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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일념으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존경하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잘 그리는 사람이 하는 말은 전부 옳다고 맹종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림 실력이라는 신분제도에 얽매이는 것은 

자기 목을 조르는 행위이며 대부분 사람은 자신을 비하하게 됩니다.

 

 

 

누군가의 "왜"라는 물음에 "그냥"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물론 삶의 자세에도 튼튼한 토대가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중략) "그냥"이라는 답은 감정의 기복이 크고, 때로는 난관에도 부딪히게 됩니다.
결국 "그냥 그릴 수 없게 된다."라는 말입니다.

 

 

 

그림은 100% 종이 위에서 만들어지는 허구입니다.

그림으로 설득력 있는 허구를 만들려면 현실의 현상을 오해 없이 바르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본질주의여야 하는 것입니다.

(중략) 직접 실물을 보지 않는 한 믿을 수 없습니다.

직접 본 것조차 좋은 쪽으로만 해석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고 

진부한 관용구에 휘둘리지 않도록 모든 현상을 분석합니다.

그리고 편견이 있다면 항상 유연하게 수정합시다.

권위주의를 멀리하고 본질주의로 세상을 바라보세요.

그림에는 작가의 생각과 자세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림의 모든 것이 허구이기 때문에 작가 본인의 마음은 

항상 진짜를 추구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제가 앞으로 새로운 일을 해야만 한다면 우선 자존심을 미뤄두고 

그 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러 갈 것입니다.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막대한 연습 시간을 생각해보면 

"묻는 것은 잠깐의 수치, 묻지 않는 것은 평생의 수치"입니다.

 

 

 

자기만족이라고 하면 거만하거나 제멋대로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자기만족이 "나쁘다.", "해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선입견은 옳지 않습니다.

자기만족이 없으면 애초에 그림을 그릴 리가 없습니다.

자기가 만족하고 더 만족하고 싶어서 잘 그리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기의 중심에 표현하고 싶고 추구하려는 

"자신의 이상"이 없다면 계속 그릴 수 없습니다.

"만족해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만족합시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더 큰 만족을 추구합시다.

 

 

 

즐겁게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에서 보면 아마추어가 프로보다 뛰어난 면도 있습니다.

프로는 반드시 돈을 지급하는 쪽이 있고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아마추어와의 차이로,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마음대로 그릴 수 없게 됩니다.

프로는 특별한 존재도 아니며 동경의 대상도 아닙니다.

 

 

 

취업의 일환으로 혹은 하고 싶지 않은 연습을 하고 있다면 

만일 프로가 된다고 해도 계속 지속할 수 없습니다.

프로 작가는 말 그대로 그림을 그리는 일이 생활의 일부이자 생업입니다.

열중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당해내지 못합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그리는 일이 좋아서, 하물며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좋다는 정도로는 프로를 목표로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간단한 세계가 아닙니다. 프로는 "실력이 전부인 황야"입니다.

실력이 없는 사람은 진짜 비참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소비자는 잔인할 정도로 노력의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으로 판단합니다.

프로가 된다는 말은 그런 것입니다.

아무리 시간을 들여 노력한다고 해도 상대가 

원하는 기준에 이르지 못하면 그림을 사주지 않습니다.

프로는 결과가 전부입니다. 결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만이 의미가 있습니다.

결과를 만들려면 목표로 정한 분야의 프로가 왜 성공했는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잘 그리는 것"만이 목표라면 연습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잘 그리게 된 다음의 "목표"가 없다면 미지근한 연습이 되고, 연습의 필요성도 약해집니다.

"나에게는 그림밖에 없다."라는 배수진을 치는 것도 좋고 

"다음 이벤트에서 더 많이 팔고 싶다."라는 것도 좋으니 

아무튼 명확한 목표를 갖고 연습합시다.

