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프리랜서 만화가로 잘 먹고 잘 삽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 만화가로 세상에 내던져져 모든 것을 스스로 부딪치며 배워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동료들이 만화가의 삶을 포기했습니다.

시행착오가 너무도 많았습니다.

많은 거래처를 만나며 헐값에 작업을 진행해보기도 했고, 원고료를 받지 못한 경험도 있으며, 

거래처의 고압적인 태도나 무리한 요구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다양한 문제로 거래처와 크게 다퉈 소송 직전까지 간 경험도 있습니다.

저는 가끔 학생들에게 "나는 온몸에 비를 흠뻑 맞으며 걸어왔다."라고 말을 하곤 합니다.

물론 그런 경험들이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예술가로서의 삶을 막 시작하려 하는 여러분들도 

그런 일을 겪어봐야 한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겪지 않아야 합니다.

가르치는 사람이란, 제자들의 옷을 덜 젖게 해주는 우산과도 같아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포트폴리오 중 가장 좋은 포트폴리오는 "실무를 통해 만들어진 포트폴리오"입니다.

외주 작업을 진행하여 만들어진 포트폴리오는 다른 업체가 여러분에게 

새로운 작업을 의뢰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는 포트폴리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쌓인 포트폴리오는 점차 많은 업체들이 여러분을 찾게 하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로 좋은 포트폴리오는 "공모전을 통해 만들어진 포트폴리오"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외주 작업을 막 시작하려는 시점이라 마땅히 내세울 만한 

포트폴리오가 없다면, 각종 웹툰 공모전에 도전해보기를 권장합니다.

(중략) 만일 공모전에서 당선하게 된다면 소정의 부상과 함께 

"수상 이력"이라는 귀중한 스펙도 쌓을 수 있습니다.

만일 수상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업계에서 요구하는 유사한 형태의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되었을 테니까요.

 

 

 

커뮤니케이션과 영업 과정은 대단히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작업 진행 여부, 작업 일정, 원고료, 지급 방법, 

저작권, 계약서 작성 등 작업 전반의 중요한 사항들이 대부분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이후에 우리가 그림을 그리고 완성하는 과정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커뮤니케이션과 영업 과정에서 결정된 사안들은 번복이 쉽지 않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작업이 반, 영업이 반"이라고 강조하여 이야기합니다.
같은 작업이라 하더라도 영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받는 원고료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과정은 더없이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이 오가는 일에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실제로 외주 작업에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가 대금의 손실을 경험한 많은 작가들의 사례를 보았습니다.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는 것은 불손하거나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니고 "당연한 것"입니다.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요구하면 됩니다. 이를 거절하는 업체와는 작업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실망스럽겠지만 작가의 원고료에 정답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작가의 실력이나 인지도, 경험과 가치관 등에 따라 작가가 주장하는 원고료는 천차만별이며, 

거래처의 규모와 자금 이력, 사업의 중요성 등에 따라서도 매번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작가로서는 자신의 원고료를 노출하는 것은 영업 전략을 노출하는 것과 

같으므로 다른 작가들에게 쉽게 알려주지 않는 경향이 강하기도 합니다.

결국 내가 받게 되는 원고료는 꾸준히 작업을 이어 나가면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원고료의 수준을 대략적으로라도 알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원고료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무하여 터무니없이 낮은 원고료를 받고 

고된 작업을 수행하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원고료를 책정하는 일은 우리에게 무척 중요합니다.

만족할 만한 원고료를 받게 된다면 작업의 결과물 또한 좋아질 수 있습니다.

원고료를 적게 받는다면 금세 생활비가 부족해지므로 다른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지만, 

만족스러운 원고료를 받는다면 다른 일을 하지 않고 하나의 작업에 더욱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더 좋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좋은 포트폴리오를 남기게 됩니다.

이렇게 질 좋은 포트폴리오는 보다 높은 원고료를 제시할 수 있는 자산이 됩니다.

 

 

 

내가 원하던 원고료와 맞지 않아 작업이 불발되었을 때는 미련을 갖지 않아도 됩니다.

희망하는 원고료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작업을 하게 되면 작업의 스트레스가 상승함은 물론, 

업무의 효율도 오르지 않으며, 생활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 자꾸만 낮은 원고료로 작업하게 되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습니다.

(중략)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원고료만을 고수하여 일을 거의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기 때문에 

적정한 금액에서 시작하여 현재의 작업량, 경제 상황 등을 검토하면서 

원고료 제시를 유동적으로 관리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계약서를 받은 뒤 "귀가하여 꼼꼼히 확인해보고 계약서에 사인하여 등기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또는 

"귀가하여 꼼꼼히 확인해보고 귀사에 다시 방문하겠습니다." 정도로 말하고 귀가한 뒤 

계약서를 직접 충분히 검토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문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이것은 업계의 관행입니다.", "다른 작가님들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습니다." 등의 

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옳지 않습니다.

계약 체결의 조건은 작가의 선택이므로 관행적으로 이어오던 계약서가 

있다 하더라도 각기 다른 내용으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관행이나 형평성을 고려할 이유는 없습니다.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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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5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외주 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장윤호(필명: 장통)라는 작가분이 쓴 책으로서 

순수 창작 분야(출판만화 단행본, 웹툰 플랫폼, 창작 동화책 등)보다는 

외주 작업 분야(외부의 업체로부터 주문을 받아 일시적 계약에 의해 제작하는 만화 또는 일러스트레이션)를 

바탕으로 외주 작업의 종류와 외주 작업을 의뢰받는 방법, 원고료 협상 방법, 

계약서 작성법, 작품 제작과 납품 방법, 종합소득세 같은 세금 지식, 

프리랜서와 개인사업자 간의 차이점과 각각의 장단점 등등 

프리랜서 만화가(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책 제목대로 "잘 먹고 잘 살고 싶어서" 호기심에 읽게 된 책인데 너무나도 유익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책 내용 대부분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자세했는데 만화가(또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수행할 수 있는 

외주 작업 분야가 이렇게나 많은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으며 

이 외에 거래처와 대화하는 방법이라든지, 거래처와 미팅하는 방법, 원고료를 책정하는 방법과 

거래처와 원고료 협상 시 대화하는 방법, 내 몸값을 높이는 방법, 

계약서 및 견적서 작성 방법과 계약서를 거래처와 주고받는 방법

(계약서에 도장 직인(간인) 하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책은 처음 봤다.;;;), 

소득세, 소득공제, 필요경비, 종합소득세, 원천징수 등 각종 세금 용어 설명, 

종합소득세 신고하는 방법, 개인사업자 등록하는 방법, 

지식재산권, 저작인접권, 저작인격권 등 저작권 관련한 다양한 내용 등등 

하나도 불필요한 내용이 없는, 정말 주옥같은 내용들이 가득한 책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세밀하게 책을 쓰시다니 작가분께서 

그동안 고생을 참 많이 하셨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출판사 서평에 "돈 걱정 없는 만화가의 삶을 위한 외주작업 바이블!"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정말 그 말 그대로다!

프리랜서 만화가(또는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이라면 꼭 읽어야 할, 국정교과서 수준의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