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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도망치지 마십시오.
‘나는 아직 실력이 부족하니 프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주제넘은 것이다.’라고 자신을 가두지 마십시오.
잘 그리고 싶다는 바람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나는 반드시 잘 그릴 수 있어, 그러니 힘들어도 참아야 해.’라고 마음먹지 않으면 출발선에 설 수 없습니다.



굳이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을 꼭 상상해 보십시오.
무의식중에 ‘어차피 난 실력도 없고, 그렇게 잘 그릴 필요도 없어.’라는 비굴한 생각이나 핑계를 대기 쉽지만, 
실력이 늘지 않는 최대의 적은 그렇게 도망치려고 하는 자신의 마음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처음부터 잘 그렸을 것이다.’라는 생각은 고정관념일 뿐입니다.
가끔 벽에 부딪혀 실력이 늘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처음부터 잘 그린 사람과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해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결정지어 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물론 10년, 20년 열심히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스타트 라인에 선 상태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실력 향상을 방해하는 커다란 장애물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편하게 콧노래를 부르면서 쓱쓱 그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날은 오지 않습니다.
실력이 좋은 사람도 온 힘을 다해 형태를 파악하고, 

몇 번이고 고쳐가면서 오로지 그것에만 몰입했을 때 겨우 하나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대(大) 화가나 유명 아티스트의 경우가 생명이 단축될 것 같은 대단한 모습으로 화면과 마주합니다.
그러므로 누구도 ‘처음부터 편하게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실력이 생기면 편하게 그릴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자신감이라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사람들 속에서 칭찬도 받고 지적도 받으면서 자신감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라는 자신감이 아니라, ‘내가 그리는 그림에도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다.’, 
‘나 같은 사람의 그림도 좋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와 같은 좀 더 분명한 자신감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일단 몸속 ‘정보의 흐름’을 가능한 한 원활하게 하는 것입니다.
눈을 열고, 머리로 정돈하고, 손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 그런 다음에는 ‘어떤 소재를 그릴 것인가.’, 
‘어떤 아이디어를 그릴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만 남습니다.
그것이 가능해지면 눈으로 보지 않고 상상으로 그릴 때도 

머릿속에 정확히 형상을 떠올려서 그려낼 수 있는 원활한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개성을 찾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하루에 몇 시간씩 그림 공부를 했다고 하면, 

‘그 정도로 연습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냐?’며 낙담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입시를 위해 마치 근육 트레이닝을 하듯 하는 데생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린다면 시간을 잊고 그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면 공부를 한다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실력이 향상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 실력을 위한 트레이닝을, 게임을 하듯이 하나를 클리어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림이라는 것은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동그라미를 그리는 연습을 해서 완벽해지면 다음엔 사각형을 연습하고, 
그다음엔 모사를 하고, 그것이 끝나면 데생을 하고···’와 같이 질서 정연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림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완전하게 마스터할 수 없는 것이 그림의 세계입니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깊이가 있고 인생과 함께 숙성되어 가는 것이 그림입니다.



사람들로부터 “개성이 없다.”, “촌스럽다.”, “재미없다.”, “특이하다.”, “조금 다르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것은 ‘남과는 다른, 나만의 것’이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대로 듣고만 있다면 그것은 그냥 ‘개성이 없고 촌스러운 것’일 뿐입니다.
스스로 갈고닦지 않으면 ‘개성’으로 승화되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건 아니다.”라는 말을 듣는다 해도 집요하게 계속해야만 합니다.
그러다 보면 분명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10년 이상 지나면 아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무기’가 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대단한 개성이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느냐?”라고 묻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개성은 스스로가 믿고 키워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개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다른 사람과 비교해 봐야 합니다.
비교해서 실망스러운 부분이 기술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그저 열심히 연습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감각적인 부분 때문에 실망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좀 더 자신을 믿길 바랍니다.



