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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그리는 것"과 "좋은 그림을 그리는 것"은 비슷한 것 같지만 큰 차이가 있다.

잘 그리는 것은 입시 미술용 석고 데생을 잘해서 좋은 실기 점수를 받는 학생부터 

70년대 영화관의 간판장이들까지 모두 포함하는 말로, 능숙한 손놀림을 일컫는다.

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려고만 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오로지 기술로만 그리는 경우, 그림의 본래 취지인 자아 표현의 

재미를 잃은 채 생업의 돈벌이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매너리즘에 빠져 작가 스스로 정체될 가능성이 커진다.

 

 

즐거움이야말로 화가로서 가장 중요한 재능이자 소양이다.

모든 재능은 그것에서부터 꽃 피고 자라난다.

만약 즐거움을 잃었다면 쓰러져 바라보기만 해선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즐기면 된다. 그림은 재미있게 즐기는 대상이어야 한다.

 

 

"초심을 가진 자와 초심을 잃은 자의 차이는 점점 벌어집니다.

결국, 대형 프로젝트의 차이만큼이나 벌어지기 마련이죠.

그림이 마냥 좋았던, 돈이고 뭐고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던 시절.

초심을 가지고 있던 그때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략)

실무 작업을 진행하면서 자기 계발을 위한 창조적인 시도는 

우선순위에 밀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새로운 것을 찾아 실험하는 것을 무시하면 곤란하다.

그건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닌 전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바쁜 작업 중에도 여유를 찾아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고, 

그것을 무시한 채 같은 작업만을 펼쳐나가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발전하는 법을 완전히 잊는 것이다.

발전을 잃은 작가는 점점 퇴보하다가 결국 그림을 그리는 일이 

"먹고살기 위해 죽지 못해 하는 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창의성을 잃어버리면 작가로서의 가치를 잃는다.

 

 

"관객도 자연스럽게 그림 속에 배어든 작가의 나태함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작가의 몰락은 이렇게 시작되는 거예요.

그림을 1~2년 그리고 말 것이 아니라면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자세가 필요하죠.

자기 계발의 결과는 다양한 방식의 시도가 적용된 포트폴리오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출판업자와 광고주를 끌어들여 경제적인 수익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중략)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기존의 스타일과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스타일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 그것이 능숙하지 않아도 그 스타일이 기존의 스타일보다 

더 조화롭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과거의 스타일을 접는 것이 중요하다.

 

 

(중략)

슬프지만 당연한 사실은 의뢰인 역시 사람일 뿐이고 사람은 언제나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간에 마음이 바뀌는 의뢰인은 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는 법이다.

또 그런 실수를 보면서도 아무 말을 할 수 없는 작가도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하지만 설득을 위해서 일희일비하다가 분노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에 가깝다.

작업하는 와중에 외부적인 스트레스가 없기를 바라는 것은 

지상 낙원을 꿈꾸는 것만큼이나 순진한 것으로 생각하여라.

 

 

일러스트나 콘셉트 디자인은 타인의 마음을 재료로 삼아 작품을 완성한다.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자신의 진솔한 감정을 제시해야 한다.

감성은 거짓말이나 위장이 불가능하다.

단순한 일거리로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재미를 위해 그림을 즐기며 

그리는 사람의 차이는 관객들이나 독자들이 느끼게 마련이다.

 

 

좋은 그림은 좀 모자라고 어수룩하더라도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정성 들여 하나하나 생각하며 표현한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는 이가 아니라 그린 이가 가장 행복한 그림이 좋은 그림인 것이죠.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그림을 그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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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한민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잠산이 쓴 책으로써 

잠산이 그동안 참여했던 몇몇 프로젝트들을 통해 

프로 일러스트레이터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부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들과 실무 노하우 등을 알려주는 책이다.

 

잠산이라는 분에 대해서는 그동안 이름만 알고 있었고 

그리신 작품이나 쓰신 글들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뒤늦게나마 작품과 글들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

책에 실린 잠산 작가님의 사진을 보고 순간 의아했다.

왜 눈을 감고 찍었지?-_-;;; 그리고 "잠산"이 아니라 자꾸 "짐산"이라고 읽게 된다.;;

 

책을 읽어보고 느낀 소감은 당신이 일러스트레이터라면 꼭 구매해라.-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소장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잠산 님의 멋진 그림들과 더불어 피와 살이 되는 여러 조언이 있는데 

일러스트레이터 또는 콘셉트 디자이너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매너리즘에 빠져 우울해 하고 있는 작가분들은 이 책으로 잠시나마 위로를.

 

책에 약간의 단점도 있기는 한데 일단 책 사이즈가 커서 

이동 중에 읽거나 손으로 들고 계속 읽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점.

그리고 책에 실린 작품마다 각 작품을 설명하는 작은 설명글들이 

←형식과 더불어 실려있는데 이게 읽기가 좀 번거롭다는 점이다.

작품 바로 밑이나 근처에 설명글이 있었으면 보기가 좀 더 편했을 텐데 

작품 보랴 설명글 보랴 보는 사람의 시선을 자꾸 분산시키니 아쉬울 따름이었다.

또 몇몇 글에 약간의 오타가 있는 점까지.

 

책을 읽는 독자로서는 휴대성과 편리성이 부족한 점은 조금 아쉽지만 

책 안의 내용은 알차고 재미(?)있으니 꼭 읽어보시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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