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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자의식이 강하고 자기중심적인 예술가는 별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예술가가 하는 일이 대개 혼자만의 공간에 앉아 

온종일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작품 생각만 하는 건데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과장된 자의식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자기 안에 함몰되기보다 세상을 바라보고,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새로운 경험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봐야 합니다.

그래야 한계를 조금씩 깨면서 성장할 수 있어요.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 

상상해보는 게 공감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공감 능력이 없으면 상상도 허약해질 수밖에 없답니다.

 

 

 

우리에게 공감 능력이 결여되었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다른 누군가의 처지가 되어보고 우리와 다른 사람의 눈으로, 

배고픈 아이들의 눈으로, 해고된 철강 노동자의 눈으로, 

당신 기숙사 방을 청소하는 이민 노동자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우리는 공감을 장려하지 않는 문화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는 일생에 가장 중요한 목표가 부자가 되고 날씬해지고 젊어지고 

유명해지고 안전과 여흥을 누리는 일이라는 말을 지나치게 자주 합니다.

 

 

 

그림책 안에는 두 가지 언어가 있어요. 글 언어와 그림 언어가 있죠.

어떤 그림책은 그림이 삽화로서만 기능하기도 합니다.

원고에 나온 내용을 그냥 이미지로 실현해 놓은 거죠.

전 그런 그림책은 질이 떨어지는 책이라고 봅니다.

글과 그림이 각각 두 개의 트랙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합니다.

글이 말하지 않는 부분을 그림이 설명하고, 그림이 비워놓은 지점을 글이 채울 것, 

글 작가와 그림 작가 두 명의 해석과 관점이 독립적으로 살아 있을 것.

이게 제 작업 원칙입니다.

 

 

 

테크닉이나 그림체 같은 창작 방식에 대한 고민은 다음 단계에서 해도 괜찮습니다.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게 던져야 할 질문은 "내가 정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뭐야?"입니다.

어느 창작 분야든 테크닉이 훌륭한 사람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자기만의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방향성 찾기는 혼자서 자연스럽게 이뤄내야 하는 과업입니다.

"좀 못해도 상관없어."라고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어요.

 

 

 

뭔가를 창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유일하게 필요한 재능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라는 의지라고 생각해요.

적당히 눈을 사로잡는 창작물은 많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창작물은 많지 않아요.

자기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간절히 원하는 마음과 

의지가 가장 필요한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죠.

그런 의지 덕분에 똑같은 사람 얼굴을 50번씩 그리는 반복을 견딜 수 있고, 스쳐 가는 풍경을 

하나라도 더 기억하려고 기를 쓰며 관찰할 수 있고, 

사람들 반응이 신통치 않아도 계속하는 힘을 낼 수 있답니다.

 

 

 

시작할 땐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에 시달리고 길을 되찾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하는 게 결국 창작입니다.

처음엔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좌절, 고뇌, 다시 시작하기 등을 거쳐 

마침내 해낼 때 느껴지는 희열. 그게 이 일의 재미고 제가 계속 일하는 이유죠.

 

 

 

창의성은 그저 무언가를 할 용기를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단지 그것뿐이에요.

스스로에게 무언가 해보는 것을 허락하는 마음.

"왜 안 되겠어." 하는 생각, "실패해도 괜찮아, 별거 아냐."라고 말해주는 자세.

이것이 창의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유일한 차이예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창의성이 있어요.

창의성을 너무 국한 지어 특별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재능이라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가 조금 더 용기를 내지 않으면 때로는 타인에 의해 내려진 선택 혹은 

타이밍이 만들어준 선택에 삶이 끌려갈 수 있어요.

 

 

 

행복에 대해 말하는 창작물을 짓고 싶다면 

우선 자신이 행복했던 느낌을 떠올려 그걸 전달해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창의성은 자기를 믿는 것입니다.

창의성이 최초로 태어나는 순간은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할 때입니다.

그 느낌과 생각, 충동, 자기 안의 목소리를 믿고 자신을 던지는 것.

저에겐 그게 창의성입니다. 자기 믿음 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불가능해요.

 

 

 

익숙하고 완벽한 그림에선 새로운 통찰이 나오지 않거든요.

그래서 숙련된 오른손을 놔두고 왼손으로 그려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투름의 미학을 깨달았어요.

자기 안에 잠자고 있는 창의성을 깨우려면 불편한 일, 해보지 않은 일, 

잘 못 하는 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에 뛰어들어야 해요.

편한 게 늘 좋은 건 아니랍니다. 편안함 안에서는 세상을 보는 다른 관점을 얻을 수가 없어요.

 

 

 

관찰력을 기르려면 "좋다." "예쁘다." 하는 식의 첫인상에 머물러선 안 돼요.

"이것은 무엇인가?"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디에서 온 이미지인가?" "누가 만든 것인가?"

주체적으로 정보를 소화하고 판단하면서 보려고 하는 것이 

관찰력과 시각적 문해력을 기르는 첫걸음이에요.

본 것을 다음에 꺼내 쓸 수 있게 머릿속에 잘 정리해놓는 것까지 해야 합니다.

자신이 본 풍경, 영화, 그림이 곧바로 자기 것이 된다고 오해해선 안 됩니다.

자신에게 남은 인상을 능동적으로 소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다음에 꺼내 쓸 수 있는 자신만의 자산이 되죠.

