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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능

 

재능이란 무엇일까? 전엔 재능이란 놀라운 것이며, 위대한 어떤 것으로 생각했다.

나에게도 아마 그런 것이 심겨 있으리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요즈음 드는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재능이란, 성실히 그리면 웬만한 작업이 나오는 능력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열심히 작업했더니 꽤 괜찮은 작업이 나오더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신에게 받은 선물(gift)이다.

만약 잘하려 노력하는 만큼 늘 성공적인 작업이 나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가진 재능이야말로 "위대한" 것이리라.

 

지난 몇 달간 동화책을 그리느라 조금 바빴었다.

매일 그리다 보니, 밥을 먹어도, 길을 걸어도 그 생각뿐인 날도 간혹 있었다.

스케치를 마치고 작업에 들어간 후 첫 장을 그리는데 3번의 실패가 있었다.

두 번째 장까지 그리는데 5번의 실패가 있었다.

한 달 정도 지나니 비교적 리듬이 잡히면서 실패율이 처음보다는 낮아졌다.

제법 진도가 나가게 되면서는, "아이쿠 이만큼 그리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어쩌다 가끔 실패하는 정도의 재능이라면 얼마나 감사할까?

 

 

 

2. 그리기의 시작

 

그림이란 매일 노동하듯이 그려야 하는 걸까, 

아니면 전설에 등장하는 어떤 천재처럼 감흥이 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

예전의 나는 영감이 떠오르길 기다리는 쪽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면서 점점 깨닫게 되는 것은, 

영감이란 어느 날 문득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종종 아침에 밥을 먹다가, 혹은 산책을 하다가 문득 그 아이디어가 떠올랐노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러분, 오해하지 마시라. 그것은 그저 사람들 듣기 편하라고 하는 말이다.

 

아침에 음식을 입에 구겨 넣다가 멋진 아이디어가 솟을 정도면, 

그가 얼마나 그 일에 몰두하고 있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일에 빠져봤던 사람은 이 말에 동의하리라.

깊숙이 고민해본 사람만이 숨겨진 힌트를 볼 수 있지 않던가?

그림 작업도 같은 원리를 갖고 있다.

가슴이 그림 그리기의 욕구로 충만해지길 기다리며 작업을 

미루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평생 몇 장이나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한 장, 두 장, 혹시 열 장? 때로 그런 "위대한" 예술가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자.

그러나 그게 "나"라고 생각하진 말기 바란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여러분께 유익하다.

여러분은 일러스트레이터이고, 일러스트레이터는 

몇 장의 위대한 작업으로 경쟁하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로, 게으름을 무슨 작가적 특권처럼 오해하곤 한다.

다른 분야의 위인들은 대부분 적게 잠자고, 열심히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시간을 쪼개 자기와 싸운 기록을 갖고 있다.

유독 예술 분야에만 그와 같은 기록이 경미하다.

재능의 위대함을 찬양하느라 예술가가 마땅히 가졌어야 할 일상의 성실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다.

모차르트는 "천재"여서 일찍 죽은 게 아니다.

자신의 에너지를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다 쏟아부은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 우리는 천재가 아니다.

재능이 조금 있고,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일 따름이다.

매일매일 그리며, 작업의 내용을 검토하고 반성하자.

그림의 흥겨움에 빠져 작업실에서 나오기 싫어지는 날이 많아진다면, 

좋은 그림이 탄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지 않겠는가.

 

 

 

3. 우리의 시간

 

나는 여러분의 시간 활용이 궁금하다.

 

매일매일 능률적으로 시간을 배분하는지?

 

올해 할 일과 내년 할 일이 구분되어 있는지?

 

이번 달의 작업계획이 주간 단위로 명료하게 짜여있는지?

 

얼만큼의 시간을 자신의 의도와 계획에 따라 사용하고 있는지?

 

일러스트레이터는 클라이언트의 일을 하는 직업인지라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스케줄에 따라 살아가게 되기가 쉽다.

특히 일이 꽤 있어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으로 

생활이 웬만큼 영위되고 있는 경우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꽉 차있는 마감 스케줄을 보며 마치 자신의 인생이 꽉 차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러분, 이것을 잊지 마라. 당신은 그들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이 일을 제공하는 한, 그것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당신은 조력자로서 그들의 일을 도운 것이다.

즉 당신의 시간은 그들에 의해 사용되었고, 그들은 그 시간의 값을 지급했다.

그 일들은 의미 있는 일이었고, 당신에게 배당도 괜찮았다고 하자. 그러나 이것이 전부일까?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엔 이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무엇이 있지 않던가?

 

우리는 그림으로 말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인간들이다.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일들을 힘써 이루되, 우리가 그림을 통해 

세상에 무엇을 줄 수 있겠는가도 또한, 지속해서 사유해보시기 바란다.

여러분의 앞에 놓인 30년, 50년의 세월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를 분별해 보라는 말이다.

생각을 돕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지겠다.

 

왜 그리는가?

 

나의 그림은 결국 누구에게, 무엇이 되는 것일까?

 

자신의 그림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매우 기본적인 질문이지만, 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의 그림이 세상의 쓰레기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위 질문의 답을 준비하시기 바란다.

확신하건대, 영혼을 가진 일러스트레이터로 살기를 원한다면 

여러분은 평생 이 질문들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밖으로부터 전화가 오기 전에, 그들의 제안이 있기 전에, 자신의 제안을 준비하라.

자신의 계획에 의해, 자신의 발언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부디 놓지 말 것을 부탁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보다 많이 읽어야 하고 많이 생각해야 하고 

많이 써야 하고 많이 걸어야 하고 더 훌륭한 정신들과 만나야 하고 

그리고 우리의 시간을 정교하게 배열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할 일이 많다. 느긋하게 낭비할 시간이란 없다.

 

 

 

[출처]

blog.daum.net/ppbird/1719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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