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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허상이다.

만화는 감상이다.

만화는 저항이다.

만화는 자위다.

만화는 기교다.

만화는 정념이다.

만화는 파괴다.

만화는 오만이다.

만화는 애증이다.

만화는 속임수다.

만화는 놀라움이다.

만화란......, 결론은 아직 없다.
만화는 오늘도 내일도, 내일 이후에도 계속해서 분열하고 증식하며 서서히 변화할 것이다.
저널리즘이 그렇듯 그 변화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예전에 만화의 상황에 관해 썼던 것들은 이미 시대에 뒤처진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지금 쓰고 있는 이 책도 어차피 도움이 되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영원히 매듭지어지지 않는 것이 이 세계의 숙명이니까.

 

 

 

아이들에게 아주 가까이 가지 않으면 절대 아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아동문화는 이미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권위주의적 하향식 교육 방식으로 <이게 좋은 작품이다. 그러니까 읽어두어라.> 하는 식의 

말로 밀어붙여서는 결코 아이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중략) 아이들의 평가는 결코 경멸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환영하고 귀담아들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독자들을 위해 항상 무언가를 서비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독자들은 편지를 통해 <좀 더 모험을!>, <좀 더 새로운 수법을!> 계속 요구해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겐 정체란 있을 수 없다.

 

 

 

도대체 좋은 만화라는 게 뭘까?
학부모나 교육자에게 좋은 만화인가, 아이들에게 좋은 만화인가?
그것도 아니면 학부모나 교육자에게 진실로 좋은 만화를 선택할 권리가 있는 것인가?

 

 

 

[블랙 잭] 때는 총 20쪽짜리를 19쪽까지 완성해 놓고도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새벽부터 아침까지, 

6, 7시간 만에 20쪽 분량을 새로 그린 적도 있다.

편집자는 그 정도면 재미있다고 해도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마감 시간을 걱정하는 편집자의 속 마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아이들한테 

재미없는 만화를 보여준다는 것을 스스로 용납할 수가 없었다.

 

 

 

데즈카 오사무를 일본 만화계의 신으로 추앙하고 있는 근원에는 

그가 남긴 300여 편의 작품들 때문만이 아닌, 

만화에 대한 살신성인의 자세가 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그는 일본 만화의 근대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야유와 비판, 

오해와 갈등을 제1선에서 흡수하고 반사해 낸 인물이었고 

그와 함께 일본산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개척해야 할 모험의 땅에 먼저 투신했던 선구자이기도 했다.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한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발전사는 

데즈카 오사무라는 출발지에서 뻗어 나온 줄기들이며 

그가 남긴 콘텐츠들은 세기를 거쳐 또다른 형태의 매체로 계속해서 거듭나고 있다.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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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철완 아톰, 밀림의 왕자 레오, 블랙 잭, 붓다 등등 수백편의 만화작품을 그렸던, 

그리고 의사였으며 일본에서는 "만화의 신(神)"이라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虫)의 자서전으로 

데즈카 오사무 본인이 직접 집필하여 1979년 일본에서 출간한 자서전인 

ぼくはマンガ家(나는 만화가)를 번역한 책이다.

(국내에서는 2002년 10월 출간하였다.)

 

도서관에서 발견하여 읽게 된 책으로 나에게는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의 만화가인지라

(지금 10~20대에게는 증조할아버지급 만화가라는.;;;) 이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아주 어렸을 때도 "아톰", "밀림의 왕자 레오" 정도만 작품 이름을 들어봤을 뿐 

만화책 또는 애니메이션조차 본적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중학교 때인가 우연히 "블랙 잭" 만화책을 읽어 본 적이 있었는데 

그림체와 내용 모두 적응이 안 돼서 얼마 못 읽고 덮어버렸다는.;;;)

당연히 이분의 일대기도 전혀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고 

또 1930년~1960년대 일본 만화계가 어떠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다만 위에 언급했듯이 책에 저술된 데즈카 오사무의 작가 활동 시기가 

1930년대부터 1960년대였는데 그 당시 일본 역사와 만화계에 관한 

지식이 없었기에 책을 읽으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그리고 번역도 아주 매끄럽게 된 편은 아니기에 데즈카 오사무의 팬이거나 

1930년~1960년대 일본 만화계가 어떠했는지 알고 싶은 분들에게만 이 책을 읽기를 권장하고 싶다.

(2021년 7월 현재는 책이 절판이 된 상태라 도서관 또는 중고서점 등을 통해 찾아 읽어야 한다.)

 

데즈카 오사무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아니라 인터넷 검색이나 

위키 같은 사이트에서 찾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매체를 통해서건 데즈카 오사무의 위대함은 가려질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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