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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는 어차피 영원한 "을"이다.

갑이 시키는 대로 해야 돈을 받고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할 수 있다.

게임 원화는 사실 독창적인 스타일보다는 구력의 높고 

낮음으로 가치판단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말인즉슨 "작가 누구"의 개성적 스타일이 필요해서 일을 발주하는 것이 아닌, 

흔한 게임 원화 스타일로 그려줄 "작업자 누구"가 필요해서 일을 발주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까 작업자가 고민한 의도보다는 

"갑이 원하는 것"에 따라 이리 기고 저리 길 수밖에 없다.

또한, 그 고민이 기획자나 디렉터와 함께 직접적이건 

암묵적이건 협의가 된 상황이라도, "갑"이 싫다 바꾸라고 하면 어쩔 수 없다.

 

아주 개성적이면서도 누가 봐도 멋진 결과물을 뽑아내는 쪽은 예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엔 이쪽은 매우 힘든 길이다.

독창적인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퀄리티업을 한다는 것은 "트렌드에 협조적"인 

원화가가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외주 업무 혹은 채용의 기회를 

일정 부분 포기하고 살아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는 너무 특이해." "너는 그래서는 취업 못 해."라는 소리를 듣고도 

꿋꿋하게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은 대단한 도박이다. 취업도 힘들 것이다.

99%의 회사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비주얼"을 잘 버무려서 만들어주기를 희망한다.

미친 듯이 파격적이고 유니크한 느낌은 바라지 않는다.

 

물론 잘 풀려서 유명해지거나 아니면 꽤 괜찮은 직장에 자기 스타일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인정받아서 들어가거나 하면 적어도 양산형 원화가보다는 처우가 괜찮을 것이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수준은 이미 원화가라는 카테고리 밖에 존재하는 수준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럴 확률은 요원하다. 그런 정도의 재능과 그걸 꾸준히 갈고닦을 정도의 

생활적 여건과 심적 꾸준함... 등등이 모두에게 주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회사원 혹은 외주쟁이 신분을 걷어차고 회사를 차리는 것도 애매하다.

사실 새 회사의 깃발을 들어 올리는 직군은 거의 프로그래머가 대부분이다.

게임을 만들 때 "가장 다른 직군이 대체할 수 없는 분야"가 프로그래머니까.

기획자 디자이너 출신이라도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알면 

적어도 대표가 돼서 플머한테 눈탱이 맞을 일은 없겠지만, 

이건 흔치 않은 사례이므로 예외로 치는 게 적절하겠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게 외주회사 차리기 정도 되겠지만, 결국엔 이것도 을이다.

회사가 임시 고용(?)한 작업자들에게는 갑이겠지만 외주회사는 결국엔 을이다.

그리고 이 대목이 가장 슬픈 부분인데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나쁜 사람이 되는 편이 먹고살기가 편하다.

삼척동자도 알만한 사실이다. 굳이 근거를 줄줄 들이댈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즉 그래픽 업체의 경우에는 작업 비용을 

적은 단가로 후려쳐서 작업물 뽑아내게 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방법은 많다. 여러분도 쉽게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다.

당장 생각나는 거? 직원들 초봉은 무조건 1600으로 하고 

"여기 오면 너 배우는 거 많다."라고 꼬신다거나... 뭐 하여튼 방법은 많다.

그게 없으면 이윤 내기가 힘들 거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꿀맛을 본 사람이 과연 그런 행위를 쉽게 멈출까.

여기서 제일 갈려 들어가는 것은 하청의 하청인 작업자이다.

결국엔 네가 받게 될 돈보다 더 구르게 된다.

개겨서 수정비를 받아내도 결국엔 푼돈이다.

 

컨펌 메일 오는 거 알림만 떠도 속이 메슥거릴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돈 벌기는 진짜 존나 힘든 거고 

어릴 때 봐왔던 요술공주 샐리 애니메이션부터 

지금의 무슨 무슨 게임들(특히 사람 쥐어짜고 돈은 안 쥐어짜서 만든)에는 

누군가의 고장 난 허리와 안구건조증과 미친듯한 짜증과 

지속하는 야근과 박봉&연봉동결과 뒷담화와...

아무튼, 온갖 것들이 다 들어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그래서 나는 원화가 하고 싶다는 친구들이라면 아래 해당하는 조건이 하나라도 맞는지 

생각해보고 없으면 절대 하지 말라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

 

하나, 자타가 공인하는 천재성이 있다.

 

둘, 돈벌이가 시원찮아도 받쳐줄 집안이 있다.

적어도 부모님은 경제적으로 독립해 계신다.

 

셋, "그리기 싫은 것" "이해 안 가는 컨펌" 따위에도 

표정 변치 않을 수 있는 기계 같은 멘탈.

 

넷, 게임이 정말 죽도록 좋다.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꺼이 하나의 부품, 한결같은 예스맨이 될 수 있다.

 

 

 

[출처]

duruwa.com/view_web.aspx?seq=241704&pag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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