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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가장 확실하게 관리하는 방법은 "정직과 투명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친숙하고 끈끈하다고 해도 회사가 작가를 속이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계약을 맺거나, 정산을 투명하게 하지 않으면 금방 신뢰에 금이 가거나 깨지고 만다.
열 번의 친숙한 만남보다 한 번의 투명함이 작가 관리에 더 중요하다.
특히 정산의 투명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꼭 문제가 발생하게 되니 

처음부터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잘 갖추는 게 중요하다.



웹툰 PD가 작가적 재능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작가와의 소통과 공감도 빠를 것이고, 작품 제작에 대한 이해도 높을 것이다.
작가들이 힘들 때 물심양면으로 도울 수도 있다.
그런데 작가적 재능이 너무 많으면 자꾸 작품에 욕심을 내게 될 수 있어 곤란하다.
작가를 돕는 보조자 역할을 하려는 게 아니라 자기 이름의 작품을 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웹툰 PD를 그만두고 작가를 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 대학교 웹툰 학과에 다니다가 작가의 길을 포기하고 웹툰 PD에 지원한 친구들이 이후에도 
늘 웹툰 PD와 작가 사이에서 갈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길어지면 스스로 힘들어진다.
작가와 웹툰 PD, 어느 쪽도 쉬운 길이 아니다.
한쪽만 선택해서 정진해도 성공하기 어렵다.
고민이 늦어지면 앞으로 나가는 속도가 느려지고 뒤처질 수밖에 없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어디에 전념할지 확실히 정해야 한다.



작가는 직장인이 아닌 경우가 많아 출퇴근 시간과 같은 규제에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작가를 비롯한 예술인은 일반인보다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창작이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웹툰 PD는 이러한 특성을 잘 파악해서 

작가가 일정을 놓치지 않도록 체크하고 마감을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무관심하게 작가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리거나, 
평소에는 전혀 연락하지 않다가 마감 당일에 연락한다거나, 
건강이나 멘탈 등 작가의 현재 상태도 파악하지 못한 채 
심한 지적질과 수정으로 작가를 힘들게 하거나 혼란에 빠트리는 웹툰 PD가 있다면 
그 존재 자체가 작품 관리의 걸림돌이 된다.
이 모든 것이 무능력한 웹툰 PD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작가 혼자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대중성을 떠나 본인만의 세상으로 흘러갈 때가 있다.
작품이 난해하고 모호해지는 것인데, 이런 현상을 "작가주의에 빠진다"라고 한다.
작품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면 "작품이 산으로 간다"라고도 하는데 

그때부터 독자가 떨어져 나가게 된다.
편집자는 그런 오류를 미리 점검하고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작가가 작품 연재를 시작해서 완결에 이르는 과정은 마라톤 종주와 같다.
그래서 완결까지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웹툰 PD는 옆에서 같이 뛰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마라토너가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코칭하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작품 기획은 작가가 해 오는 게 아니냐고 물을지 모른다.
옛날부터 그랬다. 작가가 작품을 기획해 샘플 원고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의 웹툰 PD는 그것을 주는 대로 넙죽 받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손끝 하나 댈 필요 없는 완벽한 작품이면 그래도 되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웹툰 PD는 작품의 어디가 부족하고 어떤 점이 허술한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기획과 설정은 참신한지, 대중성과 상업성은 있는지, 

작화는 어울리는지 등을 자세히 검토할 줄 알아야 한다.



정산은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자기 작품이 플랫폼이나 기타 다른 곳에서 얼마나 많이 팔렸고, 
자신에게 얼마나 배분되는지 초미의 관심사다. 생계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웹툰 PD는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정산일에 정확한 정산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정산은 투명성이 생명이다. 작가는 자신의 분배금이 투명하게 정산되기를 원한다.
그런데 한번 의심이 들면 계속 꺼림직하게 생각하게 되고 거기에 생각이 매몰되는 경우가 생긴다.
1초라도 더 작품에 몰두해야 하는 작가에게 정신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치명적인 손해가 된다.
그래서 웹툰 PD는 자기 회사의 정산 시스템이 투명하고 제때 지급된다는 것을 작가에게 어필해야 한다.
그래서 작가가 회사를 신뢰하게 하고 정산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트렌드를 캐치하는 능력은 타고나는 게 아니다.
부지런히 연구하고 공부해 습득하는 것이다.
플랫폼마다 인기 순위 10위 내의 웹툰에 어떤 것이 있는지 꿰뚫고 있어야 한다.
또한 요즘 영화와 드라마는 어떤 게 재미있는지, 베스트셀러 도서는 무엇이며, 
사회적 화두는 무엇인지 뉴스 검색도 꾸준히 해야 한다.
웹툰 PD는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만 보거나 거기에 빠져서는 안 된다.
주식투자에도 비슷한 얘기가 있다. 자기가 산 주식과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폭망하는 지름길이라는 뜻이다. 웹툰 PD는 조금만 트렌드에 무심하면 
금방 "구닥"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평생 노력해야 한다.



