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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엇이 훌륭한 예술일까요?

사람들은 대개 훌륭한 예술의 기준으로 빼어난 예술적 기예나 섬세한 감성, 

작품 속에 담겨 있는 사상의 깊이 등을 언급합니다.

물론 기예와 감성, 심오한 사상 등은 한 작품을 훌륭한 작품으로 만들어 주는 소중한 요소들입니다.

눈부신 기예가 발휘된 작품을 보면 누구나 감탄하기 마련이고, 

섬세한 감성이나 심오한 사상 등은 우리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기는 법이죠.

하지만 진정으로 훌륭한 예술은 우리로 하여금 아름다운 정신과 자유분방한 기상을 지니게 하는 예술입니다.

우리의 정신을 추하게 만들거나 우리의 자유분방한 기상을 억누르기나 하는 예술은 훌륭한 예술일 수 없죠.

겉보기에는 아무리 훌륭해 보여도 말입니다.

 

 

 

예술적 기예를 익힌 사람만 예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이미 예술가일 수 있는 우리의 가능성을 스스로 억누르고 있는 셈이죠.

감성이 섬세하거나 깊은 정신을 지닌 사람만이 예술가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실은 자유분방한 예술가로서 자기 삶과 존재를 마음껏 표현할 

사람들의 권리를 부정하는 우를 범하는 겁니다.

그러니 예술의 참된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에게든 

그 밖의 다른 누구에게든 이렇게 말해야만 하죠.

 

"예술은 본디 네 멋대로 하는 거야!"

 

 

 

진정한 예술가의 삶은 자유분방해야 하죠.

자유분방한 기질은 지니지 못한 채, 마치 노동하듯 창작하는 

예술가가 있다면 그는 노예의 기질을 지닌 사람일 뿐입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정교한 작품을 만든다고 노예가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죠.

이와 반대로 대충 놀면서 정교하지 못한 작품을 만든다고 주인이 노예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노예의 정신을 지닌 예술가가 훌륭한 작품을 만든다고 그의 정신이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니고, 

자유로운 정신을 지닌 예술가가 서툰 작품을 만든다고 

그의 자유로운 기상에 손상이 가는 것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누군가 "노동은 신성한 것이니 우리는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노동을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면, 

그는 신성한 노동을 노예 노동으로 바꾸어 버리는 사람입니다.

삶이 노동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이기는 해도 노동은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작용해야 하죠.

삶이란 되도록 자유롭고 즐거운 것이 되어야만 하니까요.

사람들의 삶을 자유롭고 즐거운 것으로 바꾸는 노동은 신성하지만, 

반대로 부자유와 고통을 자아내는 노동은 불경스럽습니다.

한마디로, 삶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드는 노동만이 아름다울 수 있어요.

반대로 삶을 고통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노동은 추하기만 할 뿐이죠.

 

 

 

훌륭한 인격이란 대체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요?

나는 자유분방하고 너그러운 정신의 소유자만이 훌륭한 인격자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가 인격 수양에 도움이 되려면 공부 자체가 즐거운 놀이여야 하죠.

공부를 힘겨운 노동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어떤 필요에 의해 

공부하도록 강제되는 사람일 뿐 결코 자유분방한 정신의 소유자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자식의 인격 수양을 위해 엄격한 교육 방식을 선택한 부모는 

응당 자식이 공부를 즐거운 놀이로 여길 수 있게끔 여러 가지로 현명하게 배려해야 하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이 공부가 즐거울 수 있게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자식에게 노예 정신을 불어넣을 뿐입니다.

하물며 예술은 결코 노동이 되어서는 안 되죠.

예술을 통해 우리는 자유로워져야 하고, 우리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예술은 빈둥거리고 놀며 되도록 많은 여가를 보내고픈 사람에게나 어울리는 셈입니다.

오직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기 삶의 주인일 수 있으니까요.

오해는 하지 마세요. 예술가 중에는 강하고 훌륭한 정신을 소유한 이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강하고 훌륭한 정신을 지닌 사람은 자기 삶을 

어떤 외적 요인에 의해 강제된 것으로 만들지 않는 법이죠.

그렇지 않다면 대체 강하고 훌륭한 정신의 유익함이 무엇일까요?

진정한 예술가는 늘 빈둥거리며 노는 사람이에요.

남들에게는 격렬한 노동처럼 보이는 창작 작업도 그에게는 한갓 놀이일 뿐이죠.

 

 

 

예술의 가장 좋은 점은 어떤 규칙에도 얽매이는 일 없이 기쁨과 즐거움, 

아름다움과 기발함 등을 향한 순수한 충동으로서 우리의 삶과 존재를 이해하게 해준다는 거예요.

훌륭한 예술이란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는 식의 생각을 

떨쳐 내지 못하는 사람은 예술의 가장 좋은 점을 잃어버린 사람입니다.

 

 

 

나는 가끔 모든 것이 시험에 결정되다시피 하는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창의적인 인재들이 억눌렸을지 생각해 보고는 해요.

그때마다 화가 나기도 하고 기가 차기도 합니다.

