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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그림은 그게 아닌데, 아무도 내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자꾸 평범한 쪽으로 수정이 요구될 때, 작가들은 피로감과 절망감마저 느낀다.
반대로 needs에만 맞춰 오랫동안 그림으로 일을 해왔던 작가들은 내 스타일이 이게 맞는지 회의감이 든다.
중요한 건 그 둘 모두가 자신의 그림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그리는 것이 답이냐고 한다면 모두가 답이다.



"나만의 개성"과 "하나뿐인 스타일"을 혼동해선 안 된다.
"작가의 개성"은 고집해 지키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묻어나는 것이다.
늘 그리던 스타일에 얽매이지 말고 선, 면, 형태, 연출 등의 종류를 조금씩만 바꿔 그려보자.
어쩌면 기존의 그림보다 더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구분은 관객에게 혼선을 주지 않는 최소한의 배려다.
"난해함"은 예술이 가진 특권이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지루함"의 다른 말임을 잊지 말자.



"습작"은 못 그리거나 서툰 그림, 처음 그려본 그림이 아니라 
"아무 이야기도 담기지 않은 그림"이다.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그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작가는 왜곡, 편견을 그림에 입혀서는 안 된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할까?
그것을 정하는 것은 작가 스스로가 되어야 하지만 그러므로 더더욱 지식 없는 창의력은 위험하다.



신예 작가들의 가장 큰 오해는 예술이 상업미술 위에 있다는 생각이다.
예술에 비해 상업미술은 "판매를 위해 타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예술은 동화책이고 
우리가 가장 즐겁게 본 그림은 만화이며 가장 흔하게 접하는 작품은 광고에서이다.
"대중"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좌절할 수 있으나 그것은 순수예술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기억하자.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 최고의 연습이고 대비이며 가장 훌륭한 포트폴리오다.
왜냐하면 그림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 작가로서의 견해를 담고 그림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
그것이 안 된 작가는 "다른 이가 어렵게 이룩한 해석"을 쉽게 베낀다.
그렇기에 그 완성도는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그만큼 작가의 수명은 짧다.



다른 이의 좋은 그림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유행하는 그림, 이미 유명한 다른 이의 그림과 내 것을 비교하다 
자신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너무 많이 깎아내고 내 그림을 사랑하는 법을 잊고 있지는 않은지.
(중략) 내 그림에도 나만 가진 아름다움이 있다.
내가 가진 이야기를 끊임없이 찾고 그것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그리고 지치지 않고 세상에 보여준다.
그것이 성공한 작가들의 공통점이다.



 "예술"만큼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모호한 분야가 또 있을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극명하게 눈에 보이는 차이가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간 안에, 지속적인 퀄리티를 낼 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중략) "프로"를 꿈꾼다면 그림을 연습할 때 "주제"와 "시간"을 정하자.



어떤 그림이건 그리고 싶은 건 무조건 많이 그리자.
그런 시절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후, "직업인으로서의 그림쟁이"가 되고 싶다면 "내가 하고 싶은 분야"의 그림을 그리자.
그 그림이 내 미래를 열어줄 열쇠가 될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기술적인 눈"으로 그림을 보기 쉽다.
이 때문에 자칫 그림을 기법적인 면으로만 판단해 버리기 쉽다.
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과 "갖고 싶은 그림"이 다르다면 
"좋은 그림의 기준"을 한 번 더 확인해 봐야 한다.
그리고 진짜 "내가 생각하는 좋은 그림"을 그리자.
"내가 갖고 싶은 그림"을 그리자.



그림을 그리는 이와 그리지 않는 이, 관심 있는 사람과 관심 없는 사람, 
나와 가까운 지인과 나를 알지 못하는 이들의 평가는 갈리게 되어 있다.
정작 스스로도 그림을 오래 그리다 보면 경력에 따라 좋아하는 그림 스타일도 바뀐다.
때문에 누군가의 평가가 절대적일 수도 없고 모두 맞는다고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평가는 나쁜 말이건 좋은 말이건 좋은 배움이자 동기부여가 된다.



우아한 직업은 없다.
어떤 직업인이 우아해 보인다면 그 일에 큰 기대가 없는 사람이거나 정말 고수라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우리가 "편하게 그림 그리며 산다"라고 생각하는 모든 "잘나가는 작가들"이 치열하게 그렸다.
그럼에도 행복하자. 행복하게 그리는 법을 찾자.



작가가 같이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
다만 오래 일을 해오며 뒤돌아보니 후회되는 일은 단 한 가지다.
나는 늘 칭찬받고 싶었는데 나는 왜 나와 함께 일하는 주위 사람들을 더 많이 칭찬하지 못했을까.



죽기 직전의 그림, 가장 최근의 그림이 늘 "최고의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 그릴 수 있다고 해서 늘 그렇게 그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략) 내 그림 실력, 혹은 경력을 누군가와 비교해 좌절할 필요도, 
자신을 평가 절하할 필요도 없다.
그림은 "누구누구보다 잘해야 하는" 경쟁이 아니고 정답이 정해진 수학도 아니다.
(중략) 내 수준이 어디에 있건 그 순간의 그림이 나의 깊은 고민 끝에, 
어찌 됐든 진짜 내 마음속에서 나왔다면 그 그림도 여전히 "아름다운 내 그림"이고 
그 자체로도 누군가에게 닿아 울림을 줄 수 있다.
지금의 수준, 스타일이 부족해 보이고 "최고"가 아니더라도 즐기자.
"지금의 나"만 그릴 수 있는, 다시없을 작품이다.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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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천소(천재 소녀의 줄임)"라는 필명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이정현 님이 쓴 책으로 작가가 그린 여러 삽화와 함께 예술, 그림에 대한 작가만의 철학이 담긴 책이다.

글이 아닌 책에 실린 그림이 끌려서 보게 된 책이었던지라 처음에는 글은 안 읽고 
그림들만 봤으나 주옥같은 글들이 많았던지라 뒤늦게 처음부터 다시 정독했다.
무엇을 그릴지에 대한 고민부터 그림을 그리는 다양한 방법들, 그림 작가가 가져야 할 자세 등등 
읽어보니 예상보다 너무나도 유익하고 재미있었으며 때론 힐링이 되기도 했고 때론 깊은 반성을 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점은 "나눔 손글씨 펜" 폰트를 사용했는지라 
가독성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었고 또 내용상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부분이 간혹 있기도 했으며 
글과 그림이 함께 있는 페이지의 경우 레이아웃이 좋게 느껴지지 않는 곳들이 있었다.
(가령 가로로 쓴 문장을 그대로 세로로 나열한 탓에 고개를 꺾어서 
문장을 읽어야 하거나 문장이 너무 구석진 곳에 있어 뒤늦게 발견하고 읽게 되는 등)

아무튼 그림 작가 지망생이거나 그림 그리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책을 읽어보길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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