주제의 작품의 콘셉트라고 이해하면 된다.
콘셉트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작품이나 제품, 공연, 

행사 따위에서 드러내려고 하는 주된 생각이다"이다.
한마디로 "작품의 뼈대"라고 보면 된다. "주제=작품의 뼈대"인 것이다.
(중략) 주제는 작품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기 때문에 기능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작가나 기획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막막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할 때, 
주제를 상기하면 작품의 전개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다.
(중략) 필자는 늘 작가들에게 작품이 막히면 주제를 상기하라고 얘기한다.
독자에게 무엇을 보여주려고 이 작품을 만들었는지를 늘 생각하라는 것이다.
어른들이나 유경험자들이 어려운 곤경에 처한 신참에게 

"초심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박 웹툰 작가가 되려면 "시대 정신"을 잘 파악하고 반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현재 독자들이 무엇에 "결핍"되어 있는지, 무엇을 "갈망"하는지 잘 파악해야 한다.



웹툰 작가가 평생 발표하는 작품의 수가 평균 1.5개밖에 

안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필자도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나를 스쳐 간 많은 작가 중에 두 개 이상의 

히트작을 낸 작가가 드물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출판만화 작가든 웹툰 작가든 똑같은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현재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면 그것은 일생에 한두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는 의미이다.
그런 기회를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또는 재능이 없다는 핑계로 

대충 연재하다가 날려버린다면 평생을 두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웹툰 PD는 자기가 좋아하는 웹툰만 보아서는 안 된다.
어느 연령대의 어느 성별, 어느 장르에서 어떤 작품들이 
인기가 있는지 봐야 하고 그 인기 키워드를 찾아내야 한다.
웹툰 PD는 웹툰을 즐기기보다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그래서 웹툰 PD는 즐겁지만, 또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직업일 수 있다.
웹툰을 좋아하면 누구나 웹툰 PD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진입장벽이 낮아 보이지만 막상 웹툰 PD가 되고 나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웹툰 PD가 되면 웹툰을 취미로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웹툰 PD가 괴로워야 독자가 즐겁다"라는 말도 있다.



웹툰 PD가 작가를 만나거나 대할 때 성심성의껏 

하지 않는다면 작가는 자기가 무시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작가는 섬세하고 예민한 존재다.

또 사회생활에 익숙하지 않고 대인 관계가 넓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웹툰 PD가 작가를 대할 때 업무적으로만 대하거나 

관심이 없다면 작가들은 금방 서운해할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인간적인 사람을 찾아 떠날 것이다.
웹툰 PD는 자기가 알게 된 작가들이나 담당하는 작가들을 성심성의껏 대해야 한다.
생일이나 대소사를 정성껏 챙기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인간적인 정과 신뢰가 쌓인다.
아무리 비즈니스적인 관계라도 할지라도 

그런 인간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하는 것이 이 분야이다.



작품에 맞는 플랫폼을 찾는 것도 방법이지만 유능한 웹툰 PD라면 작품을 기획할 때 
어느 플랫폼에 연재할 것인지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전략을 짜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매출이 어느 정도 발생할 것인지 예상할 수 있고, 

이후 OSMU 및 글로벌 계획도 세울 수 있다.
한마디로 빅 픽처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웹툰 PD가 된 이후에 공부를 등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맡은 업무만 하고, 담당하는 작품만 보려고 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웹툰 PD가 된 후에는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작가가 맡은 작품 외에 어떤 작품들이 인기가 있는지 각 플랫폼의 인기 순위 작품을 
검토하는 것을 비롯해서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작가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꾸준히 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매일 웹툰 관련 기사를 검색해서 읽어보고 업계와 산업 동향을 파악하면서 
웹툰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해 보고, 웹툰 PD로서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중략) 이제 평생 공부를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공부를 놓는 순간 뒤처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공부를 더 하고 더 준비하라.
본인의 실력이 어떤지 잘 파악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의 색을 입힌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바란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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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울문화사 만화편집기자, 동아사이언스 출판팀장, 서울문화사 콘텐츠 기획팀 팀장, 
추계 재담 웹툰 아카데미 기획자 과정 강사 등 오랜 기간 만화와 웹툰 분야에서 활동하셨던 
정영훈 님이 쓴 책으로서 웹툰 PD의 업무와 역할, 웹툰 PD가 갖춰야 할 자질, 웹툰 기획하기 등 
웹툰 PD와 관련한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웹툰 업계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다 보니 

현재 웹툰 업계에 관한 이야기도 알고 싶었고, 

또 웹툰 PD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들을 하는지도 궁금했기에 

한 번 읽어보게 되었는데 상당히 유익하게 읽었다.

작가가 갖춰야 할 자질과 PD가 갖춰야 할 자질이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또 "웹툰 업계에서 일하는 PD"에 관해서 쓴 책이지만 업종에 상관없이 

"PD"라는 직무 자체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참고용으로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책 초반에 "작가의 말"이 실려있는데 폰트 크기가 너무 작아서 

읽기가 매우 불편했었다-라는 점만 빼고는 딱히 단점이 느껴지진 않았다.

 

2022년 4월 현재 웹툰 작가를 지망하고 있어서 웹툰 업계를 알고 싶거나 

웹툰 PD를 지망하시는 분들이라면 책을 꼭 읽어보길 아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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