼 

그런 게 아니고선 나오지 않는 게 있는 것도 사실이겠죠.

일한다는 건 그런 일을 생각한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설명 자신에게 특출한 재능이 없다 해도 다가가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걸 추구해 상상력을 발휘하다 보면 돌파구를 찾을 때도 있고.

업계가 힘든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무기가 어느 정도의 것인지 하는 점을 항상 객관적으로 보는 거죠.

 

 

- 책 본문에서 발췌 -

 

 

----------------------------------------------------------------

 

 

이 책은 일본 국적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인 테라다 카츠야(寺田克也)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활동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나 자신만의 예술 철학, 사생활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낸 책이다.

원제는 繪を描いて生きていく方法?(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방법?)이다.

 

단순히 책 제목이 끌려서 읽게 된 책으로 처음에는 작가분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구글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게 되었고 아주 어렸을 때 봤던 "버추어 파이터 2" 일러스트와 

"탐정 진구지 사부로"의 캐릭터 디자인, 일러스트를 이 분이 그리셨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은 작가의 인터뷰 외에 중간중간 작가가 직접 그린 드로잉과 

일러스트 여러 개가 실려있으며 인터뷰어와 작가 간 약간의 만담(?)이라고 할까, 

이따금 인터뷰에 개그스러운 내용도 있어서 약간 피식거리는 정도의 재미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책의 장점은 딱 이것(!)까지고 단점이라면 

책 제목만 보면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계발서(?)나 방법론을 위주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한 내용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책 제목을 "테라다 카츠야와의 인터뷰"나 

"테라다 카츠야의 작가 인생"같은 식으로 바꾸는 게 나아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테라다 카츠야라는 작가에 대해 아는 바가 없거나 

또 일본 문화 전반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읽기가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

주석이 이따금 달려있기는 하지만 주석만 읽고서는 알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기에 역시 불편했다.

(인터뷰 또한 2013년 11월~2015년 1월까지 했던 내용을 

담은 거라 2020년 현재에 보면 오래된 인터뷰 내용이다.)

그래도 위 단점들은 그럭저럭 참을 수 있었으나 진짜 참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번역"의 퀄리티가 아주 좋지 않았다.-라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책을 읽기가 상당히 힘들었는데 어린애 같은 말투와 마침표, 쉼표의 남발.

그리고 군데군데 보였던 오타로 인해 책을 수월하게 읽기가 참 힘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라고 적극 권장까지는 하지 못하겠다.;;;

 

서점이나 도서관 등을 통해 먼저 책을 훑어본 후 읽어볼 만 하다 싶으면 그때 읽어보길 권장한다.

 

 

[작가 소개]

 

1963년 12월 7일 오카야마현 출생.

일러스트, 만화, 게임 및 영화 캐릭터 디자인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 중.

최근에는 미국에서 정기적으로 개인전을 열며 호평을 얻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서유기전 대원왕(西遊記 大猿王)』(슈에이샤), 

『테라다 카츠야 지난 10년(寺田克也ココ10年)』(파이 인터내셔널), 

테라다 카츠야 식 가솔린 생활(寺田克也式ガソリン生活)』, (아사히 신문출판), 

『DRAGON GIRL & MONKEY KING』(쇼가쿠칸 슈에이샤 프로덕션) 등이 있다.

 

 

728x90
반응형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웹툰 기획 무작정 따라하기  (0) 2021.01.28
웹툰스쿨  (0) 2020.12.05
시나리오 성공의 법칙  (0) 2020.10.16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0) 2020.08.03
좋아 보이는 것들의 배신  (0) 2020.07.2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