 

 

 

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것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성실함의 방향이 어긋나면 잘못된 행동을 계속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할 수 있는 최강의 기술을 성실하게 계속 그린 결과, 

습관이 되고 더는 성장하기 힘든 상태가 되는 일마저도 있습니다.
(중략) 사람은 로봇이 아니라 생물입니다.

어제까지 좋았던 연습이 오늘도 좋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항상 최종 목적을 염두에 주고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면서 태도를 바꾸고 착오를 수정합니다.
계속해서 행동을 바꾸는 것을 불성실하고 지속성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성실함이란 "한결같은 맹신"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항상 현상을 의심하고 개선점을 찾으며 때때로 

최적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진정한 성실함입니다.

 

 

 

항상 최선의 새로운 그리기 방법을 시험해야 합니다.

그림은 근성만으로 잘 그릴 수는 없습니다.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만으로 실력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방침을 바꾸고 

"불성실하게 노력하지 않는 자세"라고 생각되는 방법도 시도해봅시다.
사람은 합리성보다도 변화에 대한 공포에 지배되는 경향이 있으며 

"성실하게 노력하면 언젠가 잘 그릴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사고가 멈춰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진정한 성실함은 목적을 위해서 다양한 방식을 

시험할 수 있는 유연함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그리는 일은 끝없이 자신과 마주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타인을 너무 신경 쓰면 자신을 잃고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됩니다.
(중략) 타인의 좋은 점을 발견하면 그냥 흡수하면 됩니다.
그저 그뿐인 일인데도 뛰어난 사람을 보면 

마치 자신이 공격받는 듯한 착각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략) 상대에게 뛰어난 점이 있다면 그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조금이라도 흡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그리지 못하는 자신을 내버려 두고 뛰어난 타인을 못 본 척하는 것이 더 부끄러운 짓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자기 행동을 제한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은 "진짜로 그리고 싶은 것"이 모호할 때가 많습니다.
그림을 계속 그린다는 것은 긴 항해와 같습니다.
때로는 칭찬받고 때로는 무시당하고 무엇이 나의 그림인지조차 알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알고 있다면, 평생 창작을 이어 나가기 위한 

"모항(길을 잃었을 때 돌아갈 수 있는 장소)"을 확보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중략) 그림을 막 시작했다면 가장 먼저 "좋아하는 작품, 좋아하는 캐릭터, 

좋아하는 옷, 좋아하는 머리 모양" 등 자신의 취향을 확실히 아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그림 실력을 키우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솔직하게 지금 하고 싶은 일"입니다.
인생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가장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세요.
그것이 가장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입니다.
그 후의 전반적인 창작 활동은 처음에 그은 한 획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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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인 애니메이터 무로이 야스오(室井康雄)가 쓴 책으로서 

원제는 (アニメ私塾流)最高の絵と人生の描き方

(애니메이션 학원 스타일 최고의 그림과 인생을 그리는 방법)이다.

책 제목을 보니 흔한 작법서처럼 느껴져서 처음에는 읽기가 매우 꺼려졌으나 

스토리 작법에 관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림 그리기에 관한 공부도 

소홀히 할 수는 없었기에 한번 읽어보게 되었는데 그리기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이 가득할 것이라는 처음 예상과는 달리 

실력 향상에 필요한 마음가짐, 즉 심리적인 내용 위주였다.

작법서라기보다는 힐링 책(?)에 가깝다고 할까?!


수년간 애니메이터로 활동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내용 대부분이 아주 유익했지만, 

그중에서도 더 와닿았던 내용들은 모작의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와 

성실함에 관한 이야기,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는 내용들이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느낀 소소한 단점이라면 심리적인 내용보다 

기술적인 내용을 더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적절한 책이 아니라고 생각되고 

번역이 매끄럽게 느껴지지 않는 부분들이 종종 있어서 읽기가 약간 불편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첨삭 해설 80점이 포함되어 있는데 

나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읽는 이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아무튼 그림 실력 향상에 관해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책을 읽어보길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그리고 한번이 아닌 여러 번 읽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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