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자기 작품이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예술작업 주기에서 반복되는, 정상적이며 건강한 일반현상이다.

(중략) 아이디어를 표현해 나가다가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버리면 거기에서 멈추어 붓을 놓는다.

그리고 30년 뒤에 커피잔을 들고 자신도 젊어서 

한때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노라고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것이다.

포기는 중단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단은 늘 하는 것이지만 포기는 그것으로써 마지막이다.

포기한다는 것은 다시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작하고 또 시작해야 하는 것이 예술인 것을.

 

 

 

자기 작품을 들여다보면 열의를 가지고 작업에 임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를 알 수 있다.

창작자가 게으르면 작품도 게을러지고 창작자가 열의를 잃으면 작품도 그러하며, 

창작자가 주저하면 작품도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바라보고 서 있다.

반면 창작자가 마음먹으면 작품은 불길처럼 타오른다.

 

 

 

어떤 사람들은 영감으로, 어떤 사람들은 자극으로, 혹자는 절망감으로 예술을 창조한다.

예술창조는 위험한 세계, 신성한 세계, 금지된 세계, 유혹의 세계, 

또는 그 모든 세계를 맛볼 수 있게 하여, 예술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연관될 수 없었을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한다.

따라서 사실상 예술창조란 예술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찾는 세계와의 연결이라고 할 수도 있다.

 

 

 

예술가인 척 가식을 부릴 수는 있어도, 예술을 창조하는 척할 수는 없다.

소설을 쓰는 척하면서 한번 써보라. 그게 가능한가?

물론 어떤 작품은 아무도 전시하거나 출판하려 하지 않는 예도 있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다른 문제이다.

수많은 실패작을 만들어 가면서 좋지 않은 부분, 자신의 개성이 살아나지 않는 

부분들을 제거해 나감으로써 점차 좋은 작품을 창조해내게 된다.

피드백이라고 부르는 이 과정은 자신의 비전을 아는 가장 빠른 길이며, 이를 통해 작품에 개성이 실리게 된다.

이렇듯 자신의 개성이 살아 숨 쉬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 밖에는 없다.

 

 

 

예술을 창조한다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에게 필요한 목소리는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목소리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우선해야 한다.

예술작품이란 별것 아니다. 단지 그 작품을 받아들일 용기와 

예술창작과 두려움 간의 상호작용을 조정해 나갈 지혜만이 필요하다.

작품의 올바른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벼랑 끝으로 가서 깊은 구렁을 들여다보아야 할 필요도 있다.

물론 우주가 형태도 없이 칠흑 같기만 한 어둠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빛을 기다리자.

예술이란 어둠 속에서 기적같이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빛 속에서 순리대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예술은 장점만을 지닌 인간들에 의한 것이 아니다.

풍경화를 그리고 있는 성모 마리아나 단지를 굽는 배트맨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결점 없는 존재는 예술을 할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반어적으로 말해, 이상적인 예술가는 

이론상 절대로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없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예술이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면 이상적인 예술가도 실제 인간들이 지닌 

평범하고 복잡한 기질을 지닌 범인(凡人)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이것은 예술에 대해 중요한 암시를 던져준다.

왜냐하면 이러한 견해는 우리의 결점과 나약함이 종종 작품을 하는 데에 장애가 되긴 하지만, 

역으로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예술창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방식으로 작업해 나갈 기회를 얻게 된다.

 

 

 

이 시대에 예술을 한다는 것은 불확실성에 맞선다는 의미이다.

그 삶은 회의와 모순으로 점철되어있고,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을뿐더러, 

청중도 보상도 없을지 모르는 무언가를 무모하게 행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이러한 회의들을 제쳐두고 

자신이 해놓은 것을 직시함으로써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내는 것이며,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작품 그 자체 내에서 자양분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가”는 점차로 수많은 결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존재가 되어왔다.

예술이 그 자아와 동등하다고 치자.

그 결과, 작품에 결점이 있다면 그 예술가는 결점 있는 인물이 되며, 

좀 더 최악의 경우 어떠한 예술작품도 창조해 내지 못한다면 그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성공적인 예술 작업을 향한 길을 택해,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은둔적인 작품에서 보여주는 작품으로, 직관에만 의지하던 태도에서 머리를 쓰는 방향으로, 

민속예술에서 일반적인 미술로 관심을 돌리는 등, 그 길은 많다.