듣자 하니 요즘은 미대를 진학하려고 해도 미술 실기뿐 아니라 학교 성적도 좋아야 한다더군요.

심지어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도 학교 성적이 좋지 않으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까지 들립니다. 정말 황당한 일입니다.

공부는 못하지만, 음악성도 있고 노래도 굉장히 잘하는 학생이 

타고난 음치인 모범생보다 대학에서 성악을 공부하기에 더 부족할까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예술이지만, 남들보다 더 민감한 

예술적 감성과 이해 능력을 타고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지니는 예술가로서의 지적 능력은 예술가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이런저런 경험을 하는 가운데 형성되고 

발전해 가는 것이지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계발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대학에서 학교 성적을 기준으로 미술을 전공할 학생들을 뽑는다니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요?

이런 일이 운동에 비상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을 제쳐 두고 모범생을 

운동부 학생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뭐가 다를까요?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삶은 결국 덧없는 것이죠.

좋은 삶이든 나쁜 삶이든, 아름다운 삶이든 추한 삶이든, 

산 자는 결국 죽기 마련이고 죽음 뒤에 무엇이 우리를 찾아오게 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살며 사랑하죠.

죽음 뒤 무엇이 우리를 찾아올지 염려하는 정신은 이미 노쇠합니다.

사랑하면서도 자신과 연인의 관계가 행복한 끝을 맺을지 

혹은 불행한 끝을 맺을지 궁금해하고 불안해하는 정신 역시 싱그럽지 못하죠.

삶은 덧없는 것이고, 오직 덧없는 것으로서만 아름다울 수 있어요.

그 때문에 정신이 씩씩한 사람은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려고 할 뿐 내일 일을 염려하지 않습니다.

 

 

 

예술을 취미로 하든 직업으로 하든 사람은 기왕이면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기 어렵죠.

"더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반드시 "더 잘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결국 예술을 어떤 강제적인 노동처럼 만들어 버리는 결과가 생겨납니다.

게다가 억지로라도 열심히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 예술가적 기예를 연마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니 노동하듯 예술을 하는 것이 꼭 부정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죠.

하지만 직업적인 예술가라도 억지로 노동한다는 느낌 없이 순수하게 

예술의 아름다움에 몰입하며 작업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바람직합니다.

실은 이런 시간이야말로 진정으로 창의적인 시간이고, 예술가적 자질이 최고도로 발휘되는 시간이죠.

그러니 결국 직업적인 예술가도 자신의 예술이 직업과 무관한 예술이 되게끔 애써야 해요.

억지로 훌륭해지기 위해 하는 예술이 아니라 예술 행위의 즐거움에 자신을 내맡기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하죠. 그래야 진정 창의적일 수 있고, 예술가로서 순수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세상에 이것보다 더 소중한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물론 자신만 사랑하면 타인을 존중할 줄 모르는 정신적 기형아가 되어 버리고 말죠.

하지만 자신조차 사랑하고 긍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을 사랑하고 긍정하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타인과 함께 있음을 기꺼워할 줄도 모르고, 사랑하는 법도 모르며, 

그 때문에 자신이 아닌 그 누군가와 즐겁고 기쁘게 놀 줄도 모르죠.

한마디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우린 세상에서 가장 부자유스럽게 존재하게 되는 거예요.

자신에 대한 사랑은 세상에 대한 사랑의 시발점이며, 

이는 오직 세상에 대한 사랑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하기를 원하면 우린 세상을 사랑하고 긍정하는 법을 배워야 하죠.

예술은 자신도 사랑하고 세상도 사랑하려는 소망과 의지의 표현입니다.

자유분방한 예술가로 "존재하기 놀이"를 하는 사람은 사랑과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잘 놀기도 하죠.

삶은 기쁘고 즐거운 잔치여야만 하니까요.

예술이란 삶이라는 이름의 잔치를 즐기는 법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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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한상연이라는 분이 쓴 책으로서 

예술의 가치와 의미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인문학 서적이다.

 

책은 2016년 12월에 출간되었고 "예술은 노동이 아니야"부터 "예술에 규칙 따윈 필요 없다", 

"예술은 자유롭게 존재하기 위한 놀이야" 등등 총 7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각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서 고갱이나 마네, 앙리 루소 등 작가들이 

제작한 작품들에 대해서 언급을 하는데 그들이 제작한 작품을 본 적이 없거나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책 앞쪽에 그림과 사진 자료를 수록하였다.

책에 수록된 자료로도 부족하다면 인터넷 검색을 적극 권장한다.;;;

책에 수록된 그림 자료를 보려고 할 때마다 매번 책 앞부분으로 가야 했기에 

수록된 자료를 보기가 조금 번거롭게 느껴졌다.

 

도서관에서 발견하여 읽게 된 책으로서 

최근 몇 달간 일을 즐겁게 하지 못해서 심신이 피로한 상태였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자유분방한 삶의 필요성과 예술 활동을 노동이 아닌 놀이로서 

편하고 즐겁게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또 자기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에 대한 중요성까지.

 

예술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예술가가 가져야 할 자세 등에 대해 
배움이 필요하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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