 

 

 

관찰력은 보는 대상에 감정이입을 하거나 감탄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감탄하는 마음이 관찰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관찰이라는 행위 안에는 사랑의 성분이 분명 들어 있습니다.

 

 

 

시도해보고, 감탄하고, 실패하고, 수정하고, 배우고, 다시 해보면서 변화하는 존재가 사람입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은 거짓말이에요. 그 말 좀 믿지 마세요.

아이에게든 어른에게든 산다는 건 예측 불가능한 난관을 통과하는 과정이고, 

우리는 언제든 그 과정에서 배우고 수정하고 진화할 수 있습니다.

 

 

 

대학 때 한 교수님이 해준 말씀이 있습니다.

"네가 한 작업 중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향해 가라. 그게 너다."

자신 안에 숨어 있는 내밀한 목소리를 창작의 동력으로 바꾸는 힘.

대체될 수 없는 유일한 개성을 불어넣는 힘은 사실 우리의 결점 안에 있습니다.

 

 

 

인생의 난관에 좌절하지 않고 그걸 발판 삼아 성장하려면 자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장애물을 마주하고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요.

도망가거나 맞서거나 빙 둘러 가거나.해결책이 한 가지 모습일 거라고 믿지 마세요.

좌절이나 상처가 트라우마가 되지 않게 하려면 "해결책은 하나가 아니다." 

"지금 내가 보이는 이 반응들은 당연한 거다." "난 과정 중에 있는 거다."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아를 구성해갈 땐 철저히 "나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나만이 헤쳐갈 수 있는 내 인생." 등과 같은 자존의 인식이 필요합니다.

혼자가 되어야 해요. 이때 혼자라는 사실은 슬픔도 오류도 아닙니다.

필요입니다. 부모가 사랑한다는 핑계로, "네가 잘되라고 돕는 거야."라는 말들로 

아이의 자존과 자립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부모가 아이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이건 별로다." "이건 하지 마라." 시키면 

아이로서는 스스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역설적으로 그 금지된 일을 할 때뿐입니다.

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간섭하고 평가하고 지적하면 

아이는 어느 순간 자신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길을 잃게 돼요.

 

 

 

현대 문명은 점점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기계적으로 사고하도록 몰아가지만, 문학은 그 반대입니다.

저자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는 경험을 통해 이전까지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가능성의 장소와 만납니다.

"아, 이럴 수도 있구나." "나는 요즘 뭐 하며 사는 걸까?" 

"난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 거지?"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뭐지?" 

이런 질문에 힌트가 될 수 있는 작은 보석을 자신의 내면 안에서 찾아낼 수 있도록 문학이 돕는 거죠.

문학작품을 읽는 것만큼 좋은 삶의 나침반은 없죠.

 

 

 

독서는 여행이에요.

자기 현실에서 적당히 떨어져서 다른 세계로 푹 빠져 헤엄치며 자기를 확장하는 경험이죠.

특히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책은 완전히 새로운 지위와 의미가 있습니다.

책은 변치 않는 물건입니다. 우리가 손가락으로 움직여서 

내용을 이동할 수도 없고, 페이지 순서를 바꿀 수도 없습니다.

우리 변덕에 맞추어주지 않아요. 평론가 소피 반 더 린덴이 말한 것처럼 

"책은 변치 않는 약속이며, 그 약속은 우리에게 안도감을 줍니다."

 

 

 

무슨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 나머지를 잊어버릴 수 있다면 

그게 당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이고, 당신의 열정이 불타오를 수 있는 일이란 신호입니다.

흔히 "시간 가는 줄 모른다."라고 하죠? 그 살아 있는 느낌이 신호예요.

 

 

 

어떤 일을 하는 데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 건 어른들의 방식입니다.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데 내 시간을 쓰겠다!

다른 이유는 필요 없다!"라는 사고방식이 새롭고 흥미롭고 창조적인 순간을 만들어 준답니다.

그럴듯한 이유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내가 좋으니까. 이 이유면 충분합니다.

 

 

 

인생의 방향성을 결정할 땐, 정말 남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어요.

일례로 제가 행복하게 작가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는데도 

저희 집안에서는 아이들이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할까 봐 전전긍긍합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요. 그 애한테 재능이 있어도 그러죠.

그런 모습이 합리적인 건가요? 존중할 만한 선택인가요?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보면 남들이 해주는 충고라는 게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알 수 있어요.

만에 하나 아주 현명한 사람이 충고를 해줬다고 해도 그건 그 사람 삶이지 내 삶이 아니잖아요.

누군가 저에게 진로 상담을 요청하면 전 늘 이렇게 말합니다.

"네 안에 있는 목소리에 질문해봐."라고요.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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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프랑스와 벨기에, 영국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10명의 외국인 그림책 작가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인터뷰의 내용은 주로 작가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작업환경, 

그리고 그림책 작가에게 필요한 능력들에 관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인 저자 두 분이 직접 작가분들과 인터뷰를 했으며 사진도 직접 찍은 책이다.

 

10명의 작가분 중에 알고 있는 작가분들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그분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면 비록 멀리 유럽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작가분들이지만 

와 닿고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았기에 그분들이 근처에 있는 것 마냥 

친근하게 느껴졌으며 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더불어 이 책은 예비 그림책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과 함께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았다.

작가분들 중에서 자녀를 키웠던 분들도 계시고 또 주로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그림책이다 보니 

작가분들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나 자세, 교육하는 방식, 철학 등의 이야기들도 서술되어 있으므로 

자신의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고민하는 부모님들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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