 

 

 

최고의 기술을 발휘하여 가장 좋아하는 재료와 아이디어를 실현해 

나가는 예술은 고귀한 소명이지만 비열하고도 혼란스러운 두려움이 따른다.

아울러, 게으름이나 시간제한에 대한 불만, 재료나 환경에 대한 짜증, 

다른 사람들의 성과에 대한 염두 등 여러 가지로 모습을 나타내는 두려움은 

정말로 최선의 창작에 크나큰 방해꾼이 아닐 수 없다.

예술가들이 중도 포기한 예술가들과 다른 점은 이러한 두려움에 도전하여 멈춤 없이 밀고 나간다는 점이다.

예술창작 과정이 매 단계가 바로 이 문제의 시험장이다.

 

 

 

자기 삶에서 확실성만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위험하고 파괴적이며 복잡하고 불확실한, 

그리고 암시적이며 임의적일 수밖에 없는 예술을 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에 대한 다양한 감각과 어떻게 그것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 

그리고 예술창조과정에서의 오류와 발견을 포용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면 된다.

간단히 말해서 예술창조는 불확실하며 예측할 수 없는 과정으로, 

불확실성은 예술창조 욕구의 본질을 이루고 불가피하며 절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동반자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가 성공의 필수조건이다.

 

 

 

오늘날의 예술은 수년 전보다도 더 어려워졌다.

그 이유는 참으로 일관되게 추구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헤쳐 나가야 할 일은 많고 다양하지만, 외적인 보상은 너무나도 보잘것없다.

오직 예술가들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방대한 문제들과 화해함으로써 대가가 될 수 있다.

예술가는 항상 자신만의 작업을 모색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신, 육체, 

시간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공간을 확보해야만 한다.

경험이란 곧 유용한 공간을 제때 쉽게 차지해 나가줄 줄 아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작품이 기쁨을 가져다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안고 모든 심혈을 다해 작품창작에 뛰어들던가, 

아니면 최선을 다하지 않으므로 아예 기쁨을 얻을 생각을 하지 말든가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있다.

이것은 곧 확실성과 불확실성 사이의 선택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확실성의 선택이 더 안전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 책 본문에서 발췌 -

 

 

------------------------------------------------

 

 

이 책은 데이비드 베일즈(David Bayles)와 테드 올랜드(Ted Orland)라는 두 예술가가 함께 쓴 책으로서 

원제는 Art & Fear: Observations on the Perils (and Rewards) of Artmaking이며 

예술가가 창작활동을 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어려움들과 

또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지난달 "웹소설 일러스트 작법서(저자: 팔각)"라는 책을 읽다가 책 마지막 부분에 실린 

"참고 문헌과 자료"에서 저자가 이 책을 추천하길래 호기심이 생겨 한번 읽어보게 되었다.

책은 2006년 1월에 처음 번역 출간했으며 이후 2012년에 개정판으로 

재출간되었는데 내가 읽은 것은 2006년에 출간한 것을 읽었다.

(2006년도에 출간한 책은 본문에 사진 자료 같은 것은 실려있지 않았는데 
개정판에는 사진 자료도 일부 첨부되어 있다고 하니 될 수 있으면 개정판을 읽어보길 권장한다.)

 

책은 크게 PART 1과 PART 2로 나뉘어있으며 "예술과 두려움", "자신에 대한 두려움", 

"타인에 대한 두려움", "예술 밖의 세계", "예술 학계" 등등 9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어있다.

전반적으로 아주 유익하게 읽었는데 특히 창작 의욕을 잃었거나 슬럼프에 빠져 

괴로워하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의욕을 고취하는 내용들이 많아서 참 좋았다.

또 불확실성을 상당히 싫어하는 성격이라 이로 인해 창작 활동에 어려움을 느낀 나날들이 참 많았는데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조금은 누그러졌다랄까?! 오래는 못 가겠지만.;;;

다만 내가 독해력이 떨어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오래전에 번역된 책이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매끄럽게 읽히지 않은 부분들이 군데군데 있어서 읽는데 어려움이 좀 많았다.

PART 1까지는 그럭저럭 읽었는데 PART 2로 넘어가니 답답함이 증가하였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의욕을 고취하는 내용들이 다수 있기에 

현재 창작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장한다.

 

 

728x90
반응형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  (0) 2023.05.15
사람, 디자인, 브랜드  (0) 2023.04.23
군주론  (0) 2023.02.13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0) 2023.01.18
난 프리랜서 만화가로 잘 먹고 잘 삽니다  (0) 2023.01.0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