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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좋은 만화인가? 라는 질문은 틀렸다.

무엇이 "나에게" 좋은 만화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옳다.

그 고민의 결론이 나왔다면, 당신의 만화는 그 모습을 닮아갈 수 있다.

 

 

 

스토리와 그림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만큼 어리석은 질문은 없다.

이는 마치 왼손과 오른손 같아서 애초에 둘 다 중요하다.

둘 중 하나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 만화일 필요가 사라진다.

물론 작가마다 더 능숙하거나 더 편안하게 대하는 쪽은 있다.

하지만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을 더 편하게 쓸 뿐 왼손을 무시하지 않는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세 번째 존재는 연출이다.

연출은 스토리와 그림을 한곳에 묶어주는 것이며, 콘티 위에서 발생한다.

이 세 번째 존재를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 때문에 많은 지망생들이 

"언젠가 다시 꼭 만화를 그릴 거야"라고 되뇌며 만화가 아닌 생계를 택하기도 한다.

이 중 어떤 사람의 꿈은 겨울잠을 자다가 훗날 다시 깨어나지만, 

누군가의 꿈은 그 과정에서 얼어 죽어버리기도 한다.

한편 어떤 사람은 만화가라는 타이틀을 그저 트로피로만 생각한다.

그런 사람은 정작 만화를 직업으로 삼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를 찾지 못하기도 한다.

무엇이 이런 차이들을 만들까. 결국 언젠가 작가가 되는 사람들은, 

직업으로 만화를 그려야 하는 이유를 오랫동안 고민한 사람들이다.

 

 

 

어쩌면 작가의 유일한 의무는 자신이 독자에게 제공하려는 것을 지금 만끽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감동을 주고 싶은 지망생이라면 최근 무언가에 감동해본 적이 있는지, 

재미를 제공하고 싶은 지망생이라면 최근 무엇에서 가장 재미를 느꼈는지 떠올려보자.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삶을 사는 지망생들이 생각보다 많다.

 

 

 

더 잘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안심하라.

아마추어일 때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보며 질투하고 시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더 잘하고 싶으니까.

하지만 직업인이 되면,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안심하게 된다.

스포츠에서는 이기는 게 중요하지만, 전쟁터에서는 

나보다 총을 더 잘 쏘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게 좋기 때문이다.

그런 작가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은, 

적어도 내가 계속 활동해야 하는 이 시장이 한동안 안전하다는 뜻이다.

그 사람처럼 총을 잘 쏘는 법은 연재가 끝난 후에도 틈틈이 배울 시간이 충분하다.

 

 

 

식상함과 익숙함은 다르다.

무조건 새로운 것,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것은 

멋져 보일 수 있지만 자칫하면 공허하고 맹목적이다.

남과 같아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큰 나머지, 

왜 이 이야기를 그리고 싶은지 잊게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걸작은 99퍼센트의 식상함에 작가만의 1퍼센트를 더한 것들이다.

그 1퍼센트가 식상함을 익숙함으로 바꿔준다.

 

 

 

근육은 마감에 도움이 된다.

웹툰 작가는 머리와 함께 몸을 쓰는 직업이다.

운동선수가 비시즌에 탄탄한 몸 상태를 만드는 것처럼 

웹툰 작가에게 운동은 직업적인 기초 관리다.

마감에 도움이 되는 근육은 등과 하체다.

연재 도중 응급차 천장을 바라보는 경험은 한 번으로 끝내는 게 좋다.

나는 두 번 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품은 없다.

오직 사랑받기 위한 목적만으로 웹툰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 결국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된다.

웹툰과 웹소설은 소비자의 반응이 제일 직접적으로 창작자에게 닿는 분야이다.

이곳에서는 세계 최고의 거장도 악플을 겪을 수 있다.

 

 

 

진통제를 가끔 복용하더라도 들키지는 마라.

자신이 오래 단련해서 얻어낸 것이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할 때가 있다.

그때 다른 작가와 다른 작품을 무시하고 까 내리는 것은 아주 손쉽게 삼킬 수 있는 진통제다.

습관적으로 복용하면 마약이 되어 작가의 모든 것을 망가트린다.

가끔 복용하더라도 절대 들키지 마라. SNS에서는 더더욱.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는 유일한 방법은 재미없는 만화를 그려보는 것이다.

슬프게도 이 단계를 건너뛰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최대한 빨리 맘에 안 드는 원고를 해보고 슬퍼하자.

 

 

 

만화를 잘 그리는 단 하나의 법칙이 있다면, 

만화를 잘 그리는 수많은 방법들을 모두 버리고 하나만 남기라면 이것이다.

그림도, 이야기도 아닌, 만화를 많이 그려라.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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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웹툰 "닥터 프로스트"를 그렸던 이종범 작가가 쓴 웹툰 작법서로서 
2020년 4월 출간했던 "웹툰스쿨"에 이은 이종범 작가의 두 번째 웹툰 작법서이다.

[2020년 12월에 썼던 책 "웹툰스쿨" 리뷰]

artistyang83.tistory.com/1681

 

웹툰 창작에 필요한 노하우를 101개의 짧고 간결한 문구로 표현한 것이 특징인 책으로서 

책 왼쪽에는 흑백 일러스트가, 오른쪽에는 문구가 배치되어 있다.

책의 전반적인 느낌은 웹툰 관련 "명언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용 대부분이 짧고 간결하기에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좋은 내용도 많았다.

 

다만 다소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던 책인데 

이 책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 이종범 작가가 밝힌 바로는 

"작법서는 보통 두껍고 무거워서 일상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가볍고, 오래 읽고, 여러 번 읽을 수 있도록 이 책을 출간했다"라고 밝혔는데 

이종범 작가가 원했던 의도와는 다르게 책이 세로는 짧고 가로는 긴 형태의 책이다 보니 

한 손으로 들고 읽기에 매우 불편했으며 무게 또한 가볍지도 않았던데다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었던 책 왼쪽 면의 일러스트들로 인해 

좋은 문구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읽고 나서는 더는 읽고 싶지 않게 되었다.;;;

내가 책 디자이너였다면 책에 들어간 일러스트들은 모두 빼고 

책을 미니 수첩 형태같이 더 작고 가볍게 디자인했을 것 같다.

 

휴대성과 편의성 모두 좋지 않기에 전자책이 있다면 전자책을 통해서 읽는 게 

더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되며 전작인 "웹툰스쿨"에서 언급된 내용들도 있기 때문에 

이 책보다는 차라리 웹툰스쿨을 읽으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럴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재출간한다면 책 디자인을 다시 해서 출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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