감각을 키운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사람의 힘을 키운다.’는 것을 말합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경험을 쌓는다.’는 것입니다.
미술관에 가거나, 예술 관련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 이 모두가 도움됩니다.
그것은 자신 안에 있는 다양한 요소를 찾아가는 작업이며, 

그것이 자신의 감각과 일치하는 것이면 자신의 성장에 밑거름이 됩니다.
이것은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실천하고 있을 것이며, 

가장 잘 알려진 ‘감성을 키우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모르는 장소에 가고, 다양한 음식을 먹고, 
여러 가지 것들을 만져서 감촉을 기억하는 모든 것이 자신의 감각을 키우는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슬람에서는 ‘갈 때와 올 때 다른 길로 가라.’고 하는 가르침이 있다고 합니다.
갈 때는 걸어서, 올 때는 버스를 타는 것만으로도 경험치는 배가 되고, 

그만큼 자기 안에 축적되는 풍경이나 느낌, 냄새 등의 정보들이 많아집니다.
또한, 동시에 그때마다 감상을 기록하거나 사진을 남기는 작은 행동을 하면, 

그것이 정보를 자신만의 것으로 바꿔주는 조력자가 될 것입니다.
‘젊은 감성’이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감성은 젊음이나 늙음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젊을 때의 세상을 아직 잘 몰랐던 순수함의 아름다움도, 

나이 들어 다양한 경험을 쌓아 자신 안에서 숙성되어 드러나는 완숙미도, 모두가 좋은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바깥세상과의 간극 역시 많이 느낄 것입니다. 이것은 자신에 대해 알 좋은 기회입니다.
이 차이와 스트레스가 남들과 자신이 다른 부분이며, 특징이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스트레스가 작품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각의 안테나를 세우고 경험을 쌓는 것이 바로 당신의 작품이 깊이를 더해가는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억지로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던 적이 없는 사람은 마감에 놀라울 정도로 약한 면을 보입니다.
어떻게 하면 마감이라고 하는 것과 맞서야 하는지 알지를 못합니다.
또, 재능은 있는데 금방 싫증을 내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처음 그린 그림인데도 대단한 에너지가 느껴져서 깜짝 놀라지만, 정작 본인은 전혀 의욕이 없습니다.
집중력도 재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데생은 단지 ‘자신에게 필요한 능력’을 키우기 위한 수단이며, 

잘 사용하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경계하지 마십시오. 어떻게든 데생을 하지 않기 위해서, 
죽어라 ‘데생을 하지 않고 프로가 된 사람’의 프로필을 찾아서, 

“이것 봐 데생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라고 말하는 것보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살펴보는 것이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는 방법일 것입니다.



기발한 것, 색다른 것을 억지로 하려는 것은 본연의 자신이 아니라 거짓의 자신입니다.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신다움’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된다면 그것도 하나의 재능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숫자가 많은 계층을 향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재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범함’도 재능입니다.



그림이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그림이 어떤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평가받았으면 하는지 상상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림을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게 된다면 현재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머릿속에 구체적인 모습이 그려진다면 그다음은 그곳으로 가기 위한 길을 찾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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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 국적의 일러스트레이터인 나리토미 미오리(成冨ミヲリ)라는 분이 쓴 책으로서 
'개인 맞춤형 그림 트레이닝북'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그림 실력을 늘리고 싶은 분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회화나 입체 미술, 게임 원화, 애니메이션, 만화 등등 그림 그리기를 '목적'으로 하는 프로지망생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리지만, 실력을 지금보다 높이고 싶거나 

어떠한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 '그림'을 '수단'으로써 활용하고 싶으신 분까지
(예를 들어 그림 콘티를 그려서 스태프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상황 같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필요한 그림 공부법을 알려주는 책인데 
쉽게 말해 무작정 그림 그리기를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에 맞는 그림 그리기 연습 방법을 알려준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더 쉽게 말해 마치 대학 입시나 재태크 등에서 들어봤던 

'개인 맞춤형 컨설팅'의 '그림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능력별 자가 진단 평가서'를 통해 장단점을 파악한 후 

그에 맞는 그림 실력 향상에 필요한 다양한 항목들을 알려주거나 
데생, 크로키에 관련한 이야기부터 트레이싱, 데생 인형, 

우뇌를 활용한 그림 그리기, 미술 관련 도서 활용법 등등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지금까지 미술 관련 또는 그림 관련 책들을 여럿 읽어봤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상당히 독특하게 느꼈던 책이다.

그림 그리기에 아예 문외한 분보다는 그림 그리기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초보자분부터 

이 책을 읽기를 개인적으로 권장하며 또 책 내용중에 스크랩북 관련 내용이 있는데 

스크랩북을 만들기 번거롭거나 스크랩북 보관이 어려우신 분들은 
태블릿 PC나 노트북, 외장 하드를 구매하여 스크랩북 대용으로 사